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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선물을 줄게요

  • 방안은 따뜻함으로 가득했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방 안이 차츰 조용해졌다.
  • 요트는 소리 없이 부두에 정박했고, 부둣가에는 키가 큰 남자들이 쫘르륵 서 있었다. 이들은 최정예 보디가드들로 백 씨 집안이 고용한 사람들이었다.
  • 보디가드들은 조용히 서 있었고, 표정은 진지했다. 그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작게 이야기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현욱이 무엇을 하는지 몰랐고, 그를 방해하지도 못했다.
  • 그저 이렇게 가만히 서서 파도가 부둣가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 날이 밝아지고 동이 틀 때가 되어서야 그들은 요트의 문을 열고 나오는 아리따운 여자를 보았다.
  • 그녀는 현욱의 흰 와이셔츠만 걸치고 있었고, 셔츠는 허벅지까지 길게 내려왔다. 그리고 흐트러진 갈색의 긴 곱슬머리가 더해지면서 더욱 아름다웠다.
  • 그야말로 절세 미인이 따로 없었다.
  • 보디가드들은 여자가 요트에서 내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 숨이 저절로 멎었다…….
  • “저는 먼저 간다고 대표님께 전해주세요. 대표님께 작은 선물을 하나 보냈으니 너무 기뻐하지 말라고도 알려주세요.”
  • 침대 위에 누워있던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휴대전화 알람 소리가 울리자 비로소 잠에서 깼다.
  • 그는 눈을 떴고, 그의 검은 눈동자는 한없이 어두웠다. 그는 수건을 아무렇게나 허리에 감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 들어가니 효민은 보이지 않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만 보였다.
  • 그의 얼굴에는 그녀가 쓴 ‘개자식’이라는 글자가 남아있었다.
  •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잡아 와서 결판을 내야겠군.’
  • 현욱의 눈은 깊고 어두웠다. 그는 빠르게 세수한 뒤 옷을 입었고, 정리한 뒤 방에서 나갔다.
  •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 키가 큰 남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 “그 여자는?”
  •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해서 보디가드들은 그의 말에 담긴 속뜻을 파악하지 못했다.
  • ‘그 여자는 이미 떠났는데, 대표님은 도대체 기쁘신 거야 아니면 화가 나신 거야?’
  • “대표님, 여자분은 아침 5시 반에 떠났습니다. 가기 전에 한 마디 남기셨는데…….”
  • 현욱의 눈이 번쩍 뜨이더니 곧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 “뭐라고 했어?”
  • “대표님께 작은 선물을 하나 남겼으니 너무 기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 이 말에 현욱은 얼굴을 찌푸렸고, 보디가드는 손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 ‘분명히 화나셨어!’
  • “알겠어!”
  • 현욱의 말투는 무척이나 싸늘했다.
  • …….
  • 5년 후, 공항.
  •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두 아이가 공항 출국장에 서 있었다. 아이들은 너무 귀여워서 사람들의 마음을 녹였다.
  • 파란색 청바지, 청 모자, 검은색 선글라스로 멋을 낸 남자아이는 전형적인 동양 미남의 모습이었다.
  • 남자아이 옆에 서 있는 여자아이는 뺨이 볼그레하고 피부에는 윤기가 돌았다. 여자아이는 잔물결 무늬의 공주 치마를 입고 있었고, 작은 꽃무늬 모자를 쓰고 있었다. 커다란 파란색 눈동자는 쉴 새 없이 반짝였고, 금발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