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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중생활[제1부]

그녀의 이중생활[제1부]

박규리

Last update: 2021-10-14

<p>제1화 나야말로 네 신부야</p>

  • 호화로운 개인 크루즈선 위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 강효민은 눈 앞에 아름다운 커플을 바라보고 있었다. 긴 하늘색 치마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 “잠깐만요!”
  • 한 여자가 결혼식을 중단시켰다. 모든 사람들의 이목의 여자에게 향했다.
  • “저 여자는 누구야? 뭔데 신랑 신부 쪽으로 가는 거야?”
  • “숨겨진 애인인가? 깽판 치려고 온 건가?”
  • 사람들의 떠는 소리가 신부 유미의 귀에 들려왔다. 유미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불안감이 일기 시작했다.
  • 고개를 돌려 눈앞에 서 있는 여자를 보자 유미는 가슴이 철렁했다.
  • 세상 그 어떤 여자도 연적이 나타나 자신의 결혼식을 망치는 걸 보는 걸 원치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결혼식이라면 더더욱!
  • “효민아……”
  • 강범준은 유미의 손을 놓고 바로 뒤를 돌아 효민을 쳐다보았다. 얼굴에 차가웠던 표정은 금세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금세 밝아진 표정이었다.
  • 유미는 마음이 조금해졌다. 그녀는 신랑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범준씨, 신부는 나야 강씨 집안은 이미 망했다고.”
  • 효민은 웃으며 앞으로 한 발짝씩 다가왔다.
  • “효민아, 내 말 좀 들어……”
  • 범준은 그녀의 눈빛이 싸늘한 것을 보고 마음이 복잡했다.
  • “축하해. 신부가 참 예쁘네. 뭐 그리 대단한 집안은 아니지만 그래도 뭐 나쁘지 않은 집안이니까 너한테 도움이 되겠네.”
  • 효민은 웃으며 축의금이 담긴 봉투를 꺼내 들었다.
  • “우리 집안이 망했어도 축의금 낼 정도는 아직 되거든. 두 사람 결혼 축하해.”
  • 효민은 말을 마치고 봉투를 신랑 앞에 던졌다.
  • 수표가 범준 앞에 흩날리며 땅에 떨어졌다. 수표에는 뭔가 빨간 게 조금씩 묻어 있었다.
  • 그녀가 비웃으며 말했다.
  • “이렇게 좋은 날에 축하는 크게 해줄수록 좋지 않겠어? 돈만 내긴 아쉬워서 축하메시지도 썻지 뭐야? 빨간 색이 복을 불러온다 길래 더 신경 썼으니 참고해.”
  • 범준이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 “효민아, 내가 사랑하는 건 너라는 걸 너도 알잖아. 이러지 마 제발.”
  • “범준씨!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유미의 낯빛이 바꼈다.
  • ‘이 남자는 내 남자라고!’
  • 유미는 냉정함을 잃고 면사포를 내동댕이치며 다가왔다. 눈에서는 분함이 느껴졌다.
  • “집이 쫄딱 망했는데, 네가 아직도 부잣집 아가씨라도 되는 줄 아는 거야? 너랑 범준씨는 절대 안돼! 꺼져!”
  • 유미와 효민은 학창시절부터 친구였다. 당시 효민의 집안은 매우 풍족했고 모든 사람들이 잘 보이려 노력했다.
  • 효민은 전형적인 냉미녀였는데 학교에서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 ‘크큭, 그랬던 집안이 제품 품질미달로 임원들이 모두 잡혀 들어갔다니. 범준이 평범한 여자랑은 결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과 같은 흠이 있는 여자랑은 못하지!”
  • “걱정 하지마. 갈 때가 되면 알아서 갈 테니까.”
  • 효민이 바닥에 떨어진 돈을 보며 말했다.
  • “축의금 잘 챙겨. 우리의 정을 생각해서 특별히 준비한 거니까.”
  • 그 자리에 있던 기자들은 셔터를 눌러 대기 바빴다. 모두들 횡재라도 한 듯 정신이 없었다.
  • 유미는 얼굴이 굳어 크게 소리 질렀다.
  • “누가 이 여자를 들여보낸 거야. 빨리 끌고 나가!”
  •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결혼식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모두가 수군대고 사진과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 바로 그 때 ‘팟’하는 소리가 나더니 크루즈선의 전기가 나갔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때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 “앗…….”
  • 그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손이 효민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는 또 다른 한쪽 손이 그녀의 어깨를 누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