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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뒷끝이 있군!

  • ‘이 자식, 뒤끝 좀 봐! 안면인식장애가 있다고? 웃기네 진짜!’
  • “같이 일하는 임비서님도 알아보지 못하시죠. 임비……”
  • 박성천이 무엇인가 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찰나 어디선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오늘 밤에 임비서가 자료를 하나 줄 겁니다. 밤을 새서라도 내일 아침까지 기획서를 제 책상위에 올려 놔주시죠.”
  • 백현욱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밖으로 나갔다.
  • 그가 몇 걸음을 채 떼지도 않았는데 뒤에서 효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백 대표님, 정말 얼굴을 못 알아보시는 거에요? 제가 택이라도 만들어서 달까요?”
  • 박성천이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 “임비서도 매일 빨간색 택 달고 다니잖아요. 그거 없으면 백대표님은 임비서도 못 알아본다니까요.”
  • 박성천은 크게 웃다가 백현욱이 그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고는 바로 웃음을 멈췄다.
  • “그럴 필요 없습니다. 기억하고 있으니.”
  • 백 대표의 말에 박성천은 깜짝 놀랐다.
  • ‘얼굴을 알아본다고? 대표님이 알아보는 건 강씨 집안 딸 뿐인데…….’
  • “혹시 모르니 제가 다른 색깔로 만들어서 내일부터 차고 다닐게요. 기획팀인데다 또……”
  • 효민은 그가 정말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 만약 진짜라면 오 년 전, 그녀는 이미 알았을 거다.
  • “내가 필요 없다면 없는 겁니다. 못 알아 듣겠어요?”
  • 백현욱은 차가운 시선으로 효민을 쏘아보았다. 그러더니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 “미친 건가! 이렇게 큰 광고에 책임자 자리까지 넘기다니. 게다가 얼굴도 기억한다고 하고 쯧쯧……”
  • “이게 다 무슨 뜻일까?”
  • “제가 이만 가봐야 한다는 걸 뜻하는 거죠. 내일 아침까지 기획서를 책상위에 올려 둬야 하니까.”
  • “대표님이 얼굴을 구분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효민씨는…….”
  • 박성천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띈 채 말했다.
  • ‘세번째 지. 정말 웃기는 군!’
  • 백현욱은 강정민이 이미 아이의 엄마가 됐다는 걸 모르겠지.
  • 효민은 더 이상 박성천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 면접장에는 박성천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층에 도착해 막 내려 걷고 있는데 효민의 앞에 루시가 자기 쪽으로 걸어 오는 게 모였다. 한 눈에 봐도 독기가 넘쳐 보였다.
  • “뒤에 무슨 빽이 있는 거야?”
  • 루시가 도도하게 효민에게 물었다. 눈에는 그녀를 깔보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 “그 쪽이 건드리지 못할 만한 사람이요.”
  • 효민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얼굴에는 담담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 효민이 이렇게 말한 건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아서였다.
  • “난 현욱씨 여자친구야. 백씨 집안이 엄청나게 큰 기업이란 건 알고 있지? 네 빽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나한텐 별것도 아니지 않겠어? 말해봐 누구야?”
  • 루시의 눈에서 짜증이 묻어났다.
  • “궁금하면 직접가서 대표님께 여쭤보시죠.”
  • 효민은 뒤를 돌아 자리를 피했다.
  • 그러자 루시가 뒤에서 떠나려는 그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 “진짜 뻔뻔하네. 네가 현욱씨 사람이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
  • 주변에 사람들이 시선이 쏠리는 것을 느낀 효민은 루시의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 “전 일처리를 할 때는 머리를 써요. 그 쪽은 머리는 전혀 안 쓰는 타입인가 보죠?”
  • “얼굴에 손 좀 대신 거 같은데, 어떻게 누가 더 손이 많이 가게 될지 한번 해볼까요?”
  •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수군대기 시작했다.
  • 루시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멈춰서 수군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