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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안면 인식 장애

  • “효민 씨 말이 맞네요. 이번 광고 기획은 효민씨가 담당하죠.”
  • 백현욱은 차가운 눈빛으로 만년필을 돌렸다.
  • “네?! 효민 씨가 맡는다고? 이번 모델 선발도 같이?”
  • 성천의 동공이 커졌다. 만약 둘만 있었다면 큰 소리를 냈을 게 분명했다.
  • “문제 있습니까?”
  • “당연하죠. 효민 씨 기준에 따르면 Lucy는 자격이 안 됩니다.”
  • 성천은 고의로 Lucy 이야기를 꺼냈다. 현욱의 일 처리가 맘에 안 들었다.
  • “그럼, 제가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자연스럽지만 독특한 방법 등을 보여드리죠. 면접관님은 최소한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시죠.”
  • 효민은 현욱을 보면서 말을 했다. 사적인 대화는 그만하라는 그녀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 오른편에 앉아있던 여자 면접관은 저렇게 큰 목소리로 공공연하게 대표와 팀장을 질책한 것에 매우 놀랐다.
  • 효민은 미소를 띠며 한쪽에 놓여있는 청화로 된 찻주전자를 바라봤다. 그녀의 태도에는 교양이 넘쳤다.
  • 그녀의 걸음걸이는 허리의 곡선을 잘 드러냈다.
  • 찻주전자를 바치며 그녀는 현욱에게 다가왔다.
  • “차를 따르는 동작에서 팔의 위치도 몸매를 드러냅니다. 중국은 예전부터 예절과 문화를 중시했습니다. 여기부터 출발한다면 또 다른 결론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대표님,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 한울은 차를 따르면서 드러난 하얀색 팔을 붙잡았다.
  • “팔과 얼굴의 피부색이 다르네요?”
  • 현욱은 눈을 가늘게 뜨며 관찰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 “당연하죠. 대표님도 그럴걸요?”
  • 성천은 바로 현욱의 피부색을 확인했다. 셔츠와 정장으로 꼭 싸매고 있는 현욱의 피부색을 어떻게 확인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 현욱은 효민의 눈을 응시하다가 손을 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름은?”
  • “강정민입니다.”
  • 가슴이 싸늘해졌다.
  • 성천은 현욱의 태도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못생긴 여자를 보면서 이름을 묻다니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 못생긴 여자의 이름은 그 여자와 같은 이름이었다.
  • “강... 정민?”
  • 현욱은 눈을 지그시 뜨며 계속 관찰했다.
  • 효민은 일부러 고개를 들어 그의 시선을 받아냈다.
  • “네 강정민입니다.”
  • 그녀의 태도에 현욱은 인상을 썼다.
  • “내일 기획서 보고하세요. 신상품 광고 기획의 총 책임을 맡는 겁니다.”
  • “알겠습니다. 그전에 손부터 놔주시죠.”
  • 오른편에 있던 면접관이 놀라서 눈이 커졌다. 분명 면접장이었는데 갑자기 기획팀으로 바뀌었다.
  • “백 대표, Lucy 가 기다리고 있어.”
  • 트러블 메이커 성천이 바로 말을 전했다.
  • “Lucy? 누군지 모르겠는데?”
  • 현욱은 효민의 팔을 놓으며 서류를 파일을 닫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 성천의 입이 놀라서 벌어졌다.
  • “너랑 스캔들 난 분이잖아. 매스컴에서 떠든 지 한 달이 되어가는데. 여기도 자주 오고. 근데 기억을 못 한다고? 내가 너 안면 인식 장애라고 했지? 그렇게 아니라고 하더니.”
  • “안면 인식 장애?”
  • 효민은 고개를 돌리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 “그래요. 여자 얼굴을 기억 못 한다고요. 지 어머니만 겨우 기억하거든요. 다른 여자들은 전부 기억도 못 하고요.”
  • 성천은 일부러 또 다른 여자를 거론하지 않았다.
  • 사실 현욱은 어머니 외에도 다른 한 여자를 기억했다.
  • 안면 인식 장애라니 효민은 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