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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우연

  • “루시가 머리에 든 게 없다고 욕하다니. 루시는 백 대표님과 스캔들 난 여잔데. 간도 크네. 이 바닥에서 찍히고 싶은 건가?”
  • “루시는 이 업계의 유명 모델이고 부 사장님이 빽이어서 루시를 화나게 하면 자기 무덤 파는 꼴이지.”
  • 루시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고 다 의기양양해졌다.
  •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어떻게 광고 자리를 꿰차러 온 거지? 이미지도 별로고 목소리도 안 좋은데.”
  • 효민은 당황했다.
  • “광고 자리를 꿰찬다고요?”
  • 효민은 기획팀에 면접 보러 온 거였다.
  •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지 마요. 방금 광고모델의 마지막 면접이었어요. 그쪽이 저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해요?”
  • 루시는 말하며 손을 들어 몸매를 과시하는 포즈를 했다.
  • 효민은 당황했다. 잘못 들어온 것이다!
  • ‘지효가 면접 장소를 헷갈리다니!’
  • 효민은 자신 앞에서 몸매를 뽐내는 루시를 보며 작게 웃음이 터졌다.
  • “그쪽은 백천그룹 신제품 모델이 될 수 없어요.”
  • 루시는 몸이 굳었다.
  • “무슨 헛소리예요. 저보다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요.”
  • 루시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 “당신은 뭔데 저한테 이래라 저래라죠?”
  • 효민은 더 밝게 웃으며 응대했다.
  • “죄송해요. 광고모델 발탁을 포함한 이번 신제품 홍보를 제가 다 책임지고 있어서요. 궁금한 게 있으시면 백 대표님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 “당신…….”
  • 루시는 입을 쩍 벌리고 떠나는 효민의 뒷모습을 보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 집 문 앞에서 효민은 열쇠를 꺼내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 딸의 밝은 웃음을 보니 순식간에 스트레스가 풀렸다.
  • “엄마, 안아줘요.”
  • 강윤이 두 팔을 벌려 애교를 피웠다.
  • “현이야 착하지. 오빠는?”
  • 효민은 단숨에 딸을 안아 올리고 다른 손으로 문을 닫았다.
  • “오빠가 엄마 일하느라 힘들다고 엄마한테 먹을 거 해준데요.”
  • 효민은 그 말을 듣고 불안했다.
  • ‘이 녀석이 왜 도 주방에 들어간 거야.’
  • 효민은 바로 딸을 내려주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 “강현.”
  • “엄마 걱정 마세요. 금방 돼요. 지효 이모랑 같이 왔어요?”
  • 강현은 말하면서 계란국을 큰 국그릇에 담았다.
  • 가지런히 놓인 반찬과 국을 보고 효민은 아들이 너무 대단했다.
  • “엄마, 오늘 면접 어땠어요?”
  • 강현의 걱정스러운 눈빛은 마치 어른 같았다.
  • 효민은 아들을 보며 머릿속에 그 남자의 얼굴이 번뜩 떠올랐다.
  • ‘만약 들통나면…….’
  • “엄마 왜 그래요?”
  • 강현은 입을 삐죽 내밀더니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 효민은 바로 두 팔을 벌려 아들을 꼭 안았다.
  • “너흰 엄마의 보물이야. 면접 잘 봤어. 바로 통과했어.”
  • 분위기가 한창 따듯할 때 문이 퍽 하고 열렸고 지효가 급하게 들어왔다.
  • “효민아 날 죽여줘. 내가 면접 장소를 잘못 알려줬어.”
  • 지효는 강현이 인상 쓰는 것을 보고 바로 몸이 굳어졌다.
  • ‘이렇게 보니 강현이 백 대표님과 닮았네!’
  • 이런 생각이 들자 지효는 낯빛이 변했다. 바로 효민을 끌어당겨 작은 소리로 말했다. “효민아, 강현이 백 대표랑 닮은 것 같지 않아?”
  • 효민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 “세상에 얼마나 우연이 많은데. 봐봐 우리 강윤이는 강현이랑 남매 쌍둥이인데 하나는 혼혈같고 하나는 우리를 닮았잖아.”
  • “맞아. 우연일 뿐이야. 하지만 절대 백 대표님에게 강현을 보게 하지 마,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