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설마-아니겠지?
- 담우석은 마음을 깨끗하게 먹고 욕망을 자제했다. 모든 억제와 인내는 교태 어린 그녀의 한마디 말로 인해 전부 사라져버렸다.
- 남자는 고개를 숙여 사나운 기세로 살짝 벌어진 여자의 입술을 머금었다. 그녀가 외치는 부탁마저도 입 속으로 삼켜버렸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그녀의 달콤함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 호흡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고 기울어진 몸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 그의 커다란 손바닥은 그녀의 매끄러운 팔뚝을 따라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며 탐색하고 있었다. 마치 극도의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 담우석의 호흡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었고 목젖은 조여졌다. 신체 부위 중 한 부분은 지금 당장 굴레에서 벗어나 요충지를 공략하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 “하하하…”
- 방 밖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웃음소리에 담우석은 불현듯 굳어버리게 되었다.
- 그는 눈을 감았고 주설화의 입술에서 제 입술을 떼고 빠르게 욕실로 향했다.
- 침대 위에 있던 주설화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작은 입술로 쩝쩝 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무의식적으로 속옷을 벗어던진 뒤 돌아누워 얇은 담요를 안고 계속해서 깊은 잠을 이어갔다.
- 담우석은 한참이 지나서야 허리에 샤워타월을 두른 모습으로 욕실에서 나왔고 실오라기 거치지 않은 상체는 튼실한 근육을 자랑했다.
- 침대 옆에 멈춰 선 그는 아담한 여자의 새하얀 뒷모습을 보더니 동공이 흔들렸고 혀끝은 입천장을 쓸었다.
- 그는 한참 동안이나 주시를 하다 그제야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
- …
- 주설화는 침대에 앉아 머리를 받쳐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머리가 아픈 걸 빼고 떠오르는 거라고는 거의 없는 그녀였다.
- 담이안과 술을 마시고 나서 어떻게 된 거지?
- 그리고 이 방은 담우석이 묵는 방이었던 것 같은데 또 침대 위에는 그녀의 옷이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속옷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 지금 이 장면에 만약 남자의 옷이 더해지게 된다면 곧바로 “사고 현장”이 재현될 것이다.
- “하…”
- 주설화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쥔 채 괴로워했다. 설마 술을 마시고…뭘 한 건 아니겠지?
- 설마-아니겠지?
- 주설화는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와 허둥지둥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도둑으로 빙의해 살금살금 소리 없이 그의 방을 떠났다.
- 주설화는 방으로 돌아간 뒤 생각을 떠올리려 애써 보았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못했다.
- 게다가 그녀는 주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담우석은 연장자로서 아무 문제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본인이 괜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절대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되뇌었다.
- 그녀가 약에 취해있던 상태에서도 흔들림이 없던 담우석이었다. 그러니 아랫사람인 그녀와 썸씽이 있을 리는 더더욱 없었다. 이 점에 있어서 주설화는 담우석의 정직함을 굳게 믿을 수 있었다.
- 다이닝 룸에 식사를 하러 갔을 때 주설화는 담우석이 홀로 창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조식을 제외하고 그의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도 놓여있었다. 꽤나 바쁜 모양이었다.
- 그녀가 다가가서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그때 담우석은 이미 그런 그녀의 상태를 알아챘다. 고결하여 범하기 어려운 그의 눈빛은 주설화의 마음을 철렁하게 만드는 빛을 담은 듯했다. 그는 계속 그녀를 바라보며 응시했다.
- 주설화는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겨 그에게로 다가갔다.
- “담우석 삼촌, 좋은 아침이에요!”
- 담우석의 정예한 검은 눈동자는 그녀를 자세히 살피는 듯했기에 주설화는 어쩔 수 없이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 “어제저녁에는 삼촌이 절 방으로 데려갔던 거예요? 진짜 미안해요. 너무 인사불성으로 마셨죠. 삼촌 방을 제가 차지했었네요. 허허…혹시 폐 끼친 건 아니죠?”
- 담우석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그제야 입을 열었다. 너무나도 차가운 목소리였다.
- “아니.”
- 주설화가 이번에 지은 미소는 편한 마음에서 나오는 달콤함을 드러냈다.
- “그럼 우석 삼촌 이만 방해되지 않게 가-”
- “앉아!”
- 담우석은 명령을 던졌다. 적어도 주설화는 거절할 수 없는 강세를 느끼게 되었다.
- 그녀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다 결국은 자리를 잡고 앉게 되었다. 이미 주문한 음식이 그녀 앞으로 올려졌고 그녀는 묵묵히, 또 급하게 빨리 먹어버리고 싶은 상태를 보였다.
- 담우석은 업무를 내려놓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동시에 시도 때도 없이 주설화가 식사하는 모습을 주시했다.
- 주설화는 담우석의 주시를 받으며 서서히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갔다. 그러다-
- “켁켁켁…”
- 결국은 사레에 들리고 말았다.
- 그녀는 급히 옆에 있던 물을 한 모금 크게 마셔서 눌렀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든 그녀는 담우석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 “담우석 삼촌, 그렇게 쳐다보지 않으면 안 돼요? 너무 이상하거든요. 하실 말씀 있으면 편하게 해주세요.”
- “보면 안 되나?”
- “그건 아닌데. 밥을 먹는데 그렇게 쳐다보면 불편하지 않을 사람 없지 않을까요? 삼촌이 식사하고 있을 때 제가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똑같이 불편하실 거예요.”
- “한 번 시도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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