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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담우석 삼촌, 이거 풀어줘요

  • “설화? 작은 삼촌? 두 사람 지금 뭐 해?”
  • 담이안은 멀리서부터 주설화를 가린 담우석의 커다란 실루엣을 보게 되었다. 다만 두 사람이 뭘 하는 중인지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 그러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게 다소 이상하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 “왜 그러고 있어?”
  • 주설화는 재빨리 담이안에게로 걸어가 그녀의 팔짱을 끼며 웃었다.
  • “이안아, 나 배고파. 뭐 좀 구워주면 안 돼?”
  • “마침 널 찾고 있던 참이었어. 가자. 작은 삼촌은 안 가?”
  • 담우석은 방금 전 주설화에게 닿아있던 손가락을 문지르고 있었다.
  • “먼저 가. 이따 그쪽으로 갈게.”
  •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다 담우석은 창가에 그대로 서서 담배에 다시 불을 붙였다.
  • 연기 사이로 실눈을 뜨고 마당에 있는 주설화를 쳐다보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 송지섭은 그녀에게 잘 보이려 고기와 야채가 담긴 접시를 건네며 그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 사람은 뭔지 모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남자는 밝은 눈매에 잘생긴 얼굴이었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그는 티를 한없이 내는 모습이었다.
  • 주설화의 웃는 모습은 꽤나 사람을 매료시켰다.
  • 담우석은 깊은 숨으로 연기를 내뱉었다. 그윽하고 날카로운 눈매 사이로 그의 깊은 고민이 드러났다.
  • “설화야, 방금 너 작은 삼촌이랑 뭐 한 거야? 분위기가 좀 이상하던데.”
  • 담이안은 맥주 한 병을 챙겨 주설화에게 건넸고 두 사람은 병을 부딪혔다.
  • 주설화의 눈에는 불편한 기색이 스쳤고 눈을 내리뜬 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 “삼촌한테 감사 인사를 전하던 중이었어. 오전에 나 구해줬잖아.”
  • “아, 그러네. 오전에 작은 삼촌이 과감하게 인공호흡을 하지 않았으면 위험할 뻔했어.”
  • 담이안은 털털하게 말을 뱉었지만 주설화는 마음이 철렁했다.
  • 인공호흡?
  • 그렇다면…
  • “참, 송지섭은 어떤 거 같아?”
  • 담이안은 주설화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채지 못했고 헤벌쭉 한 얼굴로 그녀에게 바짝 붙어 질문을 던졌다.
  • “어떤 거 같냐니?”
  • “설마. 너 모르는 척 굴지는 마. 그 녀석 너한테 호감 있는 것 같던데. 수작이 좀 유치해서 그렇지. 걔도 여자친구 사귀어본 적 있어. 감정 갖고 놀 애도 아니고. 느낌 괜찮으면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 “음, 사람이 괜찮긴 한데 감정이란 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 “하하…하긴. 자연스럽게 가는 게 좋겠다. 네 마음을 흔드는 날이 왔을 때 다시 고민해도 늦지 않지 뭐. 자, 치얼스. 오늘 취하기 전에는 안 들어가는 거야. 갑자기 대학교 졸업식날 밤이 생각난다. 진짜 오랜만에 이렇게 편한 시간 보내는 것 같아…”
  • 주설화도 따라서 웃었다. 두 사람은 병을 부딪치며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 주설화 본인도 얼마나 마셨는지 가늠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흩어진 시간에도 그녀와 담이안은 마시며 웃고 떠들었다.
  • 이때 송지섭이 괜히 끼어들려 했지만 담이안이 그를 쫓아냈다.
  • 담이안은 주설화를 꼭 끌어안으며 자기 거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주설화는 피식 웃었다. 살짝 알딸딸한 상태긴 했지만 심하게 취해 있지는 않았다. 송지섭을 돌려보낸 뒤에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기대어 앉아있었다.
  • 고개를 들어보니 별들이 낮게 드리워져 유난히 시야가 넓게 느껴졌다.
  • 그녀는 눈을 살짝 감았다. 옆에 있던 담이안은 중얼거리다 서서히 소리가 없어진 상태였다.
  • 주설화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힘이 풀린 발걸음은 그녀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 탓에 옆으로 쏟아지고 있던 그녀는 문득 단단한 몸뚱이에 안겨버리게 되었다.
  • 반응이 무뎌진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눈앞에 겹쳐진 사람의 형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작은 손으로 눈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받쳐 들고 혀가 꼬인 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 “움직이지…움직이지 마.”
  •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눈앞의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할 수 있었다.
  • “음…담우석 삼촌?”
  • 주설화의 말투는 그리 확신에 차있지 않았다.
  • “취했어?”
  • 담우석은 여자를 품에 안은 채 커다란 손바닥을 바짝 대고 있었다.
  • 주설화는 정신이 말짱할 때처럼 경계를 하지 않고 얌전히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 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내면서 손을 그의 얼굴에 대고 있기까지 했다. 그런 그녀의 손바닥은 말랑말랑했고 손가락은 약간 차가웠다.
  • “아니요, 안 취했어요.”
  • “그래.”
  • 취한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뱉는 말이었다.
  • “이안이 데려다줘야 돼요.”
  • 주설화는 담이안을 방으로 데려다줘야 한다는 의지가 남아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담이안을 확인했지만 이미 그녀는 사라지고 없는 상태였다.
  • “어? 이안이는 어디로 갔지? 이안아…이안아…”
  • 그녀는 큰 소리로 외쳤다. 바보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담우석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 “이안이는 이미 들여보냈어. 너도 들어갈 거지?”
  • 주설화는 30초 정도 생각을 거친 뒤 반응을 보였다.
  • “오, 좋아요.”
  • 뭐가 좋다는 거야?
  • 담우석은 불쑥 품속의 여자를 안아 들었다.
  • 주설화는 또 한 번 머리가 어지러웠던 탓에 바로 남자의 목을 힘껏 감쌌다.
  • 그녀의 감은 눈에 드리워진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애교 섞인 목소리가 담우석의 목 사이를 지나 귀를 간지럽혔다.
  • “어지럽다.”
  • 무심결에 나온 아양은 사람을 미쳐버리게 만들었다.
  • 담우석은 몸이 팽팽해지며 침을 꼴깍 삼켰고 무거웠던 발걸음은 살짝 멈칫했다가 다시 안으로 향했다.
  • 그는 아예 그녀를 제 방으로 안고 들어가 침대 위로 눕혔다.
  • 주설화는 침대에 눕자마자 습관적으로 몸을 뒤집었고 꼼지락거리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티셔츠, 반바지를 거쳐 맨 마지막에는 몸을 가리고 있던 작은 속옷만이 남게 되었다.
  • 담우석은 예가 아니면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불타오르듯 이글거리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여자의 작은 손이 속옷마저 풀어버리려던 그때 문득, 그가 몸을 기울였다.
  • 그는 양손으로 그녀의 작은 손을 눌러버렸고 공중에 반쯤 몸이 떠있는 그의 호흡은 다소 거칠어진 상태였다.
  • 손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던 주설화는 괴로워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눈을 떴지만 시야가 흐릿했다.
  • 그녀는 눈앞의 사람을 향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애원했다.
  • “담우석 삼촌, 이거 풀어줘요…”
  • 쿵!
  • 담우석의 심장이 쿵 하고 폭발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