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몸으로 신세를 갚다
- 모든 사람들이 윤경훈의 이상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 하지만 주설화 본인은 은연중에 그 뜻을 캐치하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을 보였다.
- 아마 담우석과 함께 이곳에 도착했을 때 생긴 오해로 인해 뱉는 농담인 듯했다.
- 그런데 담우석은 해명을 하지 않은 건가?
- 주설화는 담우석을 쳐다보았고 담우석의 검은 눈동자는 빛이 반짝였다.
- “윤경훈.”
- 담우석은 담담한 목소리로 경고장을 날렸다.
- 윤경훈은 그제야 입을 닫았다. 그는 더 이상 주설화를 놀리지 않았고 담우석과 공적인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주설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옆에 있던 담우석은 한 손으로 담배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끔 젓가락을 집어 들어 요리를 몇 점씩 입으로 가져갔다.
- 주설화는 상큼해 보이는 초록색의 요리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맛은 좋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위치가 돌아간 탓에 그녀는 실망하며 젓가락을 내려놓고 차 한 모금을 마셨다.
- 눈 빠지게 기다리던 요리는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불현듯 긴 손가락 하나가 돌림판을 돌렸고 그 덕에 그 요리는 다시금 주설화 앞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서둘러 먹기 시작했다.
- 담우석은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이고 나서 검은 눈동자로 주설화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런 그의 눈가에는 알아채기 힘든 웃음기가 스쳐 지나갔다.
- 식사를 끝낸 뒤 주설화는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고 저녁이 다 되어서야 깨게 되었다.
- 밖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움직임에 그녀는 세수를 가볍게 한 뒤 방을 나섰다.
- 그녀는 복도 끝자락에서 창문을 사이에 두고 등불이 환한 마당을 내다보았다. 친구들은 바비큐와 술을 즐기며 즐겁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주설화는 살짝 입꼬리를 올린 채 나른하게 기대어 서있었다.
- 머지않은 곳에 서있던 담우석의 검은 눈동자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여자에게로 향했다.
- 그는 손가락을 살짝 꼰 채로 있다가 긴 다리를 뻗으며 그녀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 “가서 같이 안 놀아?”
- 주설화는 흠칫 놀랐다가 담우석인 것을 발견하고 가벼운 미소를 보였다.
- “삼촌은요? 왜 안 나가요?”
- 담우석의 얇은 입술은 곡선을 그렸다.
- “누가 어르신이라 그래서. 어르신은 이제 저런 분위기에 안 어울리지.”
- “풉…”
- 주설화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이 터졌다.
- “담우석 삼촌, 제가 농담이라고 얘기했잖아요. 설마 뒤끝 있어요?”
- 담우석의 먹색 눈동자는 다소 어두운 빛을 띠며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 “내가 그렇다고 하면?”
- “어…”
- 주설화는 머쓱한 모습이었다.
- “담우석 삼촌, 사과할게요. 네? 정말 농담이었어요.”
- 주설화가 담우석이 정말로 화났을 것이라고 여기던 그때 그가 불쑥 입을 열었다.
- “나도 농담한 거야.”
- “…”
- 농담도 참 무섭게 하시네.
- 주설화는 남몰래 입꼬리를 삐죽거렸다고 생각했지만 그 모습은 담우석의 눈에 훤히 보였다.
- “고맙다는 인사는 안 하게?”
- 담우석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주설화는 그제야 반응하게 되었다. 아까 오전에 그녀를 수영장에서 구해줬던 사람은 그였다.
- “참. 감사했습니다, 담우석 삼촌.”
- 감사 인사를 전하고 난 뒤 주설화는 문득 담우석과 알고 지내게 된 이후로 계속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 이어 그녀는 미소를 머금었다.
- “삼촌, 제가 참 많이도 고맙다고 했었네요. 이제 어떻게 제대로 된 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네요.”
- 담우석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 “보답할 길이 없어?”
- 주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뇌리 속에 문득 “그럼 몸으로 때워야지”라는 말이 스쳤다.
- 그녀는 바로 고개를 저으며 재빨리 떠오르는 생각을 차단해버렸다. 그녀는 담우석을 쳐다보다 불현듯 담우석의 눈이 사람을 빨아들일 듯이 무서울 정도로 그윽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 그녀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뜨거운 기운이 불쑥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고 그녀는 몸이 굳어버린 채 고개를 돌렸다. 담우석은 이미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 그의 차가운 얼굴은 윤곽이 뚜렷했고 눈매가 날카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뱉은 숨결이 거의 그녀의 얼굴에 스칠 거리였다. 주설화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간질간질 했고 몸이 살짝살짝 떨리고 있었다.
- “그 다음 구절이 뭐지?”
- 담우석은 한 손으로 창틀을 짚은 채 몸을 앞으로 기울여 서서히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 주설화는 거의 숨을 죽인 상태였고 작은 얼굴은 굳어버린 지 오래였다.
- 그가 거리를 좁혀올수록 그녀는 뒤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 그러던 중 그의 커다란 손바닥은 그녀의 허리춤에 올려졌고 찰나의 순간 등이 뜨거워지며 온몸으로 그 열기가 번져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담우석은 주설화가 굳어버린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질문을 이어갔다.
- “응? 보답할 길이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지?”
- “몸…몸으로…”
- “작은 삼촌?”
- 담이안의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의 애매한 분위기의 흐름을 끊어버렸다.
- 주설화는 재빨리 담우석을 밀어냈고 얼굴은 빠르게 식어버린 채 창밖을 내다보았다. 담우석은 눈가가 차가워지더니 그제야 몸을 바르게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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