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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주설화 씨도 우석 형한테 시집가고 싶죠

  • 주설화는 방으로 돌아가 바로 옷을 갈아입은 뒤 원래의 모습으로 복귀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방금 전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삭제하는 중이었다.
  • 이때, 담이안이 방금 전 짓궂은 장난을 친 남자를 데리고 왔다.
  • “사과해! 송지섭. 네가 한 일에 X발 책임을 져.”
  • 송지섭은 다소 난감한 기색이었다. 담이안에게 밀려 휘청하게 된 그는 버럭 화를 내려다 주설화의 얼굴을 보고 나서 삼켜버리게 되었다.
  • 잘생긴 얼굴의 그는 한껏 어색한 모습으로 입술을 움직였다. 동시에 귀는 뿌리까지 빨개진 모습이었다.
  • “저기…미안해! 수영할 줄 모를 거라고 생각 못 했어…”
  • “괜찮아. 오해일 뿐인 걸 뭐.”
  • 주설화가 지은 웃음에 송지섭은 되려 귀가 더 빨개졌다.
  • 담이안은 뭔가 캐치한 듯 털털하게 송지섭을 때렸다.
  • “송지섭, 너 아니지? 뭔 순진한 척을 하고 있어? 우리 설화가 앞에 있는 게 아니면 너-”
  • “담이안 너, 당장 그 입 다물어라.”
  • 송지섭은 부끄럽고 분한 나머지 성을 내려다 참하고 예쁜 주설화에게 시선이 닿게 되자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는 담이안을 매섭게 노려보며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 담이안은 배꼽 잡고 웃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송지섭은 일부러 엄숙한 척하며 주설화를 향해 입을 열었다.
  • “오늘은 내가 잘못했으니까 이렇게 하는 게 어때? 우리 번호 교환하고 나중에 밥 한 번 살게. 사죄의 의미로.”
  • “그럴 거 없어!”
  • “그러는 걸로 해, 그러는 걸로!”
  • 담이안은 이미 주설화를 배신하고 송지섭에게 그녀의 번호를 알려주고 있었다. 이어 담이안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 “그렇게 하는 걸로 해. 송지섭, 경고하는데 설화 내 절친이다. 식사를 하는 건 좋지만 한 번만 더 괴롭혔다간 이 몸이 직접 네 숨을 끊어버릴 거야.”
  • “그런 소리 작작해. 내가 그럴 사람이냐?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
  • 송지섭은 주설화에게 말했다.
  • “일단 쉬고 있어. 내가 너한테 연락할게!”
  • 저녁에 식사를 하는 동안 송지섭은 이미 담이안과 주설화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 멀리서부터 그 장면을 지켜보던 윤경훈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계속해서 통화를 하고 있는 담우석에게 시선을 보냈다.
  • 윤경훈은 소리 없이 턱짓을 했고 그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린 담우석의 검은 눈가는 실눈을 만들었다.
  • 윤경훈은 담우석의 반응을 보더니 더더욱 흥미롭게 웃었다.
  • 저쪽에서는 송지섭이 무슨 말을 했는지 주설화가 웃기 시작했다. 심지어 꽤나 맑은 꺄르르 소리를 내는 호쾌한 웃음이었다. 은방울이 굴러가듯 듣기 좋은 목소리를 들은 담우석은 비어있던 손을 허벅지 위로 올리더니 생각이 많은 듯 손가락을 꼼지락 대고 있었다.
  • 전화를 끊은 뒤 윤경훈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목소리를 낮춰 담우석에게 물었다.
  • “우석 형, 저 여자분 꽤나 눈길을 끄는 타입인 것 같은데. 도대체 형은…”
  • 담우석은 냉담하게 굴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또 한 번 그녀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보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종잡을 수 없었다.
  • 윤경훈은 가볍게 웃고 나서 더 이상 질문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목청을 높여 소리를 냈다.
  • “이안아, 지섭아, 이리 와서 같이 놀자. 우석 형님께서 너무 외롭고 쓸쓸하시다.”
  • 담이안은 그를 흘겨본 뒤 주설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예쁜 그녀의 눈동자는 빠르게 움츠러들더니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 송지섭은 낮은 소리로 답했다.
  • “설화야, 너도 담우석 삼촌 무서워하는 거야? 그치, 내가 봐도 저 삼촌은 좀 무서운 분이셔. 연장자셔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담우석 삼촌은 왠지 모르게 무섭게 느껴진단 말이야. 그런데 긴장할 건 없어. 내가 있으니까.”
  • 한껏 가까워진 두 사람의 모습은 전부 담우석의 시야에 담겼고 검은 그의 눈동자에는 날카로운 빛이 스치듯 반짝였다.
  • 세 사람이 걸어와 자리에 앉을 때 송지섭은 티 나게 주설화를 제 옆에 앉히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윤경훈은 일부러 두 사람을 갈라놓으며 주설화를 담우석 옆으로 밀어붙여 나란히 앉게 만들었다.
  • “경훈 삼촌, 이쪽은 제 친구 주설화. 설화야, 이분은 경훈 삼촌이셔.”
  • 담이안은 두 사람이 아직 초면인 줄 알고 소개를 해주었다.
  • “경훈 삼촌은 무슨. 오빠가 맞죠 설화 씨?”
  • 주설화는 입꼬리를 올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 “경훈 삼촌!”
  • “…허허! 삼촌? 하긴 삼촌이라는 호칭도 꽤 재밌는 호칭이야. 안 그래, 우석 형?”
  • 윤경훈의 말속에 담긴 뜻은 본인과 담우석만이 알아챌 수 있었다.
  • 담이안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
  • “삼촌 맞잖아. 경훈 삼촌, 젊은 척하는 거 별로야. 밖에서 어린 애들이나 속아주겠지 여기선 안 통해.”
  • “너 이 계집애, 말하는 꼬락서니 좀 봐라. 이 오빠는 국민남편감…”
  • “흥, 그건 우리 작은 삼촌이 겸손해서 그런 거지. 안 그럼 경훈 삼촌 몫이 차려질 리가 없지.”
  • 윤경훈은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허허 웃으며 담우석을 쳐다보다 사악한 웃음기를 머금었다.
  • “우석 형이라면 내가 기꺼이 양보하지. 성숙한 여자든 소녀든 다들 우리 우석 형한테 시집가고 싶어서 안달이잖아. 안 그래요, 설화 씨?”
  • “네?”
  • 주설화는 뜬금없이 지명을 당하자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하하…그러면 설화 씨도 우리 우석 형한테 시집가고 싶겠네요?”
  • “…”
  • 모든 사람들이 흠칫했다.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주설화였고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댔다.
  • “아니요, 아니에요. 경훈 삼촌, 저 그만 놀리세요. 담우석 삼촌은 연장자…”
  • “경훈 삼촌, 뇌에 물이 들어가기라도 한 거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 담이안은 불만 섞인 목소리로 그를 질책했고 윤경훈은 담우석을 힐끔 쳐다보았다.
  • 담우석은 경고의 눈빛을 차갑게 보내고 있었다. 윤경훈은 소탈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 “그래요, 알겠어요. 그만 놀릴게요. 설화 씨 너무 마음에 두지는 말아 줘요. 그런데 말이에요. 설화 씨는 예쁘셔서 구애하는 사람이 참 많겠어요.”
  • “아니요…”
  • “경훈 삼촌!”
  • 담이안은 이상하게 느꼈고 다소 화가 난 얼굴을 했다.
  •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자꾸 설화를 노려? 그 바람기로 우리 설화한테 들이댈 생각은 하지도 마. 설화는 내 베프고 삼촌 조카뻘이 되는 사람이야. 어른이 돼서 애처럼 굴지 마!”
  • 윤경훈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 “어른이 돼서 애처럼 군다고?”
  • 그는 피식 웃더니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듯 크게 웃어대기 시작했다.
  • “하하하하…우석 형, 들었어? 어른이 돼서 애처럼 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