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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딸을 만나다

  • 조이준은 머릿속에서 꽝하고 폭발음이 들리는 것 같았고, 너무 흥분해서 소리를 지를 것 같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즉시 눈앞의 귀여운 녀석을 품에 안고 마음껏 뽀뽀해주고 싶었다.
  • ‘내 딸이다!’
  • “이봐요, 이상한 아저씨! 제가 묻잖아요?”
  • 조그만 여자아이가 입을 샐죽거리며 말하고, 경계하는 표정으로 조이준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 “아저씨도 엄마를 괴롭히러 온 나쁜 놈이야? 흥! 나쁜 놈, 때려줄 거야!”
  • “꼬마야, 아저씨는 나쁜 사람 아니야.”
  • 조이준은 맘속의 흥분을 억누르며 쪼그리고 앉아, 최대한 온유한 목소리로 말했다.
  • “꼬마야, 너 참 예쁘구나. 아저씨가 사탕 줄 테니까, 아저씨한테 이름이 뭔지 알려줄래? 몇 살이야? 응?”
  • “아저씨, 너무 유치해요!”
  • 작은 여자아이는 얕보는 표정으로 입을 삐죽 내밀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허리를 짚은 채 오만하게 말했다.
  • “아저씨 그거 두세 살짜리 아이들 달랠 때나 쓰는 속임수예요. 송이는 올해 벌써 네 살이라고요. 그런 거에 안 속아요!”
  • “하하하!”
  • 조이준은 총애하는 눈빛으로 계집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그럼! 송이가 제일 똑똑하지!”
  • 조그만 여자아이가 오만하게 말했다.
  • “당연하지! 송이는 우리 유치원에서 제일 똑똑해요. 어? 아저씨 내 이름 어떻게 알아요?”
  • 조이준은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 “송이야, 방금 나쁜 사람이 너하고 엄마 괴롭힌다고 한 말 진짜야?”
  • 조이준의 목소리에서 서늘한 기운이 드러났다.
  • “네!”
  • 송이는 조그만 머리를 힘껏 끄덕였다.
  • “삼촌이 오늘 또 와서 엄마를 괴롭혀요. 삼촌이 올 때마다 엄마는 송이 몰래 울어요.”
  • 송이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 “삼촌은 나쁜 사람이야. 송이는 삼촌 싫어!”
  • 계집아이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입을 삐죽 내밀고, 조그만 손을 휘둘렀다.
  • “송이는 빨리빨리 커서 엄마를 보호할 거예요.”
  • 당찬 송이의 말을 들으며, 조이준은 마음이 쓰리고 미안했다.
  • 탁!
  • 쨍그랑!
  • 그때, 가까이 윤다정의 집에서 갑자기 물건 깨지는 소리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송이는 놀라서 얼굴이 하얘졌고,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며 조이준의 뒤로 몸을 숨겼다.
  • “삼촌이 또 엄마를 때려요. 송이 무서워요......”
  • 조이준은 머리가 꽝하고 폭발하는 것 같았다.
  • ‘삼촌? 윤씨 집안 사람!’
  • ‘윤다정은 이미 돈 한 푼 없이 쫓겨났고, 가족들에게서 버림받았다고 들었는데, 그러고도 가만 내버려 두지 않고 괴롭히는 거야?’
  • ‘이 인간들 무슨 권리로 조이준의 여자를 괴롭혀?’
  • “송이야 겁내지 마, 아저씨가 있잖아.”
  • 조이준이 말하면서 조그만 여자아이에게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 “우리 같이 가서 엄마를 지키고, 나쁜 놈을 때려주자, 응?”
  • “네, 좋아요!”
  • 송이는 조그만 머리를 힘껏 끄덕였다.
  • “아주 용감하구나!”
  • 조이준은 웃으며 여자아이의 조그맣고 포동포동한 손을 잡았다. 자신의 핏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 잠시 후, 조이준은 사나운 기세로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죽고 싶지?’
  • 쨍그랑!
  • “윤현, 너무 심한 거 아니야?”
  • 거실에서 윤다정은 벌컥 화를 내며 컵을 던져 깨뜨렸다. 경국지색이라 할만한 그녀의 얼굴은 이 순간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했다.
  • “나더러 재혼을 하라고? 몸을 팔라는 거겠지! 너희들 눈에는 내가 뭐로 보이니? 나 윤다정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비루한 짓은 안 해?”
  • 윤다정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서럽고 막막하고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소파에 앉아있는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 오늘 아침, 5년 전 자신을 쫓아내고 내내 자신의 생사에는 관심도 없던 윤씨 집안에서 갑자기 소식을 보내왔다. 그녀에게 윤씨 집안으로 돌아올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 소식을 들은 윤다정은 윤씨 집안이 가족애 때문에 자신을 버리지 못하고 마음을 고쳐먹고 자신을 데리러 오는구나 하고 감격했었다.
  • 그러나, 현실은 세차게 그녀의 뺨을 한 대 때린 것과 같았다.
  • 그들은 그저 자신을 싸구려 상품으로 취급했다. 그들은 자신의 몸뚱이로 이씨 집안 장남의 환심을 사서, 몇백억짜리 계약을 성사시키려는 것일 뿐이었다.
  • 자신은 그들의 가족이 아닌가! 자신은 윤씨 집안의 골육이란 말이다.
  • 그런데, 지금 그들은 그녀의 생사와 존엄은 전혀 상관하지 않을 정도로 냉혹해졌다.
  • 윤다정은 칼로 에는 듯 마음이 아팠다.
  • “누나, 고상한척하지 마! 혼전임신으로 집안 명예에 먹칠해서 쫓겨난 사람이 누구야? 잊었어?”
  • “아이 아버지를 데려오지도 못하는 주제에 혼자 깨끗한 척! 너무 웃겨!”
  • 윤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손톱을 손질하며, 윗사람이라도 된 듯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 “이씨 그룹의 시장가치는 몇천억이야. 집안도 회사도 다 거대하다고. 게다가 이씨 집안 장남은 뛰어난 인재야. 집안의 계승 서열 1위라고! 그 사람이 누나를 좋아한다는데, 영광으로 알아야지!”
  • “그 사람이 누나한테 아이가 있는 것도 상관 안 하고,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주겠대. 누나를 다시 고귀한 윤씨 집안 아가씨로 불리게 해 준다고! 이만하면 누나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 아니겠어?”
  • 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 “옷 벗고 다리만 벌리면 돈이 굴러들어 오는 거야. 밖에 얼마나 많은 여자애들이 이런 기회를 얻으려고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며 경쟁하는지 알아? 집안에서 정말 큰 기회를 잡아준 거라고. 이렇게 보살펴 주는데, 고맙다는 말은 못 할망정!”
  • “꺼져! 내 집에서 당장 나가!”
  • 윤다정의 아름다운 얼굴이 분노로 가득 찼다. 그녀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였다.
  • “나는 죽는 한이 있어도 이 결혼 안 해! 절대로 너희 뜻대로는 안될 거야!”
  • “안 해? 그건 누나 맘대로 안되지? 윤씨 집안이 결정한 일을 언제부터 누나 맘대로 하니 안 하니 할 수 있었어?”
  • 윤현은 안면을 몰수하더니, 악랄한 표정으로 손짓했다.
  • “묶어!”
  • 뒤에 있던 경호원 몇 명이 나서더니, 윤다정을 잡으려고 다가왔다.
  • “안돼, 오지 마!”
  • 윤다정은 연약한 여자다. 어떻게 여러 남자를 당해 낼 수 있겠는가? 그녀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계속 뒤로 물러서다가, 탁자의 주전자를 잡아채서 던졌다.
  • 촤악!
  • “으악!”
  • 뜨거운 물이 윤현의 얼굴에 쏟아져, 얼굴 껍질이 벗겨질 지경이 되었고, 그는 돼지 멱따는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 “이 년이, 감히 나한테 이런 짓을 해? 죽여버리겠어!”
  • 그는 벌게진 눈으로 윤다정의 얼굴을 향해 힘껏 팔을 휘둘렀다.
  • 얼마나 힘껏 휘둘렀는지, 맞으면 얼굴이 망가지진 않더라도, 피부는 찢어질 것 같았다.
  • 윤다정은 놀라고 무서워서, 거의 절망한 상태로 눈을 꼭 감았다.
  • 쾅!
  • 바로 그때, 한 사람이 발로 방문을 걷어차고 들어왔다. 조이준은 두세 발자국 걸어오더니 바로 윤현의 손을 눌렀다.
  • “당, 당신 누구야?”
  • 윤현은 팔이 펜치로 고정된 것같이 아파서, 입을 벌리고 소리쳤다. 뒤에 있던 경호원들은 더욱 놀란 표정이다.
  • ‘이 녀석 어떻게 들어왔지?’
  • 조이준은 윤현을 상관하지 않고, 그의 팔만 냉혹하게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 “너 이쪽 손 아주 나빠!”
  • “맘에 안 들어!”
  • “어디서 굴러먹던 녀석이야? 내 손 놔! 안 그러면......”
  • 빠직!
  • “으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