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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오늘 그 기세를 꺾어주마

  • 황혼이 깃들자 장릉시 곳곳에는 불이 켜지고 차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준은 넓고 호화로운 링컨 리무진의 뒷좌석에 앉아 능숙하게 차를 우려냈다. 차 안은 어느새 찻잎 향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칼처럼 차가운 빛이 서려 있었다. 만다라의 독은 감정 기복이 심하면 증 조울증 증세를 더욱 악화시켰다.
  • 사해 상회의 마재동이 아버지의 다리를 부러트린 일로 이미 그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다. 이준은 가는 길 내내 그의 분노를 억눌렀다. 차가 그의 마음을 누그러트리는데 조금 일조했다.
  • “사해 상회, 원래 이름은 사해방으로 처음에는 몇십 명의 질 나쁜 이들로 구성된 조직이었습니다. 이후 마재동의 손을 거쳐 강제 철거와 강제 개조를 통해 도박장, 고리대와 같은 사업을 하며 온갖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현재는 3개의 부동산과 2개의 목욕 시설, 상가, 단란주점, 노래방 등 손대고 있는 업종이 셀 수 없으며 그 재산만 이미 5천억이 넘습니다.”
  • 진강의 설명을 듣던 이준은 고개를 들어 눈앞에 놓인 30층이 넘는 서슬 퍼런 사해 상회 빌딩을 바라보았다. 그는 냉소를 한번 지으며 말했다.
  • “참 돈도 많네.”
  •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그의 양부 주상열과 수많은 사람의 피땀을 착취하여 이루어낸 것들이자, 사람들의 고혈을 짜낸 결과물이었다.
  • 진강이 차를 세우며 한 마디 덧붙였다.
  • “현재 마재동은 사해 상회의 회장으로 있고, 그 수하가 3천 명이나 됩니다. 그 세력이 주변 여러 지역에 포진해 있어 장릉 시의 패거리로 불립니다. 게다가 지역 수장이 그들의 뒷배를 봐주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까지 그들을 봐주고 있을 정도니 그 기세가 하늘을 찌릅니다.”
  • “한 가지만 묻지.”
  •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휘젓는 이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냉담하고 차분했다. 마치 이 모든 것들이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 “네가 나서서 사해 상회를 무너트리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 진강이 몸을 돌려 세 손가락을 펴 보였다.
  • “사흘?”
  • 이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 “3분이요.”
  • 진강이 신속하게 대답했다.
  • “내려.”
  • 이준은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들이켠 뒤 기세를 드러냈다.
  •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그 기세 오늘 내가 꺾어주마.”
  • 동화국 전체를 통틀어 누가 감히 용혼 군신의 앞에서 ‘하늘’을 논한단 말인가? 역린을 건드리고 그의 가족을 건드리다니, 천왕이 온다 한들 그 누구도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 그 시각, 사해 빌딩의 꼭대기 층 회장의 집무실.
  • 마흔 살 안팎의 남자가 시가를 문 채 흉악한 표정으로 오만하게 전화를 받고 있다.
  • “북성구 그 땅 공문은 수고 좀 해 주십시오. 제 쪽에서 300억 더해서 집 두 채 더 밀죠. 내년에 개장하면 천억은 더 넘게 남을 겁니다, 하하!”
  • “네? 철거비요?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그 촌뜨기들, 십 년을 빼앗아도 입도 뻥끗 못 할걸요.”
  • “불복하면 좀 손봐주면 됩니다. 그래도 불복하면 가족들 건드리면 돼요. 사해 상회 휘하에 사람만 수천 명입니다. 방법은 많아요. 그때 가면 제발 철거해 달라고 우리를 붙잡고 빌 테니까요.”
  • “이유라? 그 머저리들한테 이유가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10년 전에 자기가 무슨 정찰병 출신이라고 하는 놈이 폭력으로 저항을 하면서 수하 몇 녀석을 족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다리를 부러트려서 시궁창에 처박지 않았겠습니까? 그 후로 10년이나 흘렀지만, 여태 말 한마디도 못 합니다.”
  •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두 사람이 함께 손잡으면 분명 떼돈 법니다.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 마재동은 괴이하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는 시가를 문 채 창문 앞으로 다가가 등불이 환한 장릉 시의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이 밤의 왕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높은 곳에 우뚝 선 그는 못 할 것이 없었다!
  • 조만간 곧 그는 이 도시를 자신의 발아래 두고 만인이 모두 우러러보는 자가 되리라 생각했다. 마재동은 설레고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 쾅!
  • 바로 그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발로 차고 들이닥쳤다. 갑자기 들이닥친 두 사람 때문에 마재동의 아름다운 환상이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 마재동은 갑자기 벌어진 일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차가운 눈빛의 젊은 남자 한 명이 성큼성큼 걸어왔고, 그 뒤에는 꼿꼿한 체구의 남성이 공손히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준과 진강이었다.
  • 마재동이 버럭 화를 냈다.
  • “누구야? 누가 너희를 들여보냈어? 개 같은 것들이 이 꼭대기 층이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 규율도 모르는 것들이 어서 꺼져…….”
  • 진강이 날카로운 표정을 지으며 먼저 앞으로 달려들었다.
  • “대장님께 예의를 갖춰라!”
  • 퍽!
  • 마재동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강이 바로 한발에 마재동의 뚱뚱한 배를 걷어찼다. 마재동은 마치 포탄이 발사되듯 순식간에 그의 책상 위로 뒤엎어지며 난장판이 되었다.
  • “이런 씨…….”
  •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강은 책상 위에 있던 재떨이를 집어 들고 마재동의 머리를 수차례 세차게 가격했다. 마재동의 머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돼지를 잡는 것처럼 고통에 꺽꺽거리는 소리만 내질렀다.
  • 마재동은 금방이라도 폭발해버릴 지경이었다. 사해 상회의 회장으로 장릉 시 그 어느 곳을 가도 받들어 모셔졌던 자신이지 않던가? 그런데 겨우 두 애송이가 자신의 영역에 침범해 돼지 잡듯 자신을 잡아 패고 있다.
  • “너, 너 뭐 하는 놈이야? 감히 나를 건드려? 내가 누군지 알아?”
  • 마재동이 얼굴에 묻은 선혈을 닦자 그 얼굴이 더 음험해 보였다.
  • 퍽!
  • 진강이 그의 뺨을 후려치며 싸늘하게 말했다.
  • “말조심해. 용 대장님께는 ‘당신’이라고 존칭을 쓰도록.”
  • “…….”
  • 마재동은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행색은 평범해 보이는 젊은 사내가 무뚝뚝한 기색으로 사무실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사료를 집어 어항 속 금붕어들에 주며 자기 집보다 더 편하게 활보하고 있었다.
  • “3분의 시간을 줄 테니, 유언을 잘 생각해 놔. 그리고 안장될 명당도 하나 골라놓고.”
  • 이준은 마재동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담담하게 한마디만 내뱉었다. 그러더니 어디에서 자명종을 찾아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 ‘이,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정말이지 영문을 모르겠네!’
  • 이러한 굴욕은 생전 당해본 적이 없던 마재동은 이내 폭발하여 소리쳤다.
  • “개놈의 자식! 너 뭐 하는 놈이야? 감히 나를 협박해? 죽여버리겠어!”
  • 진강이 잠시 멈춘 틈을 타 그는 재빨리 서랍에서 무전기를 꺼내 외쳤다.
  • “아무도 없어? 어디 갔어? 내가 공격당했어!”
  • 와르르-.
  • 두두두!
  • 일 분도 안 되어 경보음이 울리더니, 30여 명의 경호원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그들은 쇠막대기와 칼을 들고 욕설을 퍼부으며 날뛰기 시작했다.
  • “하하, 개놈 자식들, 이제 죽었어. 싸워 봐? 수십 명과 한번 붙어봐?”
  • 마재동은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며 욕을 지껄였다.
  • “내 앞에 무릎 꿇고 머리 조아려. 뺨 한 200대만 갈기고 나서 너희들 시체는 보존 시켜 주지. 안 그럼…….”
  • 퍽!
  • 이준이 미간을 찡그리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마재동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 힘이 어찌나 셌는지 마재동은 그대로 비틀거리며 피 묻은 이 세 개를 뱉어냈다.
  • “시끄러워. 내가 말할 땐 조용히 듣고만 있어. 알겠어?”
  • 화가 치밀어 오른 마재동이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 “죽여! 이 두 놈 잡아 죽여라!”
  • 수십 명의 건달이 즉시 매섭게 돌진하며 덤벼들었다.
  • 탕!
  • 탕탕탕!
  • 그때, 몇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고, 건달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일제히 멈칫했다. 가장 앞에서 달려들었던 세 명은 차례로 다리에 총을 맞아 피를 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 멀지 않은 곳에서 진강이 한 손에 총을 든 채 살벌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 “한 발짝만 더 다가오면 머리통이 날아갈 줄 알아. 못 믿겠으면 어디 해 봐.”
  • 습!
  • 숨을 훅 들이켜는 소리와 함께 마재동을 비롯한 모두의 심장이 튀어나올 듯이 뛰기 시작했다.
  • ‘총을 쏘다니? 이런 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야?’
  • 현장에는 침묵이 흘렀다.
  • 탁탁탁!
  • 이준은 차분한 얼굴을 한 채, 손가락으로 가볍게 책상을 두드렸다. 그는 담담하게 마재동의 얼굴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의 말투는 가벼웠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했다.
  • “이제 2분 17초 남았어. 유언은 다 생각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