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깃들자 장릉시 곳곳에는 불이 켜지고 차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준은 넓고 호화로운 링컨 리무진의 뒷좌석에 앉아 능숙하게 차를 우려냈다. 차 안은 어느새 찻잎 향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칼처럼 차가운 빛이 서려 있었다. 만다라의 독은 감정 기복이 심하면 증 조울증 증세를 더욱 악화시켰다.
사해 상회의 마재동이 아버지의 다리를 부러트린 일로 이미 그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다. 이준은 가는 길 내내 그의 분노를 억눌렀다. 차가 그의 마음을 누그러트리는데 조금 일조했다.
“사해 상회, 원래 이름은 사해방으로 처음에는 몇십 명의 질 나쁜 이들로 구성된 조직이었습니다. 이후 마재동의 손을 거쳐 강제 철거와 강제 개조를 통해 도박장, 고리대와 같은 사업을 하며 온갖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현재는 3개의 부동산과 2개의 목욕 시설, 상가, 단란주점, 노래방 등 손대고 있는 업종이 셀 수 없으며 그 재산만 이미 5천억이 넘습니다.”
진강의 설명을 듣던 이준은 고개를 들어 눈앞에 놓인 30층이 넘는 서슬 퍼런 사해 상회 빌딩을 바라보았다. 그는 냉소를 한번 지으며 말했다.
“참 돈도 많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그의 양부 주상열과 수많은 사람의 피땀을 착취하여 이루어낸 것들이자, 사람들의 고혈을 짜낸 결과물이었다.
진강이 차를 세우며 한 마디 덧붙였다.
“현재 마재동은 사해 상회의 회장으로 있고, 그 수하가 3천 명이나 됩니다. 그 세력이 주변 여러 지역에 포진해 있어 장릉 시의 패거리로 불립니다. 게다가 지역 수장이 그들의 뒷배를 봐주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까지 그들을 봐주고 있을 정도니 그 기세가 하늘을 찌릅니다.”
“한 가지만 묻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휘젓는 이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냉담하고 차분했다. 마치 이 모든 것들이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네가 나서서 사해 상회를 무너트리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진강이 몸을 돌려 세 손가락을 펴 보였다.
“사흘?”
이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3분이요.”
진강이 신속하게 대답했다.
“내려.”
이준은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들이켠 뒤 기세를 드러냈다.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그 기세 오늘 내가 꺾어주마.”
동화국 전체를 통틀어 누가 감히 용혼 군신의 앞에서 ‘하늘’을 논한단 말인가? 역린을 건드리고 그의 가족을 건드리다니, 천왕이 온다 한들 그 누구도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그 시각, 사해 빌딩의 꼭대기 층 회장의 집무실.
마흔 살 안팎의 남자가 시가를 문 채 흉악한 표정으로 오만하게 전화를 받고 있다.
“북성구 그 땅 공문은 수고 좀 해 주십시오. 제 쪽에서 300억 더해서 집 두 채 더 밀죠. 내년에 개장하면 천억은 더 넘게 남을 겁니다, 하하!”
“네? 철거비요?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그 촌뜨기들, 십 년을 빼앗아도 입도 뻥끗 못 할걸요.”
“불복하면 좀 손봐주면 됩니다. 그래도 불복하면 가족들 건드리면 돼요. 사해 상회 휘하에 사람만 수천 명입니다. 방법은 많아요. 그때 가면 제발 철거해 달라고 우리를 붙잡고 빌 테니까요.”
“이유라? 그 머저리들한테 이유가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10년 전에 자기가 무슨 정찰병 출신이라고 하는 놈이 폭력으로 저항을 하면서 수하 몇 녀석을 족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다리를 부러트려서 시궁창에 처박지 않았겠습니까? 그 후로 10년이나 흘렀지만, 여태 말 한마디도 못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두 사람이 함께 손잡으면 분명 떼돈 법니다.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마재동은 괴이하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는 시가를 문 채 창문 앞으로 다가가 등불이 환한 장릉 시의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이 밤의 왕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높은 곳에 우뚝 선 그는 못 할 것이 없었다!
조만간 곧 그는 이 도시를 자신의 발아래 두고 만인이 모두 우러러보는 자가 되리라 생각했다. 마재동은 설레고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쾅!
바로 그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발로 차고 들이닥쳤다. 갑자기 들이닥친 두 사람 때문에 마재동의 아름다운 환상이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마재동은 갑자기 벌어진 일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차가운 눈빛의 젊은 남자 한 명이 성큼성큼 걸어왔고, 그 뒤에는 꼿꼿한 체구의 남성이 공손히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준과 진강이었다.
마재동이 버럭 화를 냈다.
“누구야? 누가 너희를 들여보냈어? 개 같은 것들이 이 꼭대기 층이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 규율도 모르는 것들이 어서 꺼져…….”
진강이 날카로운 표정을 지으며 먼저 앞으로 달려들었다.
“대장님께 예의를 갖춰라!”
퍽!
마재동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강이 바로 한발에 마재동의 뚱뚱한 배를 걷어찼다. 마재동은 마치 포탄이 발사되듯 순식간에 그의 책상 위로 뒤엎어지며 난장판이 되었다.
“이런 씨…….”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강은 책상 위에 있던 재떨이를 집어 들고 마재동의 머리를 수차례 세차게 가격했다. 마재동의 머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돼지를 잡는 것처럼 고통에 꺽꺽거리는 소리만 내질렀다.
마재동은 금방이라도 폭발해버릴 지경이었다. 사해 상회의 회장으로 장릉 시 그 어느 곳을 가도 받들어 모셔졌던 자신이지 않던가? 그런데 겨우 두 애송이가 자신의 영역에 침범해 돼지 잡듯 자신을 잡아 패고 있다.
“너, 너 뭐 하는 놈이야? 감히 나를 건드려? 내가 누군지 알아?”
마재동이 얼굴에 묻은 선혈을 닦자 그 얼굴이 더 음험해 보였다.
퍽!
진강이 그의 뺨을 후려치며 싸늘하게 말했다.
“말조심해. 용 대장님께는 ‘당신’이라고 존칭을 쓰도록.”
“…….”
마재동은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행색은 평범해 보이는 젊은 사내가 무뚝뚝한 기색으로 사무실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사료를 집어 어항 속 금붕어들에 주며 자기 집보다 더 편하게 활보하고 있었다.
“3분의 시간을 줄 테니, 유언을 잘 생각해 놔. 그리고 안장될 명당도 하나 골라놓고.”
이준은 마재동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담담하게 한마디만 내뱉었다. 그러더니 어디에서 자명종을 찾아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정말이지 영문을 모르겠네!’
이러한 굴욕은 생전 당해본 적이 없던 마재동은 이내 폭발하여 소리쳤다.
“개놈의 자식! 너 뭐 하는 놈이야? 감히 나를 협박해? 죽여버리겠어!”
진강이 잠시 멈춘 틈을 타 그는 재빨리 서랍에서 무전기를 꺼내 외쳤다.
“아무도 없어? 어디 갔어? 내가 공격당했어!”
와르르-.
두두두!
일 분도 안 되어 경보음이 울리더니, 30여 명의 경호원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그들은 쇠막대기와 칼을 들고 욕설을 퍼부으며 날뛰기 시작했다.
“하하, 개놈 자식들, 이제 죽었어. 싸워 봐? 수십 명과 한번 붙어봐?”
마재동은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며 욕을 지껄였다.
“내 앞에 무릎 꿇고 머리 조아려. 뺨 한 200대만 갈기고 나서 너희들 시체는 보존 시켜 주지. 안 그럼…….”
퍽!
이준이 미간을 찡그리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마재동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 힘이 어찌나 셌는지 마재동은 그대로 비틀거리며 피 묻은 이 세 개를 뱉어냈다.
“시끄러워. 내가 말할 땐 조용히 듣고만 있어. 알겠어?”
화가 치밀어 오른 마재동이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죽여! 이 두 놈 잡아 죽여라!”
수십 명의 건달이 즉시 매섭게 돌진하며 덤벼들었다.
탕!
탕탕탕!
그때, 몇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고, 건달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일제히 멈칫했다. 가장 앞에서 달려들었던 세 명은 차례로 다리에 총을 맞아 피를 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진강이 한 손에 총을 든 채 살벌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한 발짝만 더 다가오면 머리통이 날아갈 줄 알아. 못 믿겠으면 어디 해 봐.”
습!
숨을 훅 들이켜는 소리와 함께 마재동을 비롯한 모두의 심장이 튀어나올 듯이 뛰기 시작했다.
‘총을 쏘다니? 이런 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야?’
현장에는 침묵이 흘렀다.
탁탁탁!
이준은 차분한 얼굴을 한 채, 손가락으로 가볍게 책상을 두드렸다. 그는 담담하게 마재동의 얼굴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의 말투는 가벼웠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