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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내가 돌아왔다

  • 장릉시, 국제공항.
  • “빨리, 빨리!”
  • “비키세요. 비키세요!”
  • 45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신속하게 사람들을 분산시키며, 긴급하게 특수 통로로 향했다. 엄숙하고 긴장한 모습이 마치 적군이라도 들이닥친 것 같은 표정이다.
  • 부르릉……
  • 그 뒤로 롱바디 링컨을 호위하며 18대의 마이바흐 차량이 나란히 두 줄로 늘어서서 따르고 있었는데, 패기 있고 오만한 모습이, 장관이었다.
  • 지나가던 승객들이 순간 소란해지면서, 사진을 찍고,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댔다.
  • 와! 대단한데? 어디서 거물이 장릉에 왔나 봐?
  • 대단한 규모다!
  • 그 시간, 링컨의 뒷좌석에 앉아 있던 조이준이 말했다.
  • “음, 역시 고급 승용차가 확실히 편하군. 딱딱한 나무 의자보다 훨씬 나아.”
  • 조이준은 위장복에 샌들을 신은 차림으로, 손에는 자동차 안에 있던 고급 보르도 와인을 들고 있었는데, 그 차림새가 자동차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 “북극 오지에 3년을 있었는데, 이제 겨우 사람 사는 것 같이 대접을 받네. 정말 편해!”
  • 조용히 행동하는 것은 조이준의 성격이 아니다.
  • 큰 공적을 세운 군신으로서 반드시 군신의 위엄과 기백을 보여주어야 한다!
  • 조이준의 표현법을 따라 말해보면, 진 영감이 이미 저렇게 늙었는데, 재산 물려줄 아들딸도 없으니, 돈을 다 못 쓰고 죽으면 얼마나 아까운가?
  • 아랫사람으로서 대장의 근심을 해결해주어야 할 텐데,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아직 멀다.
  • “장릉은 정말 추억이 많은 도시구나.”
  • 조이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난날의 추억이 끊임없이 마음에 떠올랐다 사라지고 있었다.
  • 그는 기지개를 켜고, 운전 기사를 훑어보았다.
  • “자네도 진 대장 쪽 사람인가?”
  • “네, 그렇습니다. 용 대장님!”
  • 레전드 용혼 군신을 앞에 두고, 운전 기사는 흥분해서 안절부절못하며, 일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그저 진지하게 소리쳤다.
  • “대령 나진강, 장릉 전투 구역의 부장입니다. 저는……”
  • 조이준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 “그런 신분은 그냥 자네 마음속에 가지고 있게. 나한테 말할 필요 없네. 나는 이미 퇴역했어.”
  • “제 마음속에는 영원한 용혼 군신이십니다.”
  • “그리고, 국가에서 군사적 권한만 회수했지, 여전히 장군이십니다.”
  • 나진강이 강인하고 열정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 “대장님이 말씀하시길, 장릉에서 무슨 일을 당하시면, 저희에게 지시해서 해결하실 거라고 했습니다.”
  • “물론, 사치와 낭비, 돈 쓰는 부분은 그분이 관여 안 하신답니다. 그래서, 오늘 이 고급 승용차 기름값은 용 대장님 퇴직금에서 깐다고……”
  • “늙은 여우!”
  • 조이준의 마음속에 가득했던 감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언짢은 기색으로 눈을 흘겼다.
  • “가세! 가서 내 딸이나 봐야지!”
  • “네!”
  • 조이준은 사진을 손에 꼭 쥐고 천사처럼 찬란하게 웃고 있는 포동포동한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 ‘딸아, 기다려라, 아빠가 돌아왔다!’
  • 한 시간 후, 자동차는 조이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
  • 나진강은 두꺼운 자료 파일을 건네주며 말했다.
  • “용 대장님, 이건 부인과 따님의 자료입니다. 모두 이 안에 있습니다.”
  • “가족들 만나시는 데 방해 될 것 같으니, 저는 나오실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수고가 많네!”
  • 조이준은 나진강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는데, 나진강은 몸 둘 바를 몰라, 내내 경례 자세로 공경의 말을 중얼거렸다.
  • “조이 아파트 1동 102호.”
  • 금세 자료에 나와 있는 아파트 앞으로 다가간 조이준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료 파일을 뒤적였다.
  • 자신의 아내와 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는 황당했고, 또 마음이 쓰라렸다.
  • “윤다정.”
  • 그는 자료 파일의 선녀 같은 여자의 사진을 보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생각이 복잡해졌다.
  • ‘이것이 그녀의 이름이구나!’
  • 5년 전, 조이준은 장릉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우연히 윤다정을 만났는데, 그녀는 당시 누군가에게 속아 약에 취해있었고, 어려움에 빠진 약한 사람을 구한다는 의협심에 조이준은 그녀를 도와주게 되었다.
  • 당시 윤다정은 약에 취해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황이었고, 조이준은 혈기 왕성한 나이였으며, 잘생긴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는 마른 나무에 불이 붙듯 타올랐고, 모든 일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 그것은 조이준이 여자를 안은 첫 경험이었고, 유일한 경험이었다.
  • 침대보의 붉은 흔적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는데, 그는 지금까지도 미안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 그는 그날 밤 이후, 자신의 모든 저축과 상황을 설명하는 편지를 한 통 남기며, 용혼 사람들에게 그녀를 대신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런데, 그녀는 미혼 여성의 몸으로 임신하여 자신의 아이를 낳은 것이다.
  • 윤다정은 장릉 부호 윤씨 집안의 딸이었는데, 혼전 임신으로 순식간에 많은 사람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녀는 딸을 낳은 그다음 날 집안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돈 한 푼 없이 윤씨 집안에서 쫓겨났고, 의지할 데 없이 버려졌다.
  • 그때부터 지난 5년간, 그녀는 혼자서 고생을 참고 견디며 딸을 길러 온 것이다.
  • 5년! 인생에는 5년이 몇 번이나 있을까? 꽃같이 아름답던 젊은 여자가 하룻밤 사이에 미혼모가 되었다.
  • 5년 동안 그녀는 얼마나 많은 비난과 손가락질을 견뎌야 했고, 얼마나 많은 업신여김과 괴로움을 견뎌야 했을까? 또 어떻게 아이와 함께 서로 의지하며 버텨왔을까?
  • 헛되고 실속 없는, 잠깐 지나간 나그네 같은 사람을 위해, 5년 동안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독수공방하며 산 것이다.
  • “바보 같은 여자, 왜 그렇게 살아?”
  • 조이준은 꽃처럼 웃고 있는 모녀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맘속의 미안함과 속상함이 더욱 커지는 것을 느꼈다.
  • “하지만, 이제 다 끝났어!”
  • 조이준은 심호흡을 했다. 눈에는 천하를 호령하는 기백이 번쩍이고 있었다.
  • “내가 돌아왔어!”
  • “오늘부터 아무도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할 거야. 제아무리 대단한 세력가라도 안돼!”
  • 그는 사랑의 눈빛으로 모녀의 사진을 어루만지더니, 크게 심호흡을 하며, 눈앞의 작은 문을 두드리려 자신의 여자와 딸을 포옹하려고 준비했다.
  •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그는 주저하며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너무나 긴장되고 망설여졌다.
  • 그들 모녀는 자신을 받아들일까?
  • 딱!
  • 5분도 넘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날아왔는지 돌멩이 하나가 날아와 조이준의 머리를 때렸다.
  • “이봐요, 이상한 아저씨! 우리 집 문 앞에서 몰래 뭐 해요? 뭘 훔쳐봐요?”
  • 조이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데, 갑자기 소리 지르는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몸을 돌려보니, 양 갈래로 머리를 묶고, 예쁜 공주님 치마를 입은 네다섯 살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커다란 눈알을 굴리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기세등등하게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 이, 이 아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