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마개를 열자 짙은 술 향기가 순식간에 온 방안에 퍼졌고 한쪽에 서있던 나진강은 코를 벌름거리며 술 향기를 맡으며 도취된 듯 조이준을 바라봤다.
“같이 마실래?”
조이준이 웃으며 물었다. 보아하니 나진강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헤헤, 감사합니다, 용 대장님. 그럼 저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나진강은 넉살 좋게 웃으며 손을 비비더니 바로 큰 컵을 하나 들고 와서는 컵에 가득 부었다. 그 진한 술 향기 때문에 입맛까지 돌아온 것 같았다.
조이준은 좋은 말로 충고했다.
“이 술이 독하니 단번에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
“네, 네.”
나진강은 입으로는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호탕한 성격에 무예도 뛰어나고 주량 또한 좋았다.
‘독한 술을 단번에 한 병을 들이켜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데 이 정도 술이야?’
그는 단번에 한 모금을 크게 들이켜더니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고 격하게 기침을 하더니 너무 매워 눈물이 다 나올 정도였다.
조이준은 옆에서 큰 소리로 웃었다.
“용 대장님, 이… 이게 무슨 술이죠? 너무 독해요.”
나진강은 의아했다. 그도 지금까지 수많은 술을 마셔봤어도 이렇게 독한 술은 마셔본 적이 없었다.
조이준은 술 한 잔을 마시더니 창밖의 망망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내가 서야에서 마시던 출정 술이야.”
나진강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숙연해지더니 놀라서 물었다.
“이것이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서풍렬'인 가요?”
서풍렬,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건 용혼 군신이 직접 만든 술로서 술맛이 격하고 호방했다고 한다!
서야의 십만 변방 대군이 매번 출정할 때마다 꼭 이 술을 마시는데 백전백승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술은 군에서 ‘군신주’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름은 들어본 지 오래됐지만 이 술을 마셔본 사람은 서야의 군인들 외에 몇 명 없었다!
때문에 나진강은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로 서풍렬이야. 하지만 우리는 습관적으로 다른 이름을 불러!”
조이준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의 두 눈에는 호방한 기세가 충천했다.
“남자의 피.”
“서풍이 세차게 불고 서리 내리는 새벽 달빛 아래, 기나긴 영웅의 길에 남자의 피가 도처에 뿌려진다.”
나진강의 눈빛은 점점 더 뜨거워졌고 조이준은 계속해서 말했다.
“이 술은 처음 마실 때에는 속까지 쓰리고 목구멍을 찢는 듯 독해서 마치 서야의 황사가 휘몰아치는 십만 리 사막에서 겨우 발을 내디디는 듯한 감각이 들게 하지. 두 번째 마실 때에는 쓰라림이 덜해지고 달콤한 맛이 더해지며 뼛속 골수에서부터 느껴지는 시원한 느낌이 들지. 마치 집에 있는 현숙한 아내가 생각나고 고향의 십 리 복숭아 꽃길이 생각나듯 말이야. 세 번째로 마시면 쓰라린 감각과 달콤한 맛이 전부 사라지고 오직 독한 술기운만 남게 돼! 그 후로 웅대한 포부, 호방한 기세로 서야의 십만 리 사막 길도 마음껏 달리고 아름다운 강산도 모두 발 아래 있는 느낌이 들어!”
조이준은 아름다운 달을 향해 술잔을 들고 그의 거대한 체구는 마치 예리한 검처럼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의 모습은 호기만장하면서도 또 비장하기 그지없었다!
“푸른 산 도처에 충직한 군인들의 뼈가 묻혀 있는데 말가죽으로 시체를 싸서 돌려보낼 필요가 있으랴!”
이것이 바로 용혼 군신의 패기이고 이것이 바로 서야 남자의 호방한 기세였다!
독한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나진강은 빨개진 눈으로 조이준의 늠름한 모습을 꿰뚫고 마치 사막에 우뚝 선 용감한 전사들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