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5화 서풍렬, 남자의 피

  • ‘그리고 양부 주상열과 주하영 가족은…‘
  •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닌 조이준은 약간 피곤함이 몰려왔다.
  • 그는 피로를 풀려고 트렁크 안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술 두 병을 꺼냈다.
  • 병 마개를 열자 짙은 술 향기가 순식간에 온 방안에 퍼졌고 한쪽에 서있던 나진강은 코를 벌름거리며 술 향기를 맡으며 도취된 듯 조이준을 바라봤다.
  • “같이 마실래?”
  • 조이준이 웃으며 물었다. 보아하니 나진강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 “헤헤, 감사합니다, 용 대장님. 그럼 저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 나진강은 넉살 좋게 웃으며 손을 비비더니 바로 큰 컵을 하나 들고 와서는 컵에 가득 부었다. 그 진한 술 향기 때문에 입맛까지 돌아온 것 같았다.
  • 조이준은 좋은 말로 충고했다.
  • “이 술이 독하니 단번에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
  • “네, 네.”
  • 나진강은 입으로는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호탕한 성격에 무예도 뛰어나고 주량 또한 좋았다.
  • ‘독한 술을 단번에 한 병을 들이켜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데 이 정도 술이야?’
  • 그는 단번에 한 모금을 크게 들이켜더니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고 격하게 기침을 하더니 너무 매워 눈물이 다 나올 정도였다.
  • 조이준은 옆에서 큰 소리로 웃었다.
  • “용 대장님, 이… 이게 무슨 술이죠? 너무 독해요.”
  • 나진강은 의아했다. 그도 지금까지 수많은 술을 마셔봤어도 이렇게 독한 술은 마셔본 적이 없었다.
  • 조이준은 술 한 잔을 마시더니 창밖의 망망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 “이건 내가 서야에서 마시던 출정 술이야.”
  • 나진강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숙연해지더니 놀라서 물었다.
  • “이것이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서풍렬'인 가요?”
  • 서풍렬,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건 용혼 군신이 직접 만든 술로서 술맛이 격하고 호방했다고 한다!
  • 서야의 십만 변방 대군이 매번 출정할 때마다 꼭 이 술을 마시는데 백전백승을 했다고 한다!
  • 그래서 이 술은 군에서 ‘군신주’라고 부르기도 했다.
  • 이름은 들어본 지 오래됐지만 이 술을 마셔본 사람은 서야의 군인들 외에 몇 명 없었다!
  • 때문에 나진강은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바로 서풍렬이야. 하지만 우리는 습관적으로 다른 이름을 불러!”
  • 조이준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의 두 눈에는 호방한 기세가 충천했다.
  • “남자의 피.”
  • “서풍이 세차게 불고 서리 내리는 새벽 달빛 아래, 기나긴 영웅의 길에 남자의 피가 도처에 뿌려진다.”
  • 나진강의 눈빛은 점점 더 뜨거워졌고 조이준은 계속해서 말했다.
  • “이 술은 처음 마실 때에는 속까지 쓰리고 목구멍을 찢는 듯 독해서 마치 서야의 황사가 휘몰아치는 십만 리 사막에서 겨우 발을 내디디는 듯한 감각이 들게 하지. 두 번째 마실 때에는 쓰라림이 덜해지고 달콤한 맛이 더해지며 뼛속 골수에서부터 느껴지는 시원한 느낌이 들지. 마치 집에 있는 현숙한 아내가 생각나고 고향의 십 리 복숭아 꽃길이 생각나듯 말이야. 세 번째로 마시면 쓰라린 감각과 달콤한 맛이 전부 사라지고 오직 독한 술기운만 남게 돼! 그 후로 웅대한 포부, 호방한 기세로 서야의 십만 리 사막 길도 마음껏 달리고 아름다운 강산도 모두 발 아래 있는 느낌이 들어!”
  • 조이준은 아름다운 달을 향해 술잔을 들고 그의 거대한 체구는 마치 예리한 검처럼 하늘을 찌를 듯했다.
  • 그의 모습은 호기만장하면서도 또 비장하기 그지없었다!
  • “푸른 산 도처에 충직한 군인들의 뼈가 묻혀 있는데 말가죽으로 시체를 싸서 돌려보낼 필요가 있으랴!”
  • 이것이 바로 용혼 군신의 패기이고 이것이 바로 서야 남자의 호방한 기세였다!
  • 독한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나진강은 빨개진 눈으로 조이준의 늠름한 모습을 꿰뚫고 마치 사막에 우뚝 선 용감한 전사들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 300잔을 실컷 들이켜고 전장에 뛰어드는 한 명 한 명의 용감한 전사들!
  • 술이 좀 들어가자 조이준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방 안에는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 “내가 작별을 고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당신은 나를 이해해 줄까? 당신은 알까?”
  • “내가 넘어져 다시 일어나지 못해도 당신은 영원히 나를 기다릴까?”
  • 나진강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같이 부르기 시작했다.
  • “내가 다시 눈을 뜨지 못해도 당신은 나의 침묵을 이해할까?”
  • “내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지 못해도 당신은 내가 산의 일부가 되었음을 믿을까?”
  • 그들은 두 눈을 붉히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 “그럴지라도 당신은 슬퍼하지 마세요. 조국의 땅에 우리의 사랑이 묻혀있어요!”
  • “그럴지라도 당신은 슬퍼하지 마세요. 조국의 깃발에 우리의 피가 묻어있어요!”
  • “---우리의 피가 묻어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