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깜짝 놀라다
- 정진우는 순간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 입가에서 배어 나오는 피를 느낀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감히… 감히 날 때려?”
- “때리다니? 너 같은 새끼는 죽어도 싸지!”
- 강인호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더니 발을 들어 그를 두 번 걷어찼다.
- 콰직.
- 콰직.
- 두 번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정진우의 양쪽 무릎이 강인호의 발길질에 부러져 나갔다.
- 이에 그가 돼지 멱따는 소리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더니 자신의 두 다리를 움켜잡고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 그 모습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순간 충격에 휩싸였다.
- 그의 옆에 있던 덩치 큰 남자, 양현 역시 순간 깜짝 놀라며 무언가 알아챈 듯 말을 내뱉었다.
- “고수다! 무술 고수야!”
- 그는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품 안에서 베레타 M21 권총 한 자루를 꺼내 안전장치를 해제한 뒤 외쳤다.
- “손 들어! 움직이지 마!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쏜다! 이미 당신 머리를 조준한 상태다!”
-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보디가드답게 총을 뽑아 드는 것부터 조준하고 경고하는 것까지, 신속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 강인호는 시선을 돌려 그런 그를 쳐다보더니 나직이 입을 열었다.
- “당신은 그저 돈을 받고 시킨 일을 하는 보디가드일 뿐이지, 이 일과는 상관없어. 당신을 해치고 싶지 않으니, 당신은 빠져!”
- “당신 말대로 난 돈 받고 시킨 일을 하는 사람이야. 이런 상황에서 도망가 버리면 앞으로 나더러 이 바닥에서 어떻게 먹고살라는 거야!?”
- 양현이 소리쳤다.
- “패기는 있군!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
- 강인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왼손을 꽉 움켜쥐었다. 이와 함께 우드득거리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먹을 휘두르기 위해 힘을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 “움직이지 마! 내 총알이 당신 주먹보다 빨라.”
- 양현이 나직이 경고했다.
- “그건 모르는 일이지!”
- 강인호가 소리 높여 외치더니 몸을 날려 양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 슈욱.
- “당신 총알은 내 세 치 주먹을 따라올 수 없어!”
- 그는 매와 같은 몸놀림으로 순식간에 다가와 날카로운 주먹을 앞을 향해 내뻗었다.
- “뭐야!”
- 양현은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방아쇠를 당기기에는 이미 늦은 듯했다.
- 퍼억.
- 그의 복부 정중앙에 주먹이 날아와 꽂혔다.
- 엄청난 힘에 그는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 이내 목구멍 사이로 무언가 울컥 밀려 나오는 듯하더니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 이에 그는 눈을 커다랗게 부릅뜬 채 연신 뒷걸음질 쳤다.
- “당신…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
- “당신은 꽤 쓸만한 사내이니 죽이진 않겠어. 대신 몇 주만 병원에 누워있어. 걸리적거리지 말고!”
- 강인호는 발을 들어 올리더니 양현을 향해 발길질을 시작했다.
- 굉장히 빠른 동작이었다. 빠르다 못해 현장에 있는 사람들조차 그의 동작을 똑똑히 보아낼 수 없을 정도였다.
- 그런 그의 발길질에 양현이 마치 줄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더니 자동 유리문을 부수고 한 고급 SUV의 보닛 위에 떨어져 혼절해 버렸다.
- 그리고 그 일련의 동작들은 고작 15초도 되지 않았다.
-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 심지어는 두 다리가 부러진 채 바닥에 엎어져 있는 정진우의 얼굴에도 공포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 “다시 한번 묻겠어.”
- 강인호가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정진우를 노려보았다.
- “너더러 뒤에서 장난질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구야. 그리고… 감시카메라 영상 어딨어?”
- 이에 정진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날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겠어?”
- “약속하지.”
- 강인호의 목소리에서는 그 어떤 감정의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 “조필용이었어. 사건이 벌어지고 두 시간 뒤에 그자가 사람을 보내 모든 감시카메라 영상을 사가고 하드드라이브를 망가뜨렸어. 화풀이를 하려면… 그 사람한테 찾아가라고!”
- 정진우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 “그 말 진짜겠지?”
- 강인호는 쭈그려 앉더니 정진우의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치 그의 영혼을 꿰뚫어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 보려는 듯이.
- “한 치의 거짓 없는 진짜야.”
- 정진우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 믿어주지.”
- 강인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른손 식지를 구부려 뾰족하게 만들더니 정진우의 몸을 향해 열 번 가격했다.
- 그러자 정진우는 손발이 차가워지며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가더니 눈앞도 서서히 캄캄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 이내 무력감이 온몸에 퍼져가더니 그가 힘없이 쓰러졌다.
- 자신을 덮쳐오는 끝없는 공포를 느끼며, 그는 온 힘을 다해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약속했잖아…”
- “죽이지 않겠다고만 했지, 병신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어. 넌 이제 남은 평생을 링거줄에 의지해 살아가게 될 거야.”
- 강인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런 표정도 없는 그의 얼굴은 마치 사신 같았다.
- “걱정 마. 이런 고통을 겪는 게 네가 마지막은 절대 아닐 테니. 맹세하지.”
- 말을 마치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당한 걸음으로 그곳을 떠나갔다.
- 문밖에는 경찰들이 잔뜩 몰려와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그를 잡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 그들은 자세를 고쳐 잡고 존경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향해 경례하더니 곧이어 한꺼번에 우르르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 “정진우 씨! 당신을 불법 경영으로 정식 체포하겠습니다!”
- “정진우 씨! 뇌물 수수 혐의로 당신을 긴급 체포하겠습니다!”
- “정진우 씨! 당신이 6년 전 시체 암매장 사건과 관련된 정황이 포착되어 긴급 체포하겠습니다!”
- 한 장 한 장의 체포 영장들이 눈앞에 내밀어졌지만 아쉽게도 이미 눈이 멀어버린 정진우는 볼 수가 없었다.
- 하지만 그의 멘탈은 이미 부서져 버린 상태였다. 그가 수년간 저질러온 각종 범죄들이 전부 다 드러난 것이었다.
- ‘강인호,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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