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6화 진량파 조직원들

  • 사무실 안.
  • 자신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강인호에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던 조필용은 끝내는 책상에 부딪혔다.
  • “시간이 다 됐군!”
  • 강인호의 손목시계의 타이머가 숫자 0을 나타냈다. 바로 그때.
  • 쾅! 쾅! 쾅!
  • 사무실 문이 부서지더니 밖에서 무장 상태의 세 형제와 경비원들이 한꺼번에 안으로 쳐들어왔다.
  • 순식간에 온 사무실 안이 사람들로 가득 차더니 강인호를 사방으로 에워쌌다.
  • “움직이지 마!”
  • “움직이는 즉시 죽는다!”
  • “총알에는 눈 따위는 달려 있지 않다고!”
  • 사람들의 분노에 찬 외침에도 강인호는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 같은 건 전혀 없었다.
  • “아버지, 어떻게 할까요!?”
  • 조준이 고개를 돌려 조필용을 향해 물었다. 이에 조필용은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 “저자는 너무 위험해. 살려둬선 안 돼! 처리해 버려.”
  • “알겠습니다!”
  • 조준이 흉포한 얼굴로 총을 빼 들었다.
  • 하지만 바로 그때, 밖에서 여비서 한 명이 뛰어 들어오더니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 “밖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왔어요!”
  • 그러자 조필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석이 네가 나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
  • “네.”
  • 조석이 성큼성큼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문 앞에 다다르기가 무섭게 팔에 문신이 있는 남자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더니 기관단총을 들어 올려 총자루 부분으로 그의 얼굴을 거세게 가격했다.
  • 퍼억.
  • 그 충격에 조석의 코에서 코피가 터져 나왔다.
  • “무릎 꿇고 손 머리 위로 올려!”
  • 남자가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 곧이어 수많은 문신을 한 남자들이 손에 기관단총을 든 채 신속한 움직임으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 안으로 쳐들어온 그들은 경비원들을 향해 한바탕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누군가 감이 반항하는 자가 있다면 곧바로 사살했다.
  • 두두두두!
  •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 여기저기서 총성이 울려 퍼졌고 사무실 안은 날아다니는 총알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 하지만 이 같은 진압은 단 1분여밖에 되지 않았다.
  • 이내, 모든 보디가드들이 제압을 당해 수갑이 채워진 채 바닥에 엎드린 상태가 되었다.
  • 조필용과 세 형제 역시 행여라도 총을 맞게 될까 잔뜩 겁에 질린 채 손을 머리에 얹고 바닥에 꿇어앉아 있었다.
  • 살짝 시선을 들어 올리던 조필용은 한눈에 이 남자들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알아보았다.
  • 그들의 몸에 새겨져 있는 사나운 늑대 머리 도안에 그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진량파!”
  • 진량파는 전국 여기저기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큰 조직이었다.
  • 구룡파와 청호파, 홍윤파 같은 오랜 조직들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진 조직으로, 그 조직원들의 수만 해도 십만이 넘었는데, 독하고 무자비하기로 유명해 당한 것은 백배로 갚아주는 탓에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조직이었다.
  • 그리고 현재,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강인호 앞으로 다가가더니 허리를 숙이며 우렁차게 외쳤다.
  • “마스터! 밖에 거리에 깔려있는 이백여 명의 조직원들도 이미 제압해 뒀습니다! 빌딩 건물도 이미 장악을 마친 상태이고요. 깡그리 다 죽여버릴까요, 아니면 어떻게 할까요? 지시만 내려주십시오!”
  • 강인호가 그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 이에 남자는 그의 옆으로 가 자세를 바로 하고 서서 언제든 그의 지시를 따를 준비를 했다.
  • 이 같은 광경에 조필용은 무언가 알아차린 듯 깜짝 놀라며 물었다.
  • “자네… 진량파 사람이었나?”
  • 그러자 강인호는 앞으로 두 걸음 다가가 벌레 보듯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 “진량파가 내 사람들이지.”
  • 그 말에 조필용은 정신이 번쩍 드는 듯 이를 갈았다.
  • “자네는 날 건드릴 수 없어! 난 장 이사장의 사람이라고!”
  • “장 이사장이라면, 부산 금융 협회 이사장인 장수철을 말하는 건가?”
  • 강인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 “잘 아는군! 알면 됐어!”
  • 조필용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 강인호는 동정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이곳에 오기 전에 장수철은 이미 내 총에 죽었어. 그자뿐만 아니라, 당신의 모든 보호막이 이제는 없어. 상회의 부회장인 마 회장이라든지, 태화그룹의 유 대표 같은, 당신을 지켜줄 수 있는 모두를 이미 만나고 왔지. 내 편에 섰거나, 그게 아니면 이미 죽었어! 알겠어? 이제 당신을 도와줄 자는 아무도 없다고.”
  • 나긋나긋 내뱉은 그의 몇 마디 말은 조필용으로 하여금 한참을 넋이 나가 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곧이어 그가 절규하기 시작했다.
  •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 그는 미친 사람처럼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장수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 뚜뚜뚜-
  • 하지만 안타깝게도…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 그는 여전히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 이에 그는 또 상회 부회장인 마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의 전화기 역시 꺼져있는 상태였다.
  • 그는 한 사람 한 사람 전화를 이어나갔다. 그와 이익으로 얽혀있는 모든 보호막이 되어줄 만한 사람들에게 다 전화를 걸어봤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 결국 그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의 손에서 떨어져 내린 휴대폰이 바닥에 부딪히며 부서져 버렸다.
  • “자네… 대체 정체가 뭔가?”
  • 조필용은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 “복수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을 다 묻어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지.”
  • 이에 조필용은 김빠진 풍선처럼 바닥에 주저앉더니 이미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사무실을 무력하게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 그는 이번에는 정말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상대를 건드려 버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