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강인호에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던 조필용은 끝내는 책상에 부딪혔다.
“시간이 다 됐군!”
강인호의 손목시계의 타이머가 숫자 0을 나타냈다. 바로 그때.
쾅! 쾅! 쾅!
사무실 문이 부서지더니 밖에서 무장 상태의 세 형제와 경비원들이 한꺼번에 안으로 쳐들어왔다.
순식간에 온 사무실 안이 사람들로 가득 차더니 강인호를 사방으로 에워쌌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는 즉시 죽는다!”
“총알에는 눈 따위는 달려 있지 않다고!”
사람들의 분노에 찬 외침에도 강인호는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아버지, 어떻게 할까요!?”
조준이 고개를 돌려 조필용을 향해 물었다. 이에 조필용은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자는 너무 위험해. 살려둬선 안 돼! 처리해 버려.”
“알겠습니다!”
조준이 흉포한 얼굴로 총을 빼 들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밖에서 여비서 한 명이 뛰어 들어오더니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밖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왔어요!”
그러자 조필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석이 네가 나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
“네.”
조석이 성큼성큼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문 앞에 다다르기가 무섭게 팔에 문신이 있는 남자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더니 기관단총을 들어 올려 총자루 부분으로 그의 얼굴을 거세게 가격했다.
퍼억.
그 충격에 조석의 코에서 코피가 터져 나왔다.
“무릎 꿇고 손 머리 위로 올려!”
남자가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곧이어 수많은 문신을 한 남자들이 손에 기관단총을 든 채 신속한 움직임으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안으로 쳐들어온 그들은 경비원들을 향해 한바탕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누군가 감이 반항하는 자가 있다면 곧바로 사살했다.
두두두두!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여기저기서 총성이 울려 퍼졌고 사무실 안은 날아다니는 총알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진압은 단 1분여밖에 되지 않았다.
이내, 모든 보디가드들이 제압을 당해 수갑이 채워진 채 바닥에 엎드린 상태가 되었다.
조필용과 세 형제 역시 행여라도 총을 맞게 될까 잔뜩 겁에 질린 채 손을 머리에 얹고 바닥에 꿇어앉아 있었다.
살짝 시선을 들어 올리던 조필용은 한눈에 이 남자들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알아보았다.
그들의 몸에 새겨져 있는 사나운 늑대 머리 도안에 그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량파!”
진량파는 전국 여기저기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큰 조직이었다.
구룡파와 청호파, 홍윤파 같은 오랜 조직들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진 조직으로, 그 조직원들의 수만 해도 십만이 넘었는데, 독하고 무자비하기로 유명해 당한 것은 백배로 갚아주는 탓에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조직이었다.
그리고 현재,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강인호 앞으로 다가가더니 허리를 숙이며 우렁차게 외쳤다.
“마스터! 밖에 거리에 깔려있는 이백여 명의 조직원들도 이미 제압해 뒀습니다! 빌딩 건물도 이미 장악을 마친 상태이고요. 깡그리 다 죽여버릴까요, 아니면 어떻게 할까요? 지시만 내려주십시오!”
강인호가 그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 이에 남자는 그의 옆으로 가 자세를 바로 하고 서서 언제든 그의 지시를 따를 준비를 했다.
이 같은 광경에 조필용은 무언가 알아차린 듯 깜짝 놀라며 물었다.
“자네… 진량파 사람이었나?”
그러자 강인호는 앞으로 두 걸음 다가가 벌레 보듯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진량파가 내 사람들이지.”
그 말에 조필용은 정신이 번쩍 드는 듯 이를 갈았다.
“자네는 날 건드릴 수 없어! 난 장 이사장의 사람이라고!”
“장 이사장이라면, 부산 금융 협회 이사장인 장수철을 말하는 건가?”
강인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잘 아는군! 알면 됐어!”
조필용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 강인호는 동정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장수철은 이미 내 총에 죽었어. 그자뿐만 아니라, 당신의 모든 보호막이 이제는 없어. 상회의 부회장인 마 회장이라든지, 태화그룹의 유 대표 같은, 당신을 지켜줄 수 있는 모두를 이미 만나고 왔지. 내 편에 섰거나, 그게 아니면 이미 죽었어! 알겠어? 이제 당신을 도와줄 자는 아무도 없다고.”
나긋나긋 내뱉은 그의 몇 마디 말은 조필용으로 하여금 한참을 넋이 나가 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곧이어 그가 절규하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그는 미친 사람처럼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장수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그는 여전히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에 그는 또 상회 부회장인 마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의 전화기 역시 꺼져있는 상태였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 전화를 이어나갔다. 그와 이익으로 얽혀있는 모든 보호막이 되어줄 만한 사람들에게 다 전화를 걸어봤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그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의 손에서 떨어져 내린 휴대폰이 바닥에 부딪히며 부서져 버렸다.
“자네… 대체 정체가 뭔가?”
조필용은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을 다 묻어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지.”
이에 조필용은 김빠진 풍선처럼 바닥에 주저앉더니 이미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사무실을 무력하게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