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오만
- 복도.
- “쓰레기들! 다들 쓰레기들이 따로 없군!”
- “회장실에 쥐새끼가 하나 숨어드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 조씨 집안의 세 형제가 보안 팀장을 향해 불같이 화를 냈다. 이에 보안 팀장은 안색이 파리해지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저희 보안 조치는 이미 최고 수준입니다. 24시간 순찰과 경비와 적외선 경보장치, 그리고 사각지대 없는 360도 감시카메라까지, 파리 새끼 한 마리도 회장님의 사무실 안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요! 그게 아니라면…”
- “그게 아니라면 뭐?”
- 조준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 “그게 아니라면, 그자가 귀신이거나요!”
- 보안 팀장이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 짜악!
- 그리고 곧바로 조준의 손이 그의 뺨을 향해 날아들었다.
- 조준이 사나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 “귀신이 아니라 그자가 실력이 뛰어난 거야. 특수부대 출신의 엘리트들도 비기지 못할 만큼 말이지! 보아하니 굉장한 인물인 것 같군!”
- “형?”
- 조석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가서 모든 경비 인원과 근처에 있는 조직원들을 다 불러 모아!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 조준은 이를 갈았다.
- “혼자서 수백 명의 인원을 당해내지는 못하겠지.”
- ……
- 사무실 안.
- 꼴꼴꼴~
- 조필용은 아껴두었던 블랜디 xo 한 병을 꺼내 잔에 따른 뒤 강인호에게 건넸다.
- 이를 한번 쳐다본 강인호는 술잔은 건드리지 않은 채 시선을 들어 앞에 있는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살짝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당신, 꽤 엄청난 인물이더군.”
- 조필용은 천천히 자리에 앉아 강인호와 정면으로 마주한 채 정색하며 말했다.
- “자네가 날 찾아온 걸 보니 정진우 그자가 입을 연 모양이군.”
- “맞아.”
- 강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 “한심한 놈.”
- 조필용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 “처리해 버려야겠군. 이 바닥에서는 그자같이 도의를 지키지 않는 배신자는 용납할 수 없지.”
- “그럴 필요 없어. 당신은 그자를 두 번 다신 보지 못할 거야.”
- 강인호가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 “뭐?”
- 조필용이 눈살을 찌푸렸다.
- “그자를 죽인 건가?”
- “아니, 죽여버리는 건 너무 자비로운 처사지. 그래서 죽음보다 만 배는 더한 고통을 줬어.”
- 강인호의 두 눈이 순간 번뜩이며 곧게 상대를 쳐다보았다. 그의 말속에는 또 다른 뜻이 담겨있었다.
- 이에 한참을 침묵하던 조필용이 입을 열었다.
- “이보게 젊은이, 끝까지 범인을 찾아내 죽여버려야 속이 시원하겠나?”
- “아니!”
- 강인호는 한 자 한 자 힘을 실어 말을 내뱉었다.
- “난 그들의 가족들까지 모조리 죽는 게 낮겠다 싶을 만큼 짓밟아버릴 생각이야.”
- 은은한 광기가 감도는 얼굴과 그 누구도 자신을 막을 수 없을 거라는 듯한 강경한 말투는 온갖 풍파를 다 겪어본 조필용 같은 사람마저도 동요하게 했다.
- 조필용이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이보게 젊은이, 자네의 기분은 나도 이해하네. 하지만 세상일이 자네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니야. 어떤 사람들은 너무 높은 곳에 있어 자네 같은 사람은 그들의 발바닥에도 미치지 못할 텐데, 또 어떻게 응징을 하겠다는 말인가?”
- “당신은 무언가 알고 있는 모양이군.”
- “어느 정도 사정을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지.”
- 조필용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 “젊은이, 나 역시 자네의 사정은 딱하게 생각하고 있네. 하지만 제 발로 황천길에 발을 들이는 짓은 하지 말게나. 이 사회는 약자에게는 반항할 힘을 주지 않는다네. 이만 가보시게. 목숨만은 살려주지.”
- 그의 말속에는 약간의 동정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더 많이는 하찮은 벌레 정도를 상대하는 듯한 시사와 오만이 담겨있었다.
- “하하하!”
- 이에 강인호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극도의 오만함이 담겨있는 그의 우렁찬 웃음소리에 유리창이 진동할 정도였다.
- “이봐 늙은이, 늙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거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인지조차 파악 못 하고 있군.”
- 그는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동작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손목시계의 타이머를 쳐다보며 말했다.
- “이렇게 하지! 1분 줄 테니 알고 있는 모든 걸 털어놔. 그럼 당신의 세 아들 중 하나는 살 수 있을 거야.”
- 딸깍.
- 그가 버튼을 누르자 60초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 59.
- 58.
- 57.
- 56.
- 조필용은 웃었다. 그것은 비웃음이었다.
-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침착하게 말을 내뱉었다.
- “자네 같이 주제도 모르고 덤벼드는 자들을 내가 1년에 몇 명이나 강에 물고기 먹이로 던져준 줄 아나?”
- “당신한테 45초가 남았다는 건 알지. 45초가 지나면 당신은 굉장히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
- 강인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으며 걸음을 옮겨 조필용을 향해 다가갔다.
- “움직이지 마!”
- 조필용이 이같이 외치며 빠른 손놀림으로 소매 안에서 콜트권총을 한 자루 꺼내 들었다.
- “이곳까지 쳐들어온 걸 봐서는 자네도 분명 실력이 만만치 않겠지. 하지만 내 사격 솜씨 역시 만만치 않아! 그리고 밖에는 이미 내 사람들로 쫙 깔려있지!”
- “그래?”
- 강인호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무언가가 바닥으로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 그것은 동글동글한 작은 구경의 총알들이었다.
- 이를 본 조필용은 순간 무언가 알아차린 듯 급히 방아쇠를 당겼다.
- 달칵, 달칵, 달칵.
- 하지만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텅 빈 마찰음뿐이었다. 그 순간 조필용은 충격에 휩싸인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강인호를 노려보았다.
- “자네… 어느 틈에 그런 짓을?”
- 내내 품 안에 감춰두고 있던 콜트권총에서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가 모든 탄알을 빼갔는데도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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