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살인을 밥 먹듯이
- “얌전히 다 털어놓을 텐가, 아니면 내 수하를 시켜 털어놓게 만들까?”
- 강인호가 나직이 말을 내뱉었다.
- “그것도 아니면, 내가 직접 상대해 줄까?”
- 옆에 서 있던 남자는 강인호의 입에서 흘러나온 “직접”이라는 두 글자에 흠칫 몸을 떨었다.
- 강인호가 열 세개의 금침으로 고문했던 사람들을 그는 수도 없이 봐왔었다. 그가 행하는 고문은 말 그대로 지옥과도 같은 괴롭힘이라고밖에 달리 형용할 만한 말이 없었다.
- 이에 그는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 강인호가 행하는 그 고문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다.
- 하지만 조필용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 “패배를 인정하지. 자네 같은 미친 자에게 패배했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어. 하지만 이 바닥에서 살아가려면 규칙과 도의를 지켜야 하는 법이야.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으니 절대로 내가 입을 여는 일은 없을 거야.”
- “죽어도 말하지 않겠다는 건가?”
- 강인호가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열몇 명의 문신을 한 남자들이 기관단총을 들어 올려 조필용을 향해 겨누더니 언제든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했다.
- “쏴! 뭘 더 기다리고 있는 거야!”
- 조필용이 꽤나 위풍당당하게 소리쳤다.
- “그럼 만약…”
- 강인호의 입에서 무시무시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 “당신의 처자식들을 죽여버린다면?”
-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조직원들의 대장이 재밌다는 듯 M92 반자동 권총 한 자루를 그에게 건넸다.
- 강인호는 권총을 움켜쥐더니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장전을 한 뒤 오른손 식지를 방아쇠 위에 올린 채 조필용의 큰아들인 조준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며 물었다.
- “난 내 아내가 투신자살하는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목격했어. 당신도 자기 아들이 총에 맞아 죽는 꼴을 직접 보고 싶은 건가?”
- 이에 조필용이 잔뜩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가족은 건드리지 말게.”
- 이에 답하듯 탕 하는 총성이 울려 퍼졌다.
- 조준이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눈앞이 새까매지더니 그의 머리에 생긴 커다란 구멍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 단 한 발에 그는 완전히 숨통이 끊어져 버렸다.
- 이를 지켜본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 “준아!!”
- 조필용의 눈시울이 순간 붉어지더니 그가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 이윽고 강인호의 총구가 그의 둘째 아들인 조석의 머리를 향해 들이밀어졌다.
-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가족을 잃은 사람 앞에서 가족을 운운하다니, 그렇게나 당신 아들의 목숨을 단축시키고 싶나 보지?”
- 그제야 조필용은 완전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는 이제야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독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 “내 아내를 죽게 만든 자가 누구지?”
- 강인호가 계속해서 질문했다. 슬픔이 극에 달하다 못해 분노에 휩싸인 조필용이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 “이 개자식! 그러니까 네 아내가 남자들에게 그런 짓을…”
- 그 말에 강인호의 안색이 순간 변하더니 망설임 없이 탕탕하는 두 번의 총성과 함께 조석과 조건을 쏴 죽였다.
- 얼굴에 피가 튀어있는 그의 모습은 꽤나 무시무시해 보였다.
- “아들아… 아들아…”
- 조필용은 한순간에 세 명의 아들은 전부 잃게 되었다. 아무리 강건한 사람이라도 자식을 잃은 지금, 그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떨구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 “의지가 강한 자군, 이 강인호가 오늘 기필코 당신의 그 강한 의지를 꺾어버리고 말겠어!”
- 강인호가 몸을 돌려 지시를 내렸다.
- “가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조씨 가문의 모두를 데려와.”
- “알겠습니다!”
- 문신한 남자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무슨 짓을…”
- 남녀노소라는 말에 조필용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약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열여섯 명의 여자와 아이들이 사무실 안으로 끌려들어 왔다.
- 다들 화려한 옷차림에 귀중품들을 몸에 두른 모습들이었다.
- 평소 귀한 대접을 받으며 사치만 누리던 그들은 현재 자신들에게 겨눠진 기관단총에 잔뜩 겁을 먹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 “아버지!”
- “할아버지!”
-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과 제압을 당한 조필용을 발견한 그들은 저도 모르게 목 놓아 울음을 터트렸다.
- 조필용이 다급히 말을 내뱉었다.
- “저 아이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저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지 않나. 대체 왜 저들을 끌어들이는 건가!”
- 이에 강인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 “그럼 내 아내는 또 뭘 그렇게 잘못한 거지?”
- 그는 말을 내뱉으며 총을 발사할 준비를 하라는 듯 문신을 한 남자를 포함한 다른 이들을 향해 손짓했다.
-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조필용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에 그가 털썩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
- “말할게! 말할게! 그러니 일단 저들은 돌려보내시게.”
-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조건을 논하는 거지?!”
- 강인호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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