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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봐요

  • 진 회장의 말에 서이현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 “제가 자리를 비키면 당신들이 우르르 몰려서 제 남편을 괴롭힐 거잖아요. 그건 말이 되는 짓인가요? 제가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얘기해줄게요. 제 남편은 독에 감염된 적도 없고 건강 상태도 엄청 좋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이도 젊어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이유가 전혀 없죠. 아마 여러분들이 죽을 때까지도 제 남편은 태우 그룹 대표로 활동하고 있을 겁니다. 제 남편은 장수할 운명인데 마음씨가 고약한 여러분들은 어떻게 될지 장담 못하겠네요.”
  • 주주들은 화가 나서 너도나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 “하준아, 네 아내라는 사람이 너무 예의 없는 거 아니야? 지금 저게 다 무슨 말이냐고! 저 여자는 지금 우리를 저주하고 있는 거잖아?”
  • 주주들 중 누군가의 말에 박하준은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비꼬았다.
  • “그럼 아저씨들은 제가 독에 감염됐다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은 저주가 아니셨어요?”
  • 박하준의 물음에 말문이 턱 막힌 주주들은 이내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하준아, 그건 네가 오해한 거야. 아저씨들이 네가 독에 감염됐다고 얘기한 건 저주가 아니라 외부에서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말이었어.”
  • “그러니까, 아저씨들은 제 말보다 외부 소문을 믿는다는 뜻이네요?”
  • 박하준이 코웃음을 치자 서이현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
  • “그러게요. 당신들은 제 남편을 어릴 때부터 봐온 삼촌과 아저씨들이라고 하면서 계속 제 남편이 독에 감염됐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잖아요. 그걸로 대표 자리를 내놓으라고 협박도 하면서. 다들 참 나이 먹고 뻔뻔하네요. 어떻게 얼굴 하나 안 붉히고 그런 파렴치한 말을 할 수가 있어요?”
  • “너 이 어린 계집애가 뭘 안다고 여기서 이간질하는 거야! 우리가 하준이에게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하는 건 다 하준이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하준이가 독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해도 장애인인 건 사실이잖아!”
  • 주주들이 소리를 지르자 서이현은 어이없다는 듯이 반박했다.
  • “제 남편 다리가 장애인 게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과 무슨 연관이 있죠? 제 남편은 다리가 불편한 거지 손이 부러진 게 아니잖아요. 회사 업무에 전혀 영향이 없고 문서에 사인하는 것도 전혀 문제없잖아요?”
  • “하지만 우리 태우 그룹은 장애인 대표를 원하지 않아. 외부 사람들이 태우 그룹을 언급할 때 그룹 대표가 얼굴이 흉한 장애인이라고 놀림받는 것도 싫고.”
  • ‘이런 젠장! 지금 저 늙은이들이 하준 씨에게 인신 공격을 하는 건가? 도를 넘네?’
  • 화가 잔뜩 난 서이현은 박하준의 품에서 벗어난 채 주주들에게 다가가 조금 전 박하준에게 인신 공격을 했던 한 남자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 “아침에 집에서 똥이라도 먹고 왔어요? 입이 심각하게 더럽네요. 제 남편이 얼굴이 흉한 장애인이면 당신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늙은 요괴들이거든요. 집을 나설 때 거울도 안 보나 봐요? 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죠? 감히 양심도 없이 제 남편 외모에 대해 운운해요? 당신들, 지금부터 잘 들어요. 태우 그룹 대표 자리는 제 남편 박하준 씨 말고는 아무도 자격 없어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당신들이 제 남편 외모나 아이큐에 따라갈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요. 불만 있으면 어디 한번 나와봐요. 인정할 때까지 확실하게 때려줄 테니까.”
  • 서이현에게 뺨을 맞은 주주는 화가 나서 얼굴이 푸르락 붉으락해졌다가 이내 손바닥을 높이 치켜든 채 서이현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 바로 이때, 조용히 듣고 있던 박하준이 어마어마한 살기를 뿜어내며 카리스마 넘친 목소리로 말했다.
  • “어디 한번 서이현 씨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