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주들의 야심은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며 박하준이 독에 감염된 것도 전부 아저씨들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저지른 짓이었다.
박하준은 추악한 얼굴들을 보며 헛구역질이 날 지경이었으며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준아, 아저씨들이 이렇게 많은 얘기를 했는데 넌 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이 정도면 태우 그룹을 내놓을 만도 하지 않아?”
“그럴 일은 없습니다.”
박하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서이현의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고 주주들의 시선은 서이현에게 꽂히게 되었다.
어마어마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걸어오는 서이현을 보며 주주들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 여자는 누구지?
빠르게 박하준 곁으로 다가온 서이현은 그의 앞에 자리를 잡은 채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서있었다.
“태우 그룹이 오랫동안 빠르고 훌륭한 발전을 이어온 건 전부 하준 씨 덕분입니다. 현재 외부에서 돌고 있는 소문들은 말 그대로 근거가 전혀 없는 헛소문입니다. 증거도 없는 헛소문을 들고 와서 하준 씨에게 대표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는 여러분들이 제가 보기엔 너무 어이가 없고 웃음만 나네요.”
서이현의 말에 주주들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반박했다.
“아니, 아가씨 뭐예요? 우리 태우 그룹 내부 주주회의에 갑자기 끼어들어서 이게 무슨 행패예요? 아가씨가 입을 열 자격이 있기나 해요? 아가씨 대체 누구예요!”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전 시아 그룹 미래 후계자 서이현이라고 합니다. 또한 어젯밤 하준 씨와 혼인을 마친 하준 씨의 아내이기도 하죠. 박하준 씨의 아내인 제가 이 정도 발언권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서이현이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박하준과 혼인을 한 아내라고? 그런데 저 계집애가 어떻게 여태 살아있을 수 있지? 박하준과 결혼한 여인은 하룻밤도 견디지 못하고 무조건 죽는다고 했는데? 왜 저 여자는 아직 살아있는 거지?
주주들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아가씨가 하준이 아내라고 해도 회사 일에는 발언권이 없어요. 우리 태우 그룹 주주회의는 회사 주주들만 참석할 수 있는데 서이현 당신은 태우 그룹 주주도 아니잖아요. 계속 이렇게 저희 회의 내용을 엿듣고 끼어든다면 회사 기밀 도청죄로 신고할 거예요.”
박하준은 서이현을 몰아세우는 주주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서이현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그의 여자를 괴롭힐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때, 갑자기 손을 뻗은 박하준은 서이현을 자신의 품에 와락 끌어안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서이현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진 회장님 지금 하신 말씀은 확실히 잘못됐네요. 서이현 씨가 저와 결혼한 그 순간부터 저 박하준의 모든 건 서이현 씨 것이나 다름없거든요. 제가 소유하고 있는 태우 그룹 지분들도 전부 서이현 씨 것인데 제 아내를 도청죄로 신고하겠다는 말씀은 저도 함께 신고하겠다는 뜻인가요?”
“하준아, 난…”
진 회장이라는 사람이 변명하기도 전에 박하준이 말을 이어갔다.
“태우 그룹 오너는 아직 진씨가 아니라 박씨 가문입니다. 그러니까 다들 제 아내에게 호통 치기 전에 제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진 회장은 박하준이 하루밖에 안 된 아내를 이렇게 옹호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외모가 흉한 박하준에게 시집오겠다는 여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일이기에 박하준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많은 주주들 앞에서 여자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건 예의 없는 짓이다.
“하준아, 아저씨가 조금 전에 그런 말을 했던 건, 네 아내에게 자리를 비켜달라는 뜻이었어. 남자들이 회사 일을 논의하고 있는데 여자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끼어드는 건 말도 안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