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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저 계집애가 왜 아직도 살아있지?

  • 하지만 주주들의 야심은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며 박하준이 독에 감염된 것도 전부 아저씨들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저지른 짓이었다.
  • 박하준은 추악한 얼굴들을 보며 헛구역질이 날 지경이었으며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었다.
  • “하준아, 아저씨들이 이렇게 많은 얘기를 했는데 넌 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이 정도면 태우 그룹을 내놓을 만도 하지 않아?”
  • “그럴 일은 없습니다.”
  • 박하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서이현의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고 주주들의 시선은 서이현에게 꽂히게 되었다.
  • 어마어마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걸어오는 서이현을 보며 주주들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 저 여자는 누구지?
  • 빠르게 박하준 곁으로 다가온 서이현은 그의 앞에 자리를 잡은 채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서있었다.
  • “태우 그룹이 오랫동안 빠르고 훌륭한 발전을 이어온 건 전부 하준 씨 덕분입니다. 현재 외부에서 돌고 있는 소문들은 말 그대로 근거가 전혀 없는 헛소문입니다. 증거도 없는 헛소문을 들고 와서 하준 씨에게 대표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는 여러분들이 제가 보기엔 너무 어이가 없고 웃음만 나네요.”
  • 서이현의 말에 주주들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반박했다.
  • “아니, 아가씨 뭐예요? 우리 태우 그룹 내부 주주회의에 갑자기 끼어들어서 이게 무슨 행패예요? 아가씨가 입을 열 자격이 있기나 해요? 아가씨 대체 누구예요!”
  •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전 시아 그룹 미래 후계자 서이현이라고 합니다. 또한 어젯밤 하준 씨와 혼인을 마친 하준 씨의 아내이기도 하죠. 박하준 씨의 아내인 제가 이 정도 발언권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 서이현이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 박하준과 혼인을 한 아내라고? 그런데 저 계집애가 어떻게 여태 살아있을 수 있지? 박하준과 결혼한 여인은 하룻밤도 견디지 못하고 무조건 죽는다고 했는데? 왜 저 여자는 아직 살아있는 거지?
  • 주주들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 “아가씨가 하준이 아내라고 해도 회사 일에는 발언권이 없어요. 우리 태우 그룹 주주회의는 회사 주주들만 참석할 수 있는데 서이현 당신은 태우 그룹 주주도 아니잖아요. 계속 이렇게 저희 회의 내용을 엿듣고 끼어든다면 회사 기밀 도청죄로 신고할 거예요.”
  • 박하준은 서이현을 몰아세우는 주주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서이현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그의 여자를 괴롭힐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 이때, 갑자기 손을 뻗은 박하준은 서이현을 자신의 품에 와락 끌어안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서이현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 “진 회장님 지금 하신 말씀은 확실히 잘못됐네요. 서이현 씨가 저와 결혼한 그 순간부터 저 박하준의 모든 건 서이현 씨 것이나 다름없거든요. 제가 소유하고 있는 태우 그룹 지분들도 전부 서이현 씨 것인데 제 아내를 도청죄로 신고하겠다는 말씀은 저도 함께 신고하겠다는 뜻인가요?”
  • “하준아, 난…”
  • 진 회장이라는 사람이 변명하기도 전에 박하준이 말을 이어갔다.
  • “태우 그룹 오너는 아직 진씨가 아니라 박씨 가문입니다. 그러니까 다들 제 아내에게 호통 치기 전에 제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진 회장은 박하준이 하루밖에 안 된 아내를 이렇게 옹호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외모가 흉한 박하준에게 시집오겠다는 여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일이기에 박하준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 그렇다고 이렇게 많은 주주들 앞에서 여자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건 예의 없는 짓이다.
  • “하준아, 아저씨가 조금 전에 그런 말을 했던 건, 네 아내에게 자리를 비켜달라는 뜻이었어. 남자들이 회사 일을 논의하고 있는데 여자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끼어드는 건 말도 안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