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준이 든든하게 뒤에서 지켜주자 서이현은 두 손을 허리에 척 올려놓은 채 주주들에게 계속하여 쏘아붙였다.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는 걸 보니까 제 남편이 잘났다는 건 다들 인정하나 보네요? 그렇다면 이만 저희 집에서 나가주시겠어요? 설마 아침 댓바람부터 제 남편을 회사 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것도 모자라 아침 식사라도 하고 가시게요?”
주주들은 서이현의 말에 얼굴이 푸르락 붉으락했지만 입을 열어 반박할 틈도 없이 서이현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참 이해가 안 된단 말이에요. 날이 밝았으면 다들 회사에 출근해서 본인들 업무에 충실할 것이지 대체 왜 저희 집에 와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거예요? 태우 그룹에서 한가한 늙은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스스로 소문이라도 내고 싶은 거예요? 다들 맨날 유능한 제 남편에게 대표 자리를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것 외에 하는 일이 전혀 없잖아요. 이런 여러분들을 계속 회사에 남겨둘 필요가 있을까요?”
주주들은 서이현의 충격적인 말에 심장을 부여잡은 채 말까지 더듬었다.
“아니, 너! 너 이 계집애! 하준아, 네 아내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지 너도 다 들었지? 이런 여자를 곁에 두고 있다가 너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어.”
“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에게만 이런 태도를 보이거든요. 완벽한 제 남편은 이런 말을 들을 이유가 전혀 없으니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서이현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주주들을 쓸모없는 쓰레기라고 표현했다.
“이런 젠장! 너 오늘 제대로 혼 좀 나야겠어!”
말을 하던 주주들은 씩씩거리며 서이현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 모습에 박하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저 아직 안 죽었어요. 그런데 감히 제가 보고 있는 앞에서 제 아내를 괴롭혀요? 다들 일찍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예요?”
화들짝 놀란 주주들은 뒷걸음질을 쳤고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아무도 감히 반박하지 못한 채 서이현만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저 여자가 제일 먼저 죽었어야 하는데!’
앞선 여덟 명의 신부들은 주주들이 직접 골라서 박씨 어르신에게 추천했지만 유일하게 눈앞에 있는 서이현만 그들이 추천한 신붓감이 아니었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이 여자가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으며 더군다나 박하준이 이 여자를 이렇게까지 편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설마 박하준이 이 여자에게 마음이 생긴 건가?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선택해준 신부가 아니라면 절대 살려둘 수 없어!’
주주들은 가까스로 화를 억누른 채 다시 박하준을 설득하기 바빴다.
“하준아, 우리가 조금 전에 했던 말을 잘 생각해봐. 태우 그룹의 대표가 능력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출중해야 하잖아! 그런데 너는 회사 경영 능력을 제외하고는 전혀 특출 난 데가 없어. 넌 태우 그룹 대표로 적합하지 않아. 내가 하준이 너였다면 진작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을 거야.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잘 살아야 하지 않겠어?”
곁에 서있던 서이현은 눈앞에 있는 주주가 또다시 박하준을 저주하자 화가 나서 상대방의 멱살을 확 잡았다.
“내 남편을 저주하는 말을 한 마디라도 더 하면 당신을 당장 죽여버릴 거예요. 지금 내 남편에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 거예요? 제가 하준 씨의 명이 누구보다 길다는 거 확실하게 보여줄게요! 그리고 당신들, 내 남편이 회사 경영 말고 특출 난 데가 없다고 했죠? 당신들이 틀렸어요! 내 남편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에요. 박하준 씨가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인지 나중에 확실하게 알게 될 거예요. 다리가 잠시 불편한 게 뭐 큰일이라고 이 난리를 치는 거예요? 다들 믿든 안 믿든 제가 하준 씨 다리를 2주 안에 고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