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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아홉 번째 신부

  • 그뿐만 아니라 서이현은 박하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약혼자였던 고경민을 도와 박하준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빼앗았다.
  • 그때 당시 박하준이 모든 걸 잃으면 더 이상 서이현을 묶어 둘 수 있는 능력이 없을 거라는 고경민의 말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 서이현은 고경민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박하준에게 나쁜 짓을 저질렀고 박하준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 그러던 어느 날, 박하준은 출장을 가게 되었고 서이현은 자신을 가두고 있던 그 별장에서 도망쳐 고경민의 집으로 찾아갔다.
  • 고경민에게 자신을 데리고 떠나달라고 부탁하려던 서이현은 고경민과 서아린의 충격적인 대화를 듣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침대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두 사람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 고경민은 귀국한 순간부터 서이현과 약혼을 취소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박하준과 결혼했다는 소식에 자신에 대한 서이현의 감정을 이용하여 박하준을 나락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 이 모든 건 처음부터 거짓이었고 함정이었다.
  • 서이현은 그렇게 악마 같은 인간 쓰레기 때문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던 박하준을 죽게 만들었고 자신의 행복마저 손수 망가트리게 되었다.
  • 죽기 직전, 서이현의 머릿속에는 전부 그녀가 바보였을 때 박하준이 그녀에게 잘해줬던 기억들뿐이었다.
  • “앞으로 그 누구도 나의 서이현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거야. 난 이현이를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평생 지켜줄 테니까.”
  • 서이현은 예전에 박하준이 그녀에게 했던 약속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박하준은 약속을 지켰지만 서이현은 자신이 했던 약속을 어겼다.
  • 전생에 서이현은 영원히 박하준 곁에 있겠다고, 영원히 박하준만을 사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상인으로 돌아온 순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박하준을 버리고 떠났다.
  • 그때 당시 박하준은 얼마나 괴롭고 슬펐을까?
  • 이런저런 생각에 가마 안에 앉아있던 서이현은 눈을 꼭 감은 채 눈물을 흘렸다.
  • ‘하준 씨, 하늘이 저에게 전생에 못다한 아쉬움을 채우라고 이렇게 다시 태어날 기회를 준 것 같아요. 이번 생에는 제가 하준 씨를 지켜줄게요.’
  • “도착했어.”
  • 네 명의 건장한 남자들은 서이현의 가마를 박씨 가문 저택 앞에 내려놓았다.
  • 이때, 끽 소리와 함께 박씨 가문 저택의 대문이 열렸고 안에서 한 중년 여성이 걸어 나와 건장한 남자들에게 수표 한 장씩 건네며 이만 떠나라고 했다.
  • 그리고는 마당을 지키던 하인들에게 가마를 마당 안으로 옮기라고 명령했다.
  • 마당에 들어서자 진미선은 가마를 가리고 있던 천을 거뒀고 그 안에 반듯하게 앉아있는 서이현을 보자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 전에 박씨 가문에 시집온 여덟 명의 신부들은 자신과 혼인한 상대가 누구인지 알게 된 순간, 전부 쓰러진 채로 가마에 실려 왔는데 아홉 번째 신부인 서이현은 전혀 겁을 먹지 않은 듯했다.
  • “사모님, 기절하지 않으셨다면 스스로 가마에서 내려오십시오.”
  • “네.”
  • 서이현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가마에서 내렸다. 얼굴에 면사포를 쓴 서이현은 진미선의 부축을 받은 채 박하준이 있는 방으로 한 걸음씩 걸어갔다.
  • 진미선은 서이현을 박하준 방에 있는 침대에 앉힌 뒤 주변을 쓱 훑어보았지만 박하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사모님, 박씨 가문에 들어오셨으니 몇 가지 숙지하셔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저희 도련님 두 다리는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앓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조금 뒤에 이어질 합방에서 사모님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셔야 합니다. 두 번째, 저희 도련님은 성격이 까탈스럽긴 하지만 마음씨가 악한 분은 아닙니다. 사모님이 도련님에게 진심을 보이시면 저희 도련님도 충분히 그 마음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세 번째, 저희 도련님께서 불의의 사고로 얼굴을 다치셔서 그 뒤로부터 늘 얼굴에 가면을 쓰고 다니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