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전 서이현입니다
- 때문에 주방에는 서이현 혼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전생에 박하준이 가장 좋아했던 잔치국수를 끓이고 있었다.
- 30분 뒤, 서이현은 김이 폴폴 나는 잔치국수 두 그릇을 쟁반에 담은 채 방으로 돌아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서재로 향했다.
- 서재 앞에 선 서이현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 “여보, 제가 잔치국수 두 그릇을 끓였는데 저랑 같이 먹지 않을래요?”
- 서재 안은 조용했다.
- “여보, 제 말 들려요? 혹시 들어가도 돼요?”
- 박하준은 낯선 사람이 그의 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했기에 박하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서이현은 박하준의 의사부터 물었다.
- 하지만 아무리 노크를 해도 서재 안은 여전히 조용했고 걱정이 점점 더 커진 서이현은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서재로 들어갔다.
- 그 순간,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박하준을 발견한 서이현은 재빨리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 “하준 씨!”
- “나가.”
- 이유는 모르지만 박하준은 서이현에게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 바로 이때, 창밖에서 천둥번개가 쳤고 박하준의 얼굴이 더욱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 화들짝 놀란 서이현은 얼른 박하준을 부축하여 휠체어에 앉혔고 서재 서랍에서 약통을 꺼내 박하준 입에 약 한 알을 넣어주었다.
- 박하준이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건, 그가 독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그 독은 박하준 체내의 오장육부를 갉아먹고 있었으며 비가 올 때마다 그 독성이 발작되어 극심한 통증을 유발했다.
- 전생에 우연히 만난 명의가 박하준 체내에 있던 독을 완벽하게 치료했지만 시간상 그 명의는 일년 뒤에 나타날 것이다.
- 그 말인즉, 박하준은 이런 고통을 앞으로 일년 더 견뎌야 한다는 뜻이다.
- 서이현은 전생에 명의의 처방전을 본 적은 있지만 약을 달이는 순서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박하준을 위해서라면 서이현은 기꺼이 자신의 몸에 약을 실험해볼 수 있다.
- 박하준이 지금과 같은 고통을 두 번 다시 겪지 않을 수 있다면 서이현은 뭐든 할 수 있었다.
- 서이현은 박하준에게 진통제를 먹였지만 전혀 효과가 없는 듯 여전히 고통스러운 얼굴이었다.
- 안타까운 마음에 서이현은 박하준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 “하준 씨, 제가 곁에 함께 있을 테니까 너무 아프면 저를 꽉 안아도 돼요. 아무리 세게 안아도 절대 하준 씨를 밀어내지 않을게요. 하준 씨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서 그래요.”
- 몸을 조금씩 떨고 있던 박하준은 그를 품에 꽉 안고 있던 서이현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 “너 대체 누구야?”
- 서이현은 자신의 행동이 박하준의 의심을 살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를 너무 사랑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 그녀는 전생에 박하준에게 표현하지 못한 사랑을 이번 생에 전부 쏟아붓고 싶었다.
- “하준 씨, 전 당신 아내 서이현이에요. 평생 기억해줘요.”
- “서이현?”
- “네, 서이현.”
- 서이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하준은 손으로 휠체어 손잡이를 꽉 잡았다. 머릿속을 아무리 뒤집어봐도 서이현에 관한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 박하준은 분명 서이현을 만난 적이 없는데 서이현은 왜 저렇게 절절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는 것일까?
- 서이현이라는 여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 우르릉 쾅!
- 이때, 천둥번개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고 박하준의 몸은 전보다 더욱 심각하게 떨리고 있었으며 어느새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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