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화 그게 네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야?
-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알아듣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내 지능이 당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이해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당신은 나를 싫어하지도 않고 항상 내 곁에 있어 줬어요. 그렇게 항상 내 곁에 있어 줬어요. 나는 우리가 계속 그렇게 행복하게 함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꿈속에서 나는 우연히 지능을 회복하게 되면서 그동안 당신과 함께했던 모든 일을 잊어버렸어요. 그리고 당신한테 심하게 상처 주기 시작했죠. 그때 나는 그렇게 하면 당신이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더 이상 나를 옭아매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나를 놓아줄 거라고요.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어요. 당신은 꿈속에서 나에게 떠나지 말라고 비굴하게 빌었어요. 당신의 손을 놓지 말라면서요. 하지만 그때 나는 당신의 그 말을 전혀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시점에 당신의 해외 지사에 문제가 생겼고, 당신은 그걸 해결하러 해외로 가야 했어요. 떠나기 전에 당신은 나더러 얌전히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하지만 나는 듣지 않았죠. 당신이 떠난 뒤, 나는 그 숨 막히는 저택에서 도망쳤어요. 저택을 떠나는 그 순간 나는 행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니었어요. 당신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살해당했고, 내 시체는 살인자에 의해 숲속에 버려졌어요. 내 몸은 썩어 들어갔고, 뱀, 벌레, 쥐들이 나를 갉아 먹었죠. 그리고 그렇게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 당신이 나타났어요. 당신은 한 줄기 햇살처럼 나의 시체 앞에 나타났어요. 그리고는 나의 썩은 시체가 보물이라도 되는 듯이 바닥에서 들어 올려 내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벗어나고 싶어 했던 그 저택으로 날 다시 데려갔어요. 당신은 나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썩어가는 내 몸에 입을 맞췄어요. 그 후 당신은 나의 원수를 갚았고, 내 시체 앞에서 독약을 먹고 자살했어요. 당신이 죽는 그 순간에서야 난 알았죠. 이 세상에서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 주고, 날 진심으로 아껴주는 남자는 오직 박하준 씨 당신뿐이라는 걸요. 나는 처절하게 당신의 이름을 외쳤어요. 하지만 당신은 들을 수 없었죠. 당신은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어요.”
- 서이현의 눈물이 박하준의 얼굴 위에 떨어졌다. 박하준은 심장이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그는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려 서이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 “그건 그냥 꿈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