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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서씨 가문 진짜 딸은 나야

  • 서이현은 말을 하면서도 박하준이 안 믿을까 봐 손으로 박하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 “여보 얼굴 다쳤을 때 진짜 아팠겠네요. 그러니까 앞으로 당신이 더 이상 다치지 않게 제가 잘 지켜줄게요.”
  • 서이현은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을 하고 있었지만 박하준은 섣불리 믿을 수 없었다.
  • 그는 지금 이 모든 게 꿈일까 봐 두려웠고 꿈에서 깨면 전부 사라질 것 같았다.
  • 어둠 속에 너무 오랜 시간동안 혼자 갇혀 있은 탓에 박하준은 아무도 쉽게 믿을 수 없었으며 눈앞에 환한 빛이 비춰도 그저 자신의 허상이라고 여겼다.
  • 손을 뻗은 순간, 그를 비추고 있던 햇살이 한순간에 사라질까 봐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다.
  • 식사를 마친 뒤, 설거지를 깔끔하게 한 서이현은 곧바로 방으로 돌아왔지만 박하준은 이미 방에 없었다.
  • 침대에 앉은 서이현은 한참동안이나 박하준을 기다리다가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 다음날.
  •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서이현은 창문으로 비춘 햇살에 손으로 눈을 가렸다.
  • 똑똑똑!
  • 노크소리가 점점 더 다급해졌다.
  • “사모님, 도련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 박하준 상황이 좋지 않다고?
  • 화들짝 놀란 서이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슬리퍼를 신을 겨를도 없이 문 밖으로 달려 나갔고 조급해 보이는 진미선을 보며 물었다.
  • “이모님, 무슨 일이에요? 하준 씨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어디 다쳤어요?”
  • “다치신 건 아닌데 오늘 아침 댓바람부터 회사 주주들이 집에 쳐들어와서 도련님에게 태우 그룹 대표 자리를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지금 도련님께서 그 주주들에게 둘러싸여서 협박을 받고 있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제가 회사 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서 도련님을 도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사모님이 시아 그룹 장녀인데 도련님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급하게 찾아왔습니다.”
  • 시아 그룹 장녀는 서이현 그녀가 아니라 서아린이다. 그런데 첩이 낳은 딸이 과연 장녀라고 불리울 자격이나 있단 말인가?
  • “이모님, 이모님께서 언급한 시아 그룹 장녀 서아린은 제가 아니에요. 전 서이현입니다.”
  • ‘서이현? 서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 지적 장애가 있는 둘째 딸?’
  • 진미선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서이현은 이미 거실로 향하고 있었다.
  • 이와 동시에, 거실은 시끌벅적했다. 우르르 몰려온 주주들은 너도나도 한 마디씩 보태며 박하준에게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강요했다.
  • “하준아, 여기 있는 삼촌과 아저씨들은 널 어릴 때부터 봐왔어. 우리도 방법만 있다면 너에게 대표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지금 외부에서 네가 독에 감염되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다들 수군거리잖아. 이 상황에서 네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태우 그룹은 네 손에 망할 거야.”
  • “하준아, 너도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잖아. 만약 정말 외부 소문대로 네가 독에 감염됐다면 하루 빨리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맞아. 그래야 우리도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빨리 찾을 거 아니야. 그리고 넌 이제 얼른 결혼해서 가문의 뒤를 이어야지.”
  • “그래, 하준아, 지금 너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몸부터 추스르는 거야. 회사 일은 걱정 말고 이 아저씨들에게 맡겨.”
  • “하준아…”
  • 주주들은 너도나도 한 마디씩 보태며 박하준에게 대표 자리를 내놓으라고 설득했지만 박하준은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과 고고한 자태로 날뛰는 주주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 태우 그룹은 박하준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박하준에게 물려준 회사로 박하준은 죽는 순간까지 태우 그룹을 지킬 것이며 절대 다른 사람 손에 빼앗기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