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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전 남이 아니라 하준 씨 아내예요

  • 서이현은 박하준의 목을 감싸 안더니 몸을 숙여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으며 이 방법으로 그의 주의를 돌리고 싶었다.
  • 한편, 서이현의 돌발 행동에 박하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 이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박하준은 온몸의 통증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었다.
  • 박하준의 입속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그때, 서이현이 그에게서 떨어졌고 박하준이 깨문 탓에 그녀의 입가에서는 피가 줄줄 흘렀다.
  • 하지만 신경이 온통 박하준에게 쏠린 서이현은 아픈 줄도 모른 채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 “좀 괜찮아졌어요?”
  • 박하준의 시선은 찢어진 서이현의 입가에 꽂혔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의 입술이 예뻐 보였다.
  • 한편, 박하준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서이현은 손바닥으로 땀범벅이 된 박하준의 이마를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말을 이어갔다.
  • “땀을 많이 흘렸네요. 축축해서 불편할 텐데 제가 씻겨줄게요.”
  • 서이현은 박하준이 거절하기도 전에 휠체어를 끌고 욕실로 들어갔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박하준은 자신의 옷을 벗기려는 서이현을 보며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급하게 서이현의 손길을 뿌리쳤다.
  • “내가 알아서 씻을 테니까 나가.”
  • 뭔가 말하려던 서이현은 박하준의 태도에 결국 입을 꾹 닫았다. 샤워에 필요한 물건을 꼼꼼하게 준비한 그녀는 박하준에게 갈아입을 옷까지 건넨 뒤 욕실을 나섰다.
  • 그리고는 욕실 밖에서 박하준을 기다렸다.
  • 한편, 욕실 안에서.
  • 박하준이 셔츠를 벗은 순간, 온몸 여기저기에 화상을 입은 흉터가 드러났고 이미 오래 전에 아물었지만 여전히 보기 흉했다.
  • 한참 뒤,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박하준이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벽에 기댄 채 서있던 서이현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내 미간을 확 찌푸렸다.
  •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 무뚝뚝한 박하준의 태도에도 서이현은 다정하게 대답했다.
  • “기다리고 있었죠. 다 씻었어요? 배 안 고파요? 제가 잔치국수를 끓였는데 먹어보지 않을래요?”
  • “됐어.”
  • 박하준의 대답에 서이현이 실망한 듯 대꾸했다.
  • “그럼 저 혼자 먹을게요.”
  • 테이블 앞에 앉은 서이현은 퉁퉁 불어버린 국수를 조용하게 먹고 있었고 휠체어에 앉은 박하준은 서운해 보이는 서이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 “내 잔치국수는 어디 있어?”
  • 흠칫하던 서이현은 언제 실망했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곁에 있던 국수 그릇을 박하준에게 건넸다.
  • “원래는 비주얼도 완벽했는데 만든 지 오래돼서 좀 불었어요. 그래도 맛은 좋으니까 한번 먹어봐요. 하준 씨가 좋아하면 내일 다시 끓여줄게요.”
  • “그래.”
  • 박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들고 잔치국수를 한입 먹었다. 맛에 대한 평가는 없었지만 싫은 표정을 짓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맛이 괜찮다는 뜻이다.
  • 서이현은 잔치국수에 넣은 계란을 박하준 그릇에 덜어주며 말했다.
  • “많이 먹어요.”
  • “난 남이 먹던 음식 안 먹어.”
  • 박하준의 말에 서이현이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 “전 남이 아니라 하준 씨 아내예요.”
  • 박하준은 그런 서이현을 힐끗 쳐다보다가 물었다.
  • “왜 날 무서워하지 않는 거지?”
  • “하준 씨가 귀신도 아니고 제가 왜 무서워해야 해요?”
  • 박하준은 젓가락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더욱 꽉 주었다.
  • “내 얼굴, 보기 흉하지 않아?”
  • 서이현은 손으로 턱을 살짝 괴더니 화상으로 짓무른 박하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 “내 남편 얼굴이 이렇게 잘 생겼는데 흉하다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