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감시카메라에 담긴 진상
- 분노에 찬 그의 외침에 조필용은 반항할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 그는 잿빛이 되어버린 얼굴을 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 “구체적인 건 나도 몰라. 그저 안씨 가문에서 나에게 200억을 주면서 뒤처리를 하라고 하더군. 그래서 내가 사람을 시켜 감시카메라 영상을 포함한 증인들과 증거물, 모든 것들을 없애버렸지.”
- “안씨 가문?”
- 강인호가 눈빛이 순간 사납게 번뜩였다.
- 안씨 가문은 부산에서 가장 큰 가문이자 상업계 거물이었으며, 그 세력이 여기저기 뻗쳐있는 거대한 가문이었다.
- “사실이네. 살길을 남겨두기 위해 모든 증거를 내 사무실 세 번째 서랍의 숨겨진 칸 안에 넣어놨으니 가서 확인해 보시게.”
- 조필용이 고개를 숙인 채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 이에 강인호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그가 말한 세 번째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그의 말대로 숨겨진 칸이 있었고 그 안에는 휴대폰과 하드드라이브, 감정 증명서 같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 이 증거들을 손에 넣은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드디어, 단서를 조금이나마 찾은 것이었다!
- “이제 우리를 보내줄 수 있겠나?”
- 조필용이 잔뜩 기가 죽은 모습으로 물었다.
- 그는 순식간에 몇십 년은 늙어버린 듯해 보였다. 예전의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남은 것이라고는 쇠약해져 버린 몸뚱어리뿐이었다.
- “보내 줘!”
- 강인호의 눈짓에 문신한 남자가 그제야 조필용의 식솔들을 데리고 나갔다.
- 조필용도 비틀비틀 몸을 일으켜 사무실을 나가려 했다.
- “가긴 어딜 가.”
- 그 순간 강인호의 목소리가 나직이 울려 퍼졌다.
- “자네…”
- 이에 조필용은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 “이 바닥에서 그 오랜 세월을 굴러놓고, 규칙도 모르는 건가?”
- 강인호가 들고 있던 M97 반자동 권총을 바닥에 던져 놓았다. 이에 조필용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는 꿇어앉아 바닥의 권총을 주워 들고 흐느끼며 말했다.
- “가기 전에 당신의 이름이라도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 이에 강인호는 자신의 이름을 내뱉고는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나갔다.
- “강 씨 성에, 이름은 인호, 호운이라고도 불리고, 의술을 좀 할 줄 알아 이 바닥 사람들이 의성이라는 칭호를 선물해 줬지!”
- 그 한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조필용의 귓가를 맴돌았다.
- 이에 잠시 넋이 나간 듯 말이 없던 그가 순간 쓴웃음을 터트렸다.
- “하하하! 역시… 역시나… 당신의 손에 죽다니, 이번 생이 그리 헛되지는 않았군요!”
- 말을 마친 그는 총구를 자신의 입안에 욱여넣더니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 탕.
- 그이 뒤통수가 그대로 날아갔다. 한때 부산을 휘어잡던 인물이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 바닥에 꿇어앉은 그의 두 무릎은 여전히 강인호가 떠나간 방향을 향해 있는 채였다.
- ……
- 호화로운 저택 안.
- DVD 플레이어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커다란 화면에 서서히 각각의 색깔들이 나타났다.
- 강인호는 소파에 앉아 가쁜 호흡을 몰아쉬며 두 눈으로 죽일 듯이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조필용에게서 가져온 중요한 증거일지도 모를 원본 하드드라이브에 담겨있는 내용이었다.
- 그 하드드라이브 안에는 사건의 큰 의문점들을 해결해 줄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 화면에 보이는 것은 깔끔한 사무실이었다. 아내인 장민영은 한창 열심히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 그러던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정장 차림의 덩치 큰 남자 하나가 사무실 안으로 쳐들어왔다.
- 아내인 장민영이 고개를 들어 정장 차림의 남자를 확인하더니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 “자꾸 이러시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 “경찰에 신고하는 게 나한테 먹힐 것 같아?”
- 남자의 목소리에는 오만함과 자신감이 가득했다. 장민영은 어딘가 두려워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 남자의 신분이 마음에 걸리는 듯 그녀가 나직이 물었다.
- “대체 원하시는 게 뭔데요.”
- 그때, 강인호는 영상을 잠시 멈추고 정장 차림의 남자의 말끔한 얼굴을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누군지 알겠어!’
- 그는 부산의 안씨 가문의 장자인 안효범이었다.
- 날 때부터 입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잣집 도련님인 그는 부산에서 무소불능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인물이었다.
- ‘왜!’
- 왜 안효범 같은 엄청난 인물이 자신의 아내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일반 사원을 찾아온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이에 강인호가 재생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안효범이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렇게나 가지고 놀다 버리는 인형을 대하듯 그의 아내인 장민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 “말했잖아. 넌 운이 좋은 거라고. 내 귀한 고객 한 분이 널 마음에 들어 하셔. 콕 집어 너랑 밥 한 끼 먹고 싶다고 하시네. 일이 끝나면 너한테 10억 챙겨줄게.”
- 장민영이 이를 악문 채 물었다.
- “제가 가지 않겠다고 하면요?”
- “네가 가지 않는다면 너희 남편의 목숨은 장담 못 해.”
- 안효범이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남편이라는 두 글자에 장민영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 “그 사람 해치지 마세요!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착한 사람이란 말이에요.”
- 안효범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너도 알겠지만, 그자를 죽일 방법은 백 가지도 더 돼.”
- 그 말에 한참을 망설이던 장민영은 입술을 꾹 깨물더니 결국 묵묵히 자신의 핸드백을 집어 들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서 안효범을 따라나섰다.
- 영상은 여기까지였고 이내 화면은 검게 바뀌었다.
- 강인호는 멍하니 검어진 화면을 바라보았다.
-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것만 같았다.
- 그는 아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절망의 소용돌이 속으로 던졌을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 “안효범!! 네 놈을 갈가리 찢어버릴 거야!!”
- 강인호는 분노에 가득 찬 채 포효하며 앞에 있는 몇천만 원짜리 크리스털 티테이블을 세차게 내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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