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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여자가 있었다[제1부]

남편에게 여자가 있었다[제1부]

박규리

Last update: 2021-10-14

제1화 소개팅

  • 큰 카페에 모처럼 적막이 감돌았다.
  • 안영미는 고개를 숙인 채 긴장된 표정으로 앞에 놓인 커피를 휘저었다.
  • 한동안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 “첫 소개팅인가요?”
  • 남자는 자리에 앉은 지 30 분 만에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 그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단순히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안영미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 오늘은 안영미 생애 첫 소개팅이다. 엄마에게 등 떠밀려 마지못해 약속한 카페를 찾아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 원래는 시간이나 때우고 가려고 했지만 앞자리의 남자가 유 씨 그룹의 대표 유시현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 손짓 하나 말 한마디에도 전 강주시가 들썩할 정도로 대단한 남자였다!
  • 더욱 난처한 건 그녀가 바로 유 씨 그룹 행정부의 일개 직원이었다.
  • 유시현같은 큰 인물은 그녀를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안영미가 그를 모르는 척하기에 유시현은 너무 대단한 사람이었다.
  • 그녀는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 “네, 처... 처음이에요...”
  • 유시현은 싸늘한 시선으로 안영미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계속 물었다.
  • “대학은 졸업했어요?”
  • “네, 졸업했어요.”
  • 안영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말을 덧붙였다.
  • “졸업한 지 2년 됐어요.”
  • 대답을 들은 후 유시현은 잠시 침묵하였고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는 담담함만이 남아있었다.
  • 그러나 안영미의 마음은 불안해졌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도대체 엄마가 하나님께 무슨 기도를 드렸길래 이런 어마어마한 소개팅 상대를 마련했나 싶다가 한편으로는 유시현이 자리를 잘못 찾아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아니면 자신이 자리를 잘못 앉은 것인가?
  • 테이블 위의 번호표를 곁눈으로 흘겨보니 18번이 확실했다.
  • “저기… 혹시 자리 잘못 찾으신 건 아니시죠?”
  • 안영미가 대담하게 물었다.
  • “신분증은 가지고 왔나요?”
  • 유시현이 말했다.
  •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입을 열었고 동시에 말을 그쳤다.
  • 안영미는 유시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 유시현의 완벽한 얼굴이 바로 가까이에 있어 안영미는 순간 얼굴이 빨개지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 유시현의 출중한 외모는 요즘 핫한 남자 연예인들보다 더 잘생겼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 카리스마 있는 포스는 사람들을 꼼짝 못 하게 했다.
  • 안영미는 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으로 유 씨 그룹에 입사를 했고 인턴십을 통과한 뒤 회사에 남았는데 벌써 2년 동안이나 근무를 했다.
  • 이 2년 동안 그녀는 유시현을 거의 본 적이 없었고 만나도 먼발치에서 뒷모습을 바라본 것뿐이라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이 꿈보다 더 환상적이었다.
  • “무슨 문제가 더 있나요?”
  • 유시현은 안영미의 붉어진 얼굴을 보자 차가웠던 눈빛은 잠시 사그라들었다.
  • 안영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히 자신의 대표님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수 있겠는가!
  • 그때 유시현의 휴대폰이 울렸고 그가 받더니 잠시 침묵을 지키고는 깔끔하게 대답했다.
  • “알겠습니다.”
  • 그러고는 전화를 끊고 안영미를 바라보았다.
  • “갑시다.”
  • 그가 일어서는 모습은 그가 말하고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깔끔했다.
  • 그의 말을 들은 안영미는 귀신에 홀린 듯 일어섰고 유시현을 따라 카페를 나섰다.
  • 키가 190센티인 유시현의 뒤에 있으니 안영미는 키가 170센티인데도 아담하고 귀여워 보였다.
  • 안영미는 유시현과 함께 그가 자주 타는 검은색 마이바흐 밴에 탔다.
  • 고급스러운 차 안에 앉아 있지만 안영미는 마치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불안한 듯 두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속으로 지금 꿈을 꾸는 것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 그러나 그녀의 모든 반응을 유시현은 지켜보고 있었다.
  • “가족들의 압박에 못 이겨 소개팅에 나왔지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그쪽을 보니 깔끔하게 생겼고 편해 보이니 결혼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 조용한 차 안에서 유시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 그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안영미의 귓가에 맴돌았다.
  • 안영미는 의아한 눈으로 유시현을 바라보았다. 비록 그와 소개팅을 하러 온 건 맞지만 아직 결혼까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 “저기,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희는 아직 잘 모르잖아요…”
  • “필요 없어요.”
  • 유시현은 안영미의 말을 끊고 싸늘한 기운을 드러내며 위압적으로 말했다.
  • “저의 아내가 되면 원하는 걸 다 줄게요.”
  • 사실 소개팅에 나오기 전에 유시현은 이미 그녀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안영미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