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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꺼져!

  •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안영미를 부른 사람은 다름 아닌 2년 전 바람피운 전 남자친구 진현우와 그와 바람난 양월이었다.
  • 눈앞의 두 사람을 본 안영미는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내비치며 말했다.
  • “진현우, 2년 만에 보니 제법 사람이 됐네.”
  • 두 사람 모두 한때 강주대 금융학과의 킹카와 퀸카였고 튜브톱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양월과 보라색 정장을 입은 진현우가 함께 서 있으니 제법 잘 어울렸다. 하지만 단지 외모로만 어울릴 뿐이었다.
  • 그 말을 듣고 진현우는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매너 있는 척 말했다.
  • “안영미, 여기는 네가 올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은데.”
  • 그러자 항상 온화한 눈빛을 보이던 안영미가 갑자기 눈빛이 사나워졌다.
  • “내가 오면 왜 안 되는데? 설마 여기가 너희 집 꺼야?”
  • 그러고는 미안한 척 입을 가린 채 진현우에게 말했다.
  • “미안, 말이 헛나왔네. 너는 양 씨 집안의 개니까 이곳이 네 것이라 해도 성이 진 씨일 리는 없겠구나.”
  • “안영미!”
  • 진현우는 꼬리를 밟힌 듯 매너 있는 군자의 허상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한 채 안영미에게 고함을 질렀다.
  • 궁지에 몰린 진현우의 모습을 보니 안영미는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 진현우는 자그마한 동네에서 태어났고 부모님도 아주 평범한 직장인들이었다.
  • 전에 안영미는 그의 재능과 학식에 반해 사귀었고 그의 출신을 한 번도 깔본 적은 없었다.
  • 하지만 진현우는 자기가 자신을 업신여겼고 졸업 직전에는 양 씨 건설회사의 큰 딸인 양월에게 빌붙었고 단번에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됐다.
  • 이때 옆에서 줄곧 말이 없던 양월이 핸드백을 열고는 안영미 앞에서 현금 한 뭉치를 꺼냈다.
  • 익숙한 이 장면을 본 안영미는 가슴이 철렁하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안영미의 반응을 본 양월은 의기양양해서는 웃으며 말했다.
  • “호구야, 2년 안본 사이에 말주변이 많이 늘었네.”
  • “근데 말이지…”
  • 양월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안영미를 한 번 훑고는 계속 말했다.
  • “현우 씨 말처럼 여기는 너 같은 거지가 올 곳이 아니야.”
  • “이 돈 갖고 꺼져!”
  •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양월은 자기 손의 돈뭉치를 안영미를 향해 던졌고 그 돈들은 안영미 앞에서 한 장 두 장씩 흩어진 채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 그녀가 진현우의 간통을 목격했을 때, 그때도 똑같이 양월이 돈을 건네며 진현우한테 더는 매달리지 말라고 했었다.
  • 오래전 일이라 그녀는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때의 장면이 재현되자 안영미는 다시금 가슴이 아프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 “짝!”
  • 안영미는 빠르게 양월의 뺨을 후려갈겼다.
  • “감히 나를 때려?”
  • 뺨을 맞은 양월은 한발 늦어서야 정신이 들었다.
  • 얼굴을 감싼 채 분노한 그녀는 되받아치려고 애썼지만 그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안영미의 기럭지 우세에 어쩔 수 없었다.
  • 안영미는 쉽게 양월이 내리치는 손을 잡고는 말했다.
  • “내가 아직 그때 그 안영미인 줄 알아? 너희들한테 무시당하고도 아무 말도 못 하는 그 안영미인 줄 아냐고?”
  • 안영미가 갑자기 화를 내자 양월이 놀랐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녀는 급히 한쪽에 멍해 서 있는 진현우에게 소리를 질렀다.
  • “진현우, 거기 서서 뭐 하는 거야? 얘가 날 때리는데 와서 도와주지 않고!”
  • 그제야 정신을 차린 진현우는 망설임 없이 다가가 손을 번쩍 들었다. 1 대 2로 안영미는 당연히 그 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 안영미는 비웃으며 말했다.
  • “진현우, 내가 너를 너무 높게 평가했네. 그래도 사람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완전 개네.”
  • “안영미, 이건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 진현우는 매섭게 말했다.
  • 진현우가 안영미의 뺨을 내리치려고 할 그때 갑자기 위에서 커다란 손이 나타나더니 진현우의 손목을 확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