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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유시현의 서재

  • 양 가네 거실 안.
  • “진현우, 당신 아까 그거 무슨 뜻이었어? 내 앞에서 감히 남의 편을 들어?”
  • “여보, 난 그런 뜻이 아니었어.”
  • “그럼 왜 안영미 그 계집애를 안 때렸는데? 유시현이 뭐라고, 겁먹긴 왜 먹어?”
  •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양월은 집의 물건을 다 집어던져 부수고는 바닥에 무릎 꿇은 진현우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 진현우는 기가 다 빠져서는 고개를 떨구고 그저 가만히 양월의 욕설을 듣다가 작은 소리로 변명을 늘어놨다.
  • “여보, 그 유시현은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 양 씨네는 그저 작은 건축 회사라 유 씨 상업 제국이랑 맞서는 것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 하지만 어릴 때부터 호사스럽게 자란 양월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졌으며 오늘 같은 천대를 받은 적이 없었다.
  • 설령 임금님이 앞에 있다고 할지라도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 그녀는 진현우가 겁을 먹은 모습을 경멸하며 그의 변명이 끝나기도 전에 뺨을 후려치며 또 욕설을 퍼부었다.
  • “무능한 인간! 저리 꺼져!”
  • 분풀이를 끝내고 난 양월은 힘이 빠져 주저앉아서는 관자놀이를 주무르고 있었다.
  • 관자놀이를 주무르면서 머리에는 온통 안영미 그 계집애를 그냥 이렇게 놔두면 안 된다는 그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 이때 갑자기 한 사람이 떠올라 양월은 급히 그한테 전화를 걸었다.
  • 그리고 몇 마디만 나누고 두 사람은 공조하기로 결정했다.
  • 전화를 끊은 후 양월은 갑자기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 안영미, 유시현이 뒤를 봐준다고?
  • 만약 그 유시현이라는 거목을 잃으면 어떡하나 한번 보자!
  • 집에 돌아온 후 안영미는 바닥에 놓인 크고 작은 짐들을 보면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 엄마 아빠가 벌써 그녀의 짐을 싸서 보내온 것을 보니 유 여사님이 그녀를 얼마나 빨리 내쫓고 싶었는지 상상이 갔다!
  • 한참 푸념한 후 안영미는 빠르게 자신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남은 잡동사니들을 어디에다 넣을지 몰라 안영미는 창고를 찾기 시작했다. 별장이 이렇게 크니 어딘가엔 수납할 공간이 있지 싶었다.
  • 그리하여 안영미는 잡동사니들이 담긴 박스를 들고 별장 내부 구조도 익힐 겸 창고를 찾으러 여기저기 어슬렁거렸다.
  • 모든 방을 한 번씩 다 열고 들어갔는데도 창고를 찾지 못하자 복도 제일 끝에 있는 방이 바로 창고라고 안영미는 확신했다.
  •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눈에 띈 건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이었고 그 위에는 다양한 책이 꽂혀 있었다.
  • “여기는 서재인가?”
  • 안영미는 고개를 들이밀고 다시 기웃거렸다.
  • 여기는 유시현의 서재인가?
  • 안영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한쪽의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을 본 그녀는 유시현이 더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 유심히 책을 바라보던 그녀는 실수로 책상 위에 놓인 액자를 떨어뜨렸다.
  • 액자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에 너무 놀란 그녀는 혼이 날아갈 뻔했다. 그러고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급히 무릎을 꿇고 땅에 떨어진 액자를 주웠다.
  • 다행히 이 액자엔 유리가 씌워지지 않았다. 만약 이게 유리 액자였으면 진짜 큰일 났을 것이다.
  • 액자를 들여다보니 사진에 인물은 없었고 그저 한 장의 설경 사진이었다.
  • 액자를 자세히 살핀 후 문제가 없어 보이자 그녀는 다시 일어나 원래의 자리에 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사진이 액자 속에서 빠져나왔고 그 사진과 함께 한 장의 누런 카드도 딸려 나왔다.
  • 안영미는 맹세코 카드 내용을 읽으려고 할 생각은 없었지만 결코 그 예쁜 글씨들을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 시현 오빠, 오빠를 좋아해요.
  • 완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