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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결혼

  • 유시현의 말이 끝나자 차도 멈췄다.
  • 이때 앞 좌석에 묵묵히 앉아있던 주원 비서는 차에서 내려 안영미에게 문을 열어주고 내리라는 자세를 취했다.
  • “동사무소?”
  • 도착한 곳을 발견하고 안영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팔을 힘껏 꼬집었는데 순간 아파 얼굴을 찡그렸다.
  • 그녀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 빠른 것 같았다.
  • 그녀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았고 게다가 약간 강제적인 느낌이 들었다.
  • 안영미는 중도에 포기하려 했지만 주원이 다가와 웃으며 불렀다.
  • “영미 씨.”
  • “저, 신분증을 안 가지고 왔어요.”
  • 안영미는 당황했지만 우선 이 상황을 벗어나려 핑계를 댔다.
  • 소개팅을 하자마자 바로 혼인 신고를 하는 경우는 보지도 못했다.
  • “괜찮습니다.”
  • 주원은 웃으며 안영미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 주원의 행동은 안영미로 하여금 빼도 박도 못하게 했고 그녀가 뒤를 돌아 아직 차에 앉아있는 유시현을 보았다.
  • 방금 전 그의 표정을 보면 그녀가 만약 도망이라도 치면 유시현은 그녀를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그 표정을 본 그녀는 마지못해 주원을 따라 동사무소로 들어갔다.
  • 10분도 안 돼 안영미가 동사무소에서 나왔고 손에는 서류 한 장이 들려 있었다.
  • 햇살은 유난히 눈부셨다.
  • 안영미는 자신의 얼굴을 톡톡 두드려보았다. 아직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 그녀가 뜻밖에도 유시현과 혼인 신고를 했다. 신분증도 당사자도 없이 그렇게 자신을 유부녀로 만든 셈이었다.
  • 그녀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모든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됐다.
  • 유시현이 차에서 내려서야 안영미는 정신을 차렸다.
  • 유시현은 비서의 손에 있던 서류를 받아 재킷 안주머니에 넣었다.
  • 그러고는 안영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 “저는 급한 회의가 있어서 주 비서가 집에 데려다줄 거예요. 이따가 장인 장모님을 뵈러 가죠.”
  • 안영미는 운명이라고 단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유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길목으로 걸어가 택시 한 대를 잡아타고 떠났다.
  • 떠나는 유시현의 모습을 보며 안영미는 넋을 잃었다. 비록 방금 일어난 일들이 엽기적이긴 했지만 그녀는 무슨 능력으로 전 강주의 킹카인 유시현과 혼인 신고를 했을까!
  • “사모님, 가시죠.”
  • 유시현이 떠난 후 주원은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 사모님?
  • 안영미는 사모님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에 정신이 들었고 난처하고 어색한 눈빛으로 주원 비서를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이곤 차에 올랐다.
  • “사모님, 제 명함입니다. 제 번호가 적혀 있으니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전화 주세요.”
  • 주원은 몸을 돌려 자신의 명함을 두 손으로 안영미에게 건넸다.
  • 주원은 유시현의 특별 보좌관으로 그의 직위는 높은 편이라 안영미의 높은 상사라고도 할 수 있다.
  • 그가 직접 명함을 건네자 안영미는 조금 긴장한 듯 두 손으로 받았다.
  • “감사합니다, 충신님…”
  •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안영미는 잘못된 것을 깨닫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
  • 주원에게 충신님이라는 호칭은 사내에서 팀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유시현이 황제라면 주원은 충신이다.
  • “사모님, 어려워하실 거 없습니다.”
  • 주원은 공손하게 말했다.
  • 주원의 오피셜하고 서민적인 미소를 보고 안영미는 침을 삼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녀는 그저 소개팅 세 시간 만에 혼인 신고를 한 것이 너무 꿈같다고 여겼다.
  • 지금 생각해 보면 방금 한 행동이 너무 충동적이었다. 상대방이 자신의 사장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복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집에 돌아가서 엄마한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