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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아는 사이?

  • 이때 문이 열리고 안 교수가 돌아왔다.
  • 안 교수는 신발을 벗고 주방으로 향했으며 거실은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
  • 안영미는 이렇게 오래 말했지만 자신이 유시현에게 말하는 것을 잊어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 “유 대표님, 저…”
  • 안영미는 그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 유시현의 차가운 눈과 마주치자 그녀는 자신이 잘못 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름을 부르려고 해도 그녀는 차마 부를 수가 없었다.
  • 안영미는 모르는 척하며 말을 이었다.
  • “저희가 혼인 신고한 건 아직 부모님께 말씀 못 드렸어요.”
  • 말을 듣고 유시현은 별다른 반응 없이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알았다는 행동을 취했다.
  • “그리고…”
  •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지만 안 교수가 그녀의 뒤에 나타나 그녀의 말을 끊었다.
  • “영미야! 집에 손님이 오신 거니?”
  • 큰 목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 그녀는 아빠에게 한 소리 하려 했지만 유시현이 있는 것을 생각해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아빠, 왔어?”
  • 그러고는 알랑거리며 안 교수에게 다가가 그의 서류 가방을 받아 들었다.
  • 안영미가 유시현에게 자신의 아빠를 소개하려고 할 때 안 교수는 안영미를 지나쳐 유시현에게로 향했다.
  • “시현이? 네가 어떻게 왔어?”
  • 유시현은 일어나 안 교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 “교수님.”
  • 안 교수가 반갑에 인사를 하는 것에 반해 유시현은 계속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다.
  •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는 평온할 것 같았다.
  • 안 교수는 유시현을 끌어당겨 앉히고는 안영미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야기했다.
  • “어서 차 좀 내와.”
  • “두 분이… 아는 사이?”
  • 안영미는 눈앞의 상황이 어리둥절했지만 아빠가 옛 친구를 만난 듯한 모습을 보며 그녀는 참견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안 교수가 아끼는 차를 가지고 주방으로 가서 차를 탔다.
  • “엄마, 아빠가 유… 유시현 씨와 아는 사이인가 봐.”
  • 유시현이라는 이름이 발음하기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 새우를 다듬고 있던 유 여사는 딸의 말에 일손을 멈추고 돌아서 봤지만 안 교수의 신난 모습만 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돌아와 소곤거렸다.
  • “아는 사이가 맞나 보네.”
  • 유 여사는 딸에게 소개팅을 하게 한 것을 안 교수에게 알리지도 않고 소개팅 상대를 집으로 초대했다고 핀잔을 들었는데 지금 보니 아는 사람이라 잘 됐다고 생각했고 그제서야 유 여사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 유시현이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녀는 그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 듬직하고 차분하며 의젓하기도 한 이런 사람이 바로 그녀가 원하던 사윗감이었다.
  • 유 여사는 기뻐서 날아갈 것 같았고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으며 어쩔 줄 모르는 영미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 안영미는 할 수 없이 차를 가지고 다시 거실로 향했다.
  • 안 교수는 유시현과 학술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어 그녀는 도무지 알아듣지 못해 어색하게 옆에 앉아있었다.
  • 안 교수가 기뻐하며 유시현을 서재로 데려갔고 문이 닫히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안영미는 입을 삐죽거리며 할 수 없이 주방으로 가 일손을 도왔다.
  • 약 30 분이 지난 후 음식이 다 되었고 식탁에 음식이 차려졌다.
  • 식사 준비가 끝나자 안영미는 서재 문을 두드리며 나와서 저녁을 먹자고 말했다.
  • 안 씨 집안의 식탁은 원형이었고 평소에는 모두 모여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오늘은 왠지 분위기가 좀 묘했다.
  • 아마도 유시현이 갖고 있는 카리스마가 오늘 저녁 식사 분위기를 고급 만찬 분위기로 바꿨는지도 모른다.
  • 옆에 앉아있던 안영미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곧게 펴고 두 손을 다리에 반듯하게 얹었다.
  • 안 교수가 그제서야 유시현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 “여보, 영미야, 시현이는 내가 늘 얘기하던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제자야.”
  • 안영미는 놀란 듯 유시현을 쳐다보았다.
  • 아빠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학생이 그였다니!
  • 항상 일등을 하며 장학금을 받던 소문이 자자한 그 선배라니!
  • 그녀는 마음속에서 순간 그가 신처럼 여겨졌다.
  • 유 여사는 이 말을 듣고 더욱 기뻐하며 그에게 반찬을 덜어주려고 했지만 유시현의 싸늘하고 차가운 눈빛에 당황하여 감히 그러지 못하고 그저 웃으며 말했다.
  • “많이 먹어요.”
  • 유시현은 유 여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 “감사합니다, 사모님.”
  • 그러고는 귀족처럼 점잖고 우아하게 젓가락질을 했고 이 모습을 본 그녀는 젓가락질을 잘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 안영미는 차라리 국물부터 마시기 위해 일어나 그릇을 들어 올리자 그녀의 손에 있던 반지가 유 여사의 눈에 들어왔다.
  • 유 여사는 재빨리 유시현의 손을 보았는데 그 역시 똑같은 반지를 끼고 있었다.
  • “영미야, 너 그 반지.”
  • 유 여사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고 안영미와 유시현을 번갈아 쳐다봤다.
  • “너희들?”
  • 꼼짝없이 잡힌 안영미는 구원을 요청하는 눈빛으로 유시현을 쳐다보았고 유시현은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고 담담한 목소리로 정중하게 얘기했다.
  • “선생님, 사모님, 저와 영미 씨는 이미 혼인 신고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