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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지금 뭐 하고 있어요?

  • 이것을 보고 안영미는 잠깐 깊은 생각에 빠졌다.
  • 그녀가 유시현의 비밀을 훔쳐본 것일까?
  • 안영미는 순간 찔리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그녀가 일부러 본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밀을 훔쳐본 건 사실이라 확실히 부도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안영미는 빨리 카드를 제자리에 다시 넣으려고 했지만 긴장함에 결국 손이 떨려 성공하지 못했다.
  • “지금 뭐 하고 있어요?”
  •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안영미는 깜짝 놀라 손에 쥔 액자를 다시 놓쳤지만 이번엔 떨어지기 전에 유시현이 액자를 잡았다.
  • 급히 뒤돌아선 안영미는 유시현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쳤다.
  • 그녀는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 “미안해요, 일부러 들어온 건 아니에요.”
  • 그가 믿기는 힘들겠지만 안영미는 일부러 서재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고 그의 비밀을 훔쳐볼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 “나가 주세요.”
  • 유시현의 낮은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있었다.
  • 또 그를 화나게 했다고 생각한 안영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허리를 숙여 바닥에 있는 박스를 끌어안고 눈치껏 걸어나갔다. 문을 닫는 순간 그녀는 유시현이 그 사진을 빤히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
  • 그에게는 정말 소중한 물건인 것 같았다.
  • 안영미는 죄책감에 시달려 조용히 문을 닫고 1 층으로 내려갔다. 이때 주원은 이미 갖고 온 음식을 차려 놓았고 안영미가 박스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물었다.
  • “사모님, 지금 뭐 하고 계세요?”
  • “창고를 찾고 있어요.”
  • 안영미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 “창고는 다락방에 있어요.”
  • 다락방?
  • 주원의 대답을 들은 안영미는 좀 어리벙벙했다. 별장을 다 돌아봤는데도 다락방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 “사모님, 저한테 맡기세요.”
  • 주원은 그녀가 든 박스를 대신 들어줬다.
  • “사모님, 드세요, 이것은...”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영미는 그의 말을 끊었다.
  • “주 비서님, 제가 실수를 해서 그가 화난 것 같아요.”
  • 안영미의 말을 들은 주원은 갑자기 어찌할 바를 몰랐다.
  • 솔직히 몇 년 동안 유시현 곁에서 일하고 있지만 유시현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 그를 화나게 하는 사람은 정말 거의 없었는데 오늘 사모님은 정말 운이 좋았다!
  • “사모님, 대표님한테 어떻게 하셨어요?”
  • “모르고 그의 서재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그의...”
  • 액자를 건드렸고 그의 비밀까지 훔쳐보았다.
  •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미리 사모님께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사실 서재는 대표님의 금지 구역이라 아무도 들어가면 안 돼요.”
  • 금지 구역?
  • 그제야 안영미는 그가 분노한 이유를 알았다. 개인 공간에 허락도 없이 들어갔으니 당연히 화가 났을 것이다. 만약에 입장을 바꿔서 나의 공간에 다른 사람이 침입했다면 나도 화가 났을 것이다.
  • 이렇게 생각하니 안영미는 자신의 무모함 때문에 더욱 자책하고 괴로워했다.
  • 오늘의 저녁상은 모두 유 씨 본가에서 보내온 반찬으로 차려져서 안영미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가득 찼다.
  • 하지만 좀 전의 일로 안영미는 입맛이 없어 그저 서너 숟가락 뜨다가 말았다. 유시현은 줄곧 서재에서 나오지 않았다.
  • 밤이 되어 씻고 침대에 누운 안영미는 계속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 첫 번째는 새 침대가 낯설기도 했고 두 번째는 유시현의 서재에 들어가 그를 기분 나쁘게 했던 것이 너무 마음에 걸렸다.
  • 갑자기 카드에 적힌 완이라는 이름이 다시 떠올랐고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 그리고 시현 오빠.
  •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니 둘의 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다. 그리고 유시현도 그 사진을 엄청 아끼는 것 같아 보였다.
  • 그러니까 완이라는 사람은 유시현이 좋아하는 사람인가?
  • 이렇게 생각하니 안영미는 좀 서운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굳이 왜 그녀와 결혼을 했는지.
  •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그녀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는 이런 생각을 떨쳐내려고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