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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축하드려요

  • “괜찮아.”
  • 안영미는 반지에 집중하고 있어서 황리의 심경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 “영미 언니, 언니 결혼했어요? 언제요?”
  • 황리는 미심쩍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영미한테 물었다.
  • 회사에서 실습하고 있는 이 3개월 동안 황리는 부서에 있는 사람을 거의 다 알아봤다. 황리가 알기로는 안영미가 그전까지도 솔로였는데 갑자기 결혼했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안영미도 자신의 일이 이상하다는 걸 알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 그리고 그녀가 유 씨 그룹 대표와 소개팅을 해서 성공했다는 말을 해도 분명 믿어 주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 잠시 생각한 후 안영미는 간단하게 황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 “그냥 며칠 전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이랑 결혼한 거야.”
  • 그리고 안영미는 고개를 숙이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
  • 안영미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황리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 약 20분 후 안영미는 드디어 인수인계 리스트를 다 정리하고 프린트해서 황리에게 전해 줬다.
  • “영미 언니, 고마워요.”
  • 황리는 서류를 안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 시간을 힐끔 쳐다본 황리는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자 안영미한테 말했다.
  • “영미 언니, 제가 아직 잘 이해 못 한 부분이 있는데 지금 마침 점심시간이니까 우리 같이 밥 먹으면서 얘기해요.”
  • 안영미가 거절할까 봐 황리는 또 불쌍한 척하며 말했다.
  • “언니, 저 실수할까 봐 두려워요. 그러면 저 정말 인턴을 통과할 수 없어요.”
  • 안영미는 후배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주저 없이 그녀의 부탁을 들어줬다.
  • 강주국제호텔.
  • “황리야,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고?”
  • 안영미는 좀 당황스러운 듯 그녀 앞에서 걷고 있는 황리한테 물었다.
  • 강주국제호텔은 강주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호텔이다. 최고의 시설과 엄청난 가격, 일반 사람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 황리는 원래 안영미 앞에서 길을 안내하다가 안영미의 말을 듣고 뒤돌아서서 웃으며 그녀의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 “맞아요. 제가 이미 방을 예약했거든요.”
  • “근데 여기 너무 비싸잖아.”
  • 그냥 점심을 먹는 것뿐인데 굳이 왜 이런 고급 호텔에 와야 하는지 안영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영미 언니, 그동안 언니가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했잖아요. 이 정도는 대접해드려야죠. 예약도 다 했는데 우리 빨리 가요.”
  • 황리는 안영미가 도망 못 가게 안영미의 팔을 꼭 붙잡고는 말했다.
  • 안영미는 가격을 신경 쓰느라 황리의 수작을 눈치채지 못했다.
  • 안영미가 더는 말을 하지 않자 황리는 급히 그녀를 호텔 안으로 끌어당겼다.
  • 룸에 들어간 안영미는 다시 한번 호텔의 격에 놀랐다.
  • 룸을 호화롭다 못해 으리으리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안영미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어 황리한테 물었다.
  • “황리야, 너 혹시 금수저니?”
  • 안영미의 질문에 황리는 그저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묵인한 격이다.
  • 그런 황리를 본 후 안영미는 좀 안심되었다.
  • 만약 황리가 보통 사람이라면 안영미는 그녀를 거절했을 것이다. 한 끼에 두 달 월급을 다 쓸 정도의 호텔에서 밥을 먹는 건 너무나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
  • “영미 언니, 앉아서 주문하세요.”
  • 황리는 안영미 옆에 앉아 메뉴판을 그녀에게 건넸다.
  • 안영미는 메뉴판을 건네받아 제일 먼저 가격을 본 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 대충 보니 가장 싼 요리의 가격이 백만 원이 넘었다.
  • 설마 금을 먹는 건 아니겠지?
  • “황리야, 우리 다른 곳으로 가자.”
  • 안영미는 가격이 너무 신경 쓰여 안절부절못했다.
  • 황리는 그저 웃으며 메뉴판을 다시 받고는 말했다.
  • “언니, 밥은 제가 살 테니까 걱정 말아요.”
  • 그리고 황리는 메뉴를 보면서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 이때 안영미는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 급히 일어났고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마침 요리와 음료수가 나왔다.
  • 안영미가 자리에 앉자마자 황리는 주스가 담긴 컵을 들고는 그녀한테 말했다.
  • “영미 언니, 승진 축하드려요!”
  • 그 말을 들은 안영미는 감동했다. 그리고 그녀도 컵을 들어 짠했다.
  • “황리야, 고마워.”
  • 안영미는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는 컵을 내려놨다.
  • 그 모습을 본 황리는 왠지 좀 조급해 보였다. 황리는 주스를 쭉 들이마시고 빈 컵을 들고는 안영미에게 말했다.
  • “언니, 짠을 했으면 다 마셔야죠. 승진을 축하하는 의미로 다 마셔요.”
  • 그 말을 들은 안영미는 별생각 없이 다시 컵을 들어 주스를 단숨에 쭉 들이마셨다. 주스는 술과 달리 취하지도 않고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계략에 빠진 안영미를 본 황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시간을 힐끔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