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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 용준이 갑자기 소리쳤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지만 기세가 이미 민나연을 압박해 오고 있었다.
  • “민나연씨, 제가 저의 가족을 대신해 사과드리죠, 우리 할아버지가 정신이 혼미 해진지 이미 일주일이 됐어요. 만약 당신이 정말 치료할 수 있다면 도와주세요.”
  • 그의 태도는 그나마 예절이 있다고 할 수 있었고 민나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 “용준씨는 저의 인품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요? 인품이 별로인 제가 중간에서 어르신에게 해코지 할까 두렵지 않아요?”
  • 용준은 길고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의사는 선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믿어요. 민나연씨가 환자의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 민나연은 그를 흘겨보며 속으로 더 이상 기고만장하지 못하는 그를 비웃었다.
  • “돕는 건 문제가 안 되는 데 일단 듣기 싫은 소리부터 하죠.”
  • 민우빈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알 수 없는 흥분에 잠겨 엄마가 복수하는 것을 기대했다. 용준의 눈썹도 부자연스럽게 찌푸려졌으며 민나연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 “용준씨, 제가 치료한다고 대답을 했으니 빨리 완치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의 자신은 있어요. 원래는 저와 임현씨 사이의 관계로 인한 거래라 진료비를 받지 않으려 했는데 저는 받은 게 있으면 꼭 갚아 주는 사람이라서요. 용 대표님, 저의 진료비는 아주 비싸답니다!”
  • 용준은 이 여자가 말하는 받은 게 있으면 꼭 갚아주는 사람이라는 것이 용월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포함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다행히 용준은 종래로 돈을 생각하지 않았다.
  • “좋아요, 진료비는 마음대로 부르세요. 우리 할아버지만 구할 수 있다면 상관없어요.”
  • 민나연은 남자를 힐끗 보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으며 그 웃음은 아주 오만했다.
  •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의 병은 제가 방금 봤어요. 회복될 때까지 아마 한달 정도 걸릴거예요, 하지만 제가 한 시간 내에 할아버지께서 깨실 수 있게 해드릴 거예요.”
  • 용월은 그녀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 “허풍 치는데 세금은 안내죠? 진찰도 안 하고 저의 할아버지께서 무슨 병이 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한 시간 안으로 깨어나신다고요? 벼락이 혀를 내리칠까 두렵지도 않아요?”
  • 민나연은 눈썹을 찌푸리고 이 여자가 앵앵거리는 것이 꼭 파리처럼 귀찮다고 생각하며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 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 “입 다물어!”
  • “이것이 바로 당신과 저의 엄마의 차이예요.”
  • 부자가 같이 변호하고 있었고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구동성으로 말을 했다. 용준은 목소리를 듣고 잠시 주춤하다가 민우빈의 눈빛과 마주쳤다. 이 아이는 침착하고 얼굴에 같은 또래의 애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차분함이 묻어나 있었으며 반짝이는 두 눈을 가지고 있어 용준처럼 어린아이를 싫어하는 사람마저 이 아이가 귀엽다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귀찮은 민나연이라는 여자한테 이런 귀여운 아들이 있다니.
  • 민우빈은 처음 자신의 아빠와 만났고 그의 눈빛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용준은 그가 예전에 만났던 다른 남자들과는 달랐다. 그냥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온몸에 아우라가 비쳤으며 이것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원하는 아빠의 모습이었다. 민우빈은 천천히 시선을 거두고 묵묵히 민나연의 옆에 다가섰으며 용준은 그를 힐끗 보고는 민나연에게 말을 했다.
  • “민나연씨, 신경 쓰지 마시고 할아버지를 진찰해 주세요!”
  • 민나연은 화가 잔뜩 나 있는 용월을 보고는 몸을 돌려 병상으로 걸어갔다. 환자의 앞에 선 민나연은 얼굴이라도 바꾼 듯 아주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검은 가방에서 맥박을 짚을 때 쓰는 작은 베개를 꺼내고 어르신의 맥을 짚었으며 눈꺼풀을 열어보았다. 자신의 생각을 확정한 뒤 가방에서 돌돌 감은 하얀 천 가방을 꺼내 풀어놓았는데 안에는 길고 짧은 침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이 떨리게 하였다.
  •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리둥절해 있었고 눈빛으로 의심을 주고받았다. 이 여자가 정말 침구를 사용할 예정인가? 그렇다면 이 여자는 한의사인가? 한의사는 모두 백발의 할아버지여야 하는 게 아닌가? 많은 의심들이 있었지만 용준의 카리스마에 다들 찍소리도 못하고 있었다.
  • 민나연은 은 침 하나를 꺼내 어르신의 백회혈, 인중, 천추, 중완 및 대횡에 각각 침을 놓았으며 사람들은 그 모습에 입이 벌어졌다. 그녀의 침을 놓는 손놀림은 아주 숙련되었으며 혈맥도 아주 정확하게 찾아냈고 한눈에 보통 사람이 아니라 이런 치료를 몇 천 번을 해서 이루어낸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그 시각, 방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으며 사람들은 모두 민나연만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용월도 포함해서 말이다. 민나연은 한눈팔지 않고 정신을 가다듬고 은 침을 손에 들고 어르신의 곡지, 합곡, 고맹과 내정 등 곳에 침을 놓았다. 용준의 두 눈은 줄곧 눈앞의 여자를 지켜보고 있었으며 그녀가 침을 하나하나 집중해서 놓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걱정하고 의심을 했었는데 점점 놀라움과 탄복으로 바뀌었다. 그는 이 여자에 대해 탐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