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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제멋대로인 남자

  • 말을 마치고 나서 소탈하게 돌아서서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 용준의 눈빛이 미세하게 움직였고 참으로 오만방자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직접 찾아와서 사정해도 안 온다고? 자신이 누군 줄 알고? 하지만 그녀의 자신 있는 눈빛에 용준은 7년 전의 그날이 떠올랐다. 한 여자가 그와 같이 밤을 보낸 뒤 그렇게 사라졌고 지금까지 행방불명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여자도 오늘의 이 여자처럼 담량이 아주 컸었다. 그는 차갑게 웃고 나서 눈빛을 거두고 승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 “교토를 찾아가 명의 나빈을 찾으라던 일은 발표했어?”
  • 승준은 다급히 대답했다.
  • “발표했어요, 하지만 교토가 아직 답변이 없으니 좀 더 기다려 봐야 돼요. 참, 지난번에 얘기했던 무우산 처방을 오늘 밤 바에서 경매에 들어간대요. 가보실 건가요?”
  • 용준은 잠시 고민하고 나서 대답했다.
  • “그래. 가보자.”
  • ——
  • 민나연은 씩씩거리며 용씨 그룹을 나섰고 머릿속으로 용준에게 복수할 장면들을 상상하였다. 이 남자, 죽! 었! 어! 그녀는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빨간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지나가던 남자가 갑자기 그녀가 탄 택시 앞에 쓰러졌고 기사는 갑자기 옆으로 핸들을 꺾었고 길을 지나던 행인들도 피하기만 할 뿐 아무도 나서서 그 사람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
  • “차를 세워요, 내려가서 저 사람이 어떤지 봐야겠어요.”
  • 그들 업계의 사람들은 죽어가는 사람을 그대로 둘 수 없는 게 특징이었다.
  • “아가씨, 안 나가는 게 좋을 거예요! 지금 세월에 일부러 저렇게 누워있다 돈을 뜯어가는 사람이 많아요, 잘못 걸리면 큰일 나요.”
  • 기사는 백미러로 민나연을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고 민나연이 대답했다.
  • “갑자기 넘어졌다는 건 병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예요. 내려가서 살펴봐야겠어요.”
  • 이 말을 들은 기사는 화를 냈다.
  • “그럼 먼저 택시비를 계산하세요, 계산하고 나서 하고 마음대로 하세요, 저까지 말려들고 싶지 않아요!”
  • 민나연은 그를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만 원짜리 두 장을 기사에게 던져준 뒤 차에서 내려 그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남자의 잘 생긴 얼굴은 하얗게 질려 두 눈을 꼭 감은 채 정신을 잃고 바닥에 누워 있었다.
  • 민나연은 맥박을 짚어보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젊은 사람이 몸에 병이 너무 많았고 지금 상황으로 보면 아마 저혈당증으로 인한 쇼크 같았고 당분을 섭취하면 된다고 판단되었고 그녀는 남자의 호주며니를 뒤졌다. 보통 저혈당증이 있는 사람들은 평소에 호주머니 속에 사탕이나 과자를 넣어두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뒤져도 먹을 것이 나오지 않았으며 핸드폰을 꺼내 구급차를 부르려고 할 때 자신의 핸드폰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였다. 택시에 두고 내린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남자의 핸드폰을 꺼내 다급히 구급전화를 걸었으며 그 핸드폰으로 자신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 하지만 전화 연결음이 한참이나 울려도 받는 사람이 없다가 급기야 상대방이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 민나연은 얼굴색이 굳어진 채 이 기사가 동정심만 없을뿐더러 자신의 핸드폰까지 가로채려 한다고 생각하며 참으로 양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속으로 욕하며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아들, 엄마 핸드폰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 봐, 방금 택시에 두고 내린 것 같아.”
  • “알았어요, 엄마, 면접은 잘 봤어요?”
  • 꼬맹이의 귀여운 목소리에 민나연은 다급히 대답했다.
  • “괜찮았어!”
  • 그녀는 아들이 잔소리를 할까 봐 얼버무렸다. 사실 민나연은 이번에 귀국해서 취업을 할 계획이 아니라 혼자 창업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꼬맹이가 무엇 때문인지 취직하는 것이 창업보다 안전하다고 하면서 직접 이 회사를 골라 면접을 보라고 졸랐다. 하지만 취직이 되기 전에 이런 대표를 만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민나연은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자신의 아들이 안목이 참 별로라고 생각했다.
  • 핸드폰 사건도 해결했고 구급차도 도착했으니 사람을 구하는 바에 끝까지 구하자는 마음에 같이 병원에 가서 치료비도 대신 내주고 가족들한테 연락을 하여 가족이 도착해서야 자리를 떴다.
  • 용씨 그룹, 대표님 사무실. 비서 승준은 핸드폰을 손에 들고 돌아와 보고하였다.
  • “대표님, 이걸 보십시오. 이 사진 속의 사람이 둘째 도련님이 아니신가요?”
  • 용준이 핸드폰을 받아들고 보니 기사 하나가 실검에 올라 있었다.
  • “시퍼런 대낮에 한 여자가 남자가 쓰러진 틈을 타 강도 짓을 하다.”
  • 밑에는 화질이 아주 좋은 사진 한 장이 올라와 있었고 사진에는 젊은 남자 한 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한 여자가 몸을 만지고 있었다. 그 여자는 표정이 긴장돼 있었고 어느 각도로 보나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용준의 얼굴빛이 어두워졌고 눈썹이 더 깊게 찌푸려졌다. 누워 있는 남자가 확실히 자신의 동생이고 이 여자는 방금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던, 인품 문제로 거절당했던 그 여자가 아니던가! 지금 또 동생의 핸드폰까지 훔치다니, 용준은 핸드폰을 승준에게 돌려주고 전화를 걸었다.
  • “찬이한테 문제가 생겼어요?”
  • 전화기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 “괜찮아요, 고질이 도져서 방금 길에서 쓰러졌는데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왔어요. 지금은 아무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 용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제가 나빈이라고 하는 명의를 찾는 중이니 찾게 되면 찬이의 병을 치료해달라고 할게요.”
  • 전화 속의 여자는 잠시 주춤하더니 낮은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 “찬이의 건강이 지금 이러니 아마 누가 와도 치료하긴 어려울 거예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찾아준 의사가 적었나요? 지난 시간 동안 수고가 너무 많았어요.”
  • “아니에요, 어쨌거나 찬이는 제 동생이잖아요.”
  • 두 사람은 말을 좀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 동생이 아무 일 없는 것을 확인한 용준도 마음을 놓았다. 핸드폰이야 다시 사면 그만이지만 중요한 것은 찬이의 건강이었다. 승준은 고개를 저으며 용 대표님이 동생을 참 아낀다고, 특히 둘째 도련님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면 속의 여자는 빈번히 용 대표님의 눈에 걸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 좋은 결과를 맞이할 것 같지 못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