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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녀가 도둑이라니

  • 7년 후, 공항
  • “민나연씨, 여기예요.”
  • 임현은 기분 좋은 듯 공항에서 나오고 있는 여자를 향해 손을 저었다. 여자는 섹시한 몸매에 하얗고 청순한 얼굴에 커다란 선글라스를 하고 있었으며 턱을 조금 쳐들고 있어서 긴 목선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그녀는 손으로 베이지색의 캐리어를 끌고 나왔으며 캐리어 위에는 귀여운 호빵 같은 남자애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그 남자아이는 6, 7세 정도처럼 보였고 민나연과 같은 코트를 입고 귀엽게 캐리어 위에 앉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 임현은 주동적으로 달려가 캐리어를 받아 들고는 장난 섞인 말을 했다.
  • “이제야 돌아오시는군요, 나의 명의님, 오래 기다렸어요.”
  • 민나연은 캐리어를 눈앞의 이 남자에게 넘겨주면서 그를 힐끗 쳐다보고 대답했다.
  • “임현씨한테 기다리라고 한 적 없어요!”
  • “현이 형, 엄마를 안 건드리는 게 좋을걸요.”
  • 캐리어 위에 앉아 있던 귀여운 호빵 민우빈이 입을 열었다.
  • “자식, 현이 삼촌이라고 불러.”
  • “현이 형이라고 부를 거예요.”
  • 민나연은 늘 입씨름하는 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는 습관이 된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한마디를 했다.
  • “두 사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화장실에 다녀올게요.”
  •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화장실이 있는 방향을 향해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하지만 몇 걸음 걷자 앞에 있는 스냅백을 쓴 남자가 수상쩍게 한 여자애의 뒤를 따르는 것을 보았다. 그 남자는 여자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외투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새것으로 보이는 핸드폰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의 손에 들어왔다. 숙련된 솜씨며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보아 아마 상습범인 것 같았다.
  • 민나연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시퍼런 대낮에 도둑질을 하냐고 조롱하는 듯한 비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심심하기도 했고 오늘 좋은 일 한번 해보자고 생각한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일부러 그 남자를 향해 걸어가서 부딛치면서 휘청거렸다.
  • “어머,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 남자는 이마 살을 찌푸리고 흉악한 표정으로 화를 내려고 하다가 민나연의 예쁜 얼굴을 보고 표정을 바꾸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 “괜찮아요, 아가씨도 괜찮아요?”
  • 민나연은 간드러지게 고개를 저었다.
  • “괜찮아요, 미안해요.”
  • 두 사람이 헤어질 때에는 그 핸드폰이 민나연의 손에 들려 있었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 올리고 미소를 지었다.
  • 이 장면은 공항에 갓 내린 용준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남자는 훤칠한 키에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온몸에 사람들로 하여금 다가가기 힘든 존귀함이 묻어나 있었다. 그는 이마 살을 찌푸리고 이렇게 예쁜 여자가 도둑이라고 의아해 하였다. 마음속으로 실망을 하고 있었지만 딱히 참견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때 비서인 승준이 손을 내밀어 용준의 캐리어를 받으며 말했다.
  • “대표님, 찾던 명의는 찾으셨습니까?”
  • 용준은 피곤한 듯 자신의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
  • “한발 늦었어, 오늘 그녀가 한국에 돌아온다고 하니 빨리 사람을 보내 알아봐.”
  • 승준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 “죄송합니다, 용 대표님, 그 명의의 신변에 고수 한 명이 그녀의 신분숨기기를 돕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명의가 나빈이라고 불리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 용준은 조금 짜증이 났다.
  • “됐어, 해커 교토를 찾아가. 그 명의를 꼭 찾아내야 해. 할아버지의 병은 더 이상 끌면 위험해.”
  • 말을 마치고 나서 VIP 통로를 통해 공항을 나섰다. 민나연은 그 시각 화장실에서 나왔고 그녀의 뒤에는 아까 핸드폰을 도둑맞았던 여자애가 뒤따르고 있었다.
  • “너무 고마워요!”
  • “괜찮아요, 핸드폰을 잘 간수해요. 또 잃어버리지 말고.”
  • 같은 시각, 임현도 캐리어 위에 앉아 있는 호빵에게 묻고 있었다.
  • “내일 무슨 스케줄이 있어? 엄마가 우리 증조 외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해 주러 간대?”
  • 민우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 “아니요, 내일 엄마가 면접 보러 간대요.”
  • “면접? 어디 면접?”
  • “용씨 그룹요.”
  • 임현은 놀라 자빠질 뻔하였다.
  • “용씨네로 간다고? 왜, 왜 거기로 가는 거야?”
  • “일자리를 찾으러요!”
  • “너의 엄마가 일자리를 찾을 필요가 있어?”
  • 명성이 높은 나빈 명의인데 일을 하고 싶으면 어디 가든 식은 죽 먹기가 아닌가?
  • “제가 가라고 했어요.”
  • 호빵은 기대에 차 말했다.
  • “용씨 그룹이 한국에서 손꼽히는 회사라고 들었어요. 전 세계 나라마다 그 그룹에 속하는 산업이 있다고 하는데 이런 회사만이 우리 엄마한테 어울려요!”
  • “안돼!”
  • 임현은 다급히 그의 말을 끊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 “용씨 그룹의 대표인 용준이 악랄한 악마라고 들었어! 그 사람이 엄마의 보스가 된다면 엄마가 매일 억울함만 당할걸?”
  • “저의 엄마가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여요?”
  • 민우빈은 임현을 흘겨보며 말했다.
  • “형이 오히려 그 사람을 아주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요?”
  • “허튼소리!”
  • 무섭지 않을 수 있을까? 용준의 수단을 생각하면 임현은 저도 몰래 몸을 떨었다. 민우빈은 실눈을 뜨고 물었다.
  • “현이 형, 나한테 속이는 것이 있죠?”
  • “그, 그럴 리가.”
  • “내가 조사해 볼까요?”
  • 꼬맹이는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위협이 섞인 어투로 말을 하였다.
  • “자식, 또 나를 협박해…”
  • 임현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그를 흘겨보고는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
  • “알았어, 뭐든 너의 교토 큰 아버지를 속일 수 없다는 걸 알아, 무서워 죽겠네. 사실 용씨 그룹의 대표님이 나의 외삼촌이야. 이건 비밀로 해, 삼촌이 내가 귀국 한 걸 알면 아프리카로 보내 버릴 거야!”
  • 민우빈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중얼거렸다.
  • “오, 형의 외삼촌이었구나, 빠뜨린 게 있긴 했네.”
  • “뭐라고?”
  • 민우빈은 그를 흘겨보며 되물었다.
  • “아니에요, 외삼촌에게 무슨 잘못한 일이 있길래 무서워서 귀국조차 못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