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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터무니없는 요구

  • 반 시간 남짓하게 분주히 움직이던 민나연은 마침내 멈췄고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고개를 들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 “걱정 마세요, 어르신은 괜찮아요. 예상대로라면 아마 10분 정도 지나면 깨어나실 거예요.”
  •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으며 용월만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 “침을 몇 대 놓았다고 저의 할아버지가 깨어나겠어요? 허풍 좀 그만 쳐요!”
  • 하지만 그녀의 두 눈은 줄곤 병상에 계신 어르신에게 멈춰 있었으며 민나연의 말을 검증하려는 듯했다. 민나연은 그녀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옆에 앉아 휴식을 취하였다.
  • “엄마, 받아요.”
  • 민우빈은 미리 준비한 손수건을 건네주었고 민나연은 손수건을 받아 들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고마워, 아들.”
  • 민나연은 땀을 닦고 다시 용준을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 “용 대표님, 진찰비 100억입니다.”
  • 용준은 입꼬리를 올리고 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승준이 수표 한 장을 용준에게 건넸고 용준은 수표를 받아 민나연에게 건넸다.
  • “민나연씨는 여전히 터무니없는 요구를 제시하는군요.”
  • 그의 입가에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한 득의양양함이 보였고 민나연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수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해졌다. 젠장! 너무 적다! 특히 그의 입가에 피어오른 보기 싫은 웃음을 보는 순간 너무 낮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후회했다. 그녀는 그를 흘겨보고는 손을 내밀어 수표를 가져왔는데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한 사람의 그림자가 스치더니 그 수표를 채갔다. 민나연이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수표를 채 간 사람이 바로 용월이었다.
  • “할아버지가 아직 깨어나지도 않았는데 돈을 가져 가려고요? 만약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디 가서 민나연씨를 찾아야 하죠?”
  • 용월은 일리 있는 말을 말했으며 민나연은 심호흡을 하고 사람을 때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고개를 들고 용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 “당신들, 단물만 빼먹고 버릴 생각인가요?”
  • 용준도 용월이 이런 일을 할 거라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얼굴색이 굳어진 채 온몸에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
  • “가져와.”
  • 그가 낮은 소리로 말했고 용월은 눈썹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오빠, 이 여자한테 속으면 안 돼요. 할아버지가 아직 깨어나지 않았는데 이 여자가 우리 할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할지 알게 뭐예요?”
  • 이 말을 들은 용준은 눈썹을 찌푸리고 병상에 누워 있는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방금 민나연이라고 하는 이 여자가 어르신에게 무슨 짓을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의 표정이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 “나는 민나연씨를 믿어!”
  • 용준이 말을 했고 민나연은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이렇게 힘 있는 말투로 믿는다고 말할 줄 몰랐었다. 마음속에 쌓였던 불쾌함도 조금 풀리며 이 자식이 끝내 사람다운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 “됐어요, 어르신이 깨어나시길 기다리죠, 어차피 몇 분이 안 걸릴 거예요.”
  •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고 용월은 이 말에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 “오빠,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이 여자는 어디에서 온 여자인지도 모르는데 이 여자의 말을 어떻게 믿어요?”
  • 용준은 여전히 눈썹을 찌푸린 채 차가운 표정으로 용월을 바라보며 반박할 수 없는 어투로 말했다.
  • “이 집안에서 언제부터 너의 말에 따랐었어?”
  • 용월은 난감한 기색을 떠올렸지만 입으로는 여전히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 “안 준다는 게 아니잖아요, 안전하게 할아버지가 깨어나면 그때 준다고요.”
  • 용준은 그녀의 손에서 수표를 뺏어왔고 민나연에게 걸어갔다.
  • “민나연씨, 이것은 진찰비예요. 그리고 어제는 악의를 품고 경매가를 올린 게 아니라 그 무우산을 사서 할아버지한테 드리려고 했어요.”
  • 민나연은 수표를 받아들고 미간을 조금 풀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 “괜찮아요. 제가 경매에 참여한 것도 어르신을 위해서였어요. 모두 어르신을 위한 일이니 누가 낙찰받던지 결과는 똑같네요.”
  • 용준의 눈에는 놀라움이 스쳐갔다. 그는 눈앞의 이 여자를 바라보며 그녀가 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하려 했었다는 게 의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