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말아요, 나중에 제가 더 좋은 것으로 사 드릴게요. 오늘은 그만 돌아가죠, 안 그러면 저의 목숨이 날아갈지도 몰라요.”
임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사정했고 민나연은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임현의 방금 했던 행동을 생각한 그녀는 생각에 잠겨 고개를 들고 2층 방향을 쳐다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저 개 자식은? 젠장! 저, 저 인간이 방금 얼마를 불렀지? 그랬다, 20억이었다.
“4억.”
민나연은 일부러 위층을 향해 큰소리로 불렀고 임현은 그 소리에 몸을 떨며 망했다고, 이젠 죽음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럼 민나연씨가 부르고 있어요, 계산은 나중에 제가 하는 걸로 하고 저 먼저 나가 볼게요.”
말을 마친 그는 허리를 숙이고 조용히 도망 나왔으며 민나연은 그를 부르지 않고 입가에 이상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이 자식이 왜 이렇게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행동하는지 궁금했다. 민우빈은 위층에 있는 용준을 힐끗 보고는 한 쌍의 흑요석 같은 두 눈으로 차분하게 그를 바라보며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용준도 그 아이의 시선을 느끼고 눈썹을 찌푸렸다. 꼬맹이는 6, 7세로 돼 보이는데 어떻게 저렇게 냉정한 눈빛을 하고 있지? 그리고 저 눈빛은 지금 자신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는 건가? 용준의 입가에는 재미있다는 웃음이 떠올랐으며 갑자기 흥미가 느껴져 경매원이 40억을 불렀을 때 다시 한번 숫자를 불렀다.
“60억.”
그가 이 가격을 부르자 사람들 속에서 또다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세상에, 1억짜리 물건이 이미 60억이 됐어요.”
“위에 앉아 있는 저 분이 누구신지 아세요? 용준이에요, 몇십억이 아니라 몇백억도 저 사람에겐 새 발의 피예요!”
민나연은 화가 나서 그 남자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아들, 저 인간이 끝까지 버티면 또 100억 정도를 손해 보게 해야겠어. 털을 뽑아도 내가 다 뽑을 거야.”
민우빈은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는 유유히 말했다.
“엄마가 얼마를 부르던지 저 사람이 더 많이 부를 거예요.”
민나연은 이 말에 어리둥절해졌다. 용준과 힘을 겨루다니, 조금 앞뒤를 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사악한 웃음이 떠오르더니 갑자기 소리를 높여 가격을 불렀다.
“8억.”
남자의 입가가 천천히 올라가더니 재미있다는 듯이 기분 좋게 입을 열었다.
“100억.”
육원준과 진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용준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어? 용준, 1억짜리 물건을 100억까지 올리는 건 말이 안 돼.”
용준은 입가에 웃음을 띤 채 재미있다는 듯이 손에 든 찻잔을 돌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육원준은 아래층의 민나연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저 여자 생긴 건 맘에 들어, 청순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 섹시한 게 보기 드문 미인이야.”
진혁도 웃으면서 거들었다.
“그러게, 들어갈 데가 들어가고 나올 데는 또 예쁘게 잘 나왔어. 조금만 더 갔으면 살쪄 보일 거고 적었으면 너무 말라 보였을 텐데, 지금 저 수준이 딱 좋아.”
용준은 두 사람의 거침없는 평가에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발을 들어 맞은켠에 앉아 있는 육원준의 의자 다리를 차고는 음침한 얼굴로 말을 했다.
“놀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찾아. 이 여자는 인품이 별로야, 너희들이 시간 낭비를 해도 될 가치가 없어.”
육원준은 순간적으로 무엇인가를 알겠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이러는 걸 보니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가 봐?”
용준은 그에게 답을 하지 않고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민나연을 바라보았다. 민나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위에 있는 남자를 향해 도발하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