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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필요한 로맨스

그녀에게 필요한 로맨스

해님꽃

Last update: 2022-01-02

제1화 그날 밤의 남자

  • 민나연이 눈을 떴을 때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그녀는 얼떨떨한 정신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으며 갑자기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제는 그녀의 생일이었다. 그녀는 원래 약혼자인 진현우와 데이트를 할 예정이었는데 우연히 그가 자신의 이복 여동생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시각 그녀는 자신에게 남은 자존심으로 화를 내며 따지려 한 게 아니라 같은 방식으로 복수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복수는 미친 복수였다.
  • 이 일은 그렇게 끝나는가 싶더니 두 달 뒤에 민나연은 자신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민나연은 온몸이 차가워진 채 앞에 있는 이복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조롱 섞인 표정이 마음을 아프게 찔러왔다. 민채아는 일부러 놀라운 척하며 말했다.
  • “언니, 두 달 전에 현우 오빠랑 헤어졌어요? 현우 오빠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요?”
  • 민나연은 민채아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 “양심 좀 있어봐! 나랑 진현우 사이가 어떻든지 너랑 상관이 없는 일이야!”
  • 서로의 체면을 생각하여 그녀는 헤어지자고만 했고 그들 사이의 구역질 나는 일에 대하여 얘기하지 않았는데 지금 민채아가 양심도 없이 이 일에 대하여 말을 꺼내다니! 민채아의 눈에는 불안한 표정이 스쳤다. 그녀는 민나연이 아빠의 앞에서 사실을 말할 줄을 몰랐던 터라 민나연을 가리키며 소리를 높여 말했다.
  • “헛소리하지 말아요! 그날 밤 언니가 밤새 안 들어왔고 이튿날 현우 오빠와의 약혼을 취소했잖아요. 나는 두 가문의 혼인 관계를 순리롭게 진행하기 위하여 현우 오빠랑 함께 하기로 한 건데 아무리 저의 입장을 이해해주지 못한다 해도 이렇게 누명을 씌우면 안 되지 않아요?”
  • 그녀는 울면서 말을 했다. 옆에 앉아 있던 계모 이솔이 민채아를 안으며 불쾌한 듯 입을 열었다.
  • “나연아, 말을 할 땐 증거라는 게 있어야 한단다. 네가 자신의 체면이 어떠하든 상관이 없다고 해도 동생이 아직 어린데 이렇게 모욕하면 얘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어?”
  • 민나연은 화가 났지만 오히려 웃어 버렸다.
  •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걸 제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감시 카메라라도 가져오라는 거예요?”
  • “짝——”
  •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얼굴에 뺨을 날아와 한 쪽 얼굴이 얼얼해 났다. 민나연은 얼굴을 감싸고 믿기 어렵다는 듯 자신을 때린 남자를 바라보았다.
  • “아빠가 나를 때려요?”
  • “동생이 이 집안을 위하여 이렇게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는데 너는 뭐야! 부끄럽지도 않아? 내가 너 때문에 낯 뜨거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 민나연, 당장 병원에 가, 안 그러면 이 민씨 집안에서 썩 꺼져!”
  • 민나연은 숨이 멎는것 같았다. 그녀는 코끝이 찡해 왔고 두 손으로 배를 꼭 안으며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 “저는 병원에 가지 않을 거예요!”
  • “그럼 민씨 가문에서 꺼져! 오늘부터 나는 너 같은 딸은 없는 셈 칠 테니까!”
  • 민재성은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키며 화가 나서 호통쳤고 민나연은 민재성을 힐끗 보고 또 소파에 앉아 이 장면을 깨고소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모녀를 쳐다보고는 차갑게 돌아서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나갔다.
  • “아빠, 언니를 정말 내쫓으면 어떡해요… 언니, 가지 마요, 기다려요.”
  • 민채아는 갑자기 사람이 바뀐 듯 조급한 표정으로 따라나섰다. 마당 중간에 도착하자 자매 두 사람만 남았고 그제서야 민채아는 더 이상 연기를 하지 않고 득의양양하게 말을 했다.
  • “민나연, 그날 밤 기분 좋았어?”
  • 민나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실눈을 뜨며 말했다.
  • “그 사람은 네가 일찍부터 계획했던 거야?”
  • 민채아는 미친 듯이 웃더니 대답했다.
  • “언니를 재미있게 하려고 내가 좀 고생을 했어요, 200만 원이나 썼는걸요! 육교 다리 밑에서 구걸하던 그 거지를 알죠? 이런 좋은 일이 있다고 하니 좋아 죽던데 언니는 어땠어요?”
  • 민나연은 주먹을 꽉 쥐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어서 손을 내밀어 민채아의 얼글에 따귀를 날렸다!
  • “아…!”
  • 민채아는 민나연이 갑자기 때릴 거라 생각지 못했기에 아무런 방비도 없는 상태에서 연속 두 번이나 따귀를 맞고 바닥에 넘어져 나뒹굴었으며 민나연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고 당겨왔다.
  • “민채아, 내가 언니야, 너는 내 남자친구를 빼앗은 것만으로도 모자라 뒤에서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나한테 해코지하다니! 양심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 그녀가 민채아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뒤에서 그녀를 당겼고 힘이 너무 세서 그녀가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배를 감싸 안았으며 민재성은 화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 “뭐 하는 거야?”
  • 민채아는 이 광경을 보고 다급히 민재성의 품에 달려들어 억울한듯 울면서 고자질했다.
  • “아빠, 저는 그저 언니를 위로하고 싶었을 뿐인데 언니가 제 마음은 몰라주고 제가 현우 오빠를 빼앗았다고 했어요. 나랑 엄마가 아빠를 빼앗았고 이 민씨 집안을 독차지했다고 하면서 나랑 엄마한테 꺼지라고 했어요.”
  • 민재성은 조용히 민채아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위로했다.
  • “너는 내 딸이야, 너의 엄마도 내가 정정당당하게 결혼해서 같이 사는 거고. 도대체 누가 감히 너희를 내쫓겠다는 거야?”
  • 민나연은 우습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더니 간신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배를 안고 한발 한발 밖으로 나갔다. 이 집에 대하여 이젠 아무 미련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