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3화 인품이 별로야

  • 임현이 다급히 말했다.
  • “아무것도 안 했어, 사고였을 뿐이야, 너 같은 꼬맹이에게 말해도 못 알아들어.”
  •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민나연이 돌아왔고 민우빈은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 “엄마, 내일 제시간에 용씨 그룹에 면접 보러 가야 돼요~”
  • 민나연은 차갑게 그를 흘겨 봤다.
  • “알았어, 꼬맹이야!”
  • 민우빈은 입을 삐쭉하며 엄마를 용씨 그룹에 보내기가 참 어렵다고 생각했다. 가는 길에 민나연은 창밖의 높은 건물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 “나연, 7년 만에 돌아오는 거죠?”
  • 임현이 물었다.
  • “맞아요, 7년 됐어요.”
  • 그 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누가 타향에서 7년씩이나 있겠는가? 하지만 그때 민나연의 눈앞에 익숙한 건물이 스쳐 지나갔다—— 민씨 그룹이었다. 그때의 시간들과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쳤다.
  • “나연? 언제 저의 증조 외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하러 갈 거예요? 미리 준비해 놓을 게요.”
  • 임현의 목소리가 그녀를 사색에서 끌어당겼고 민나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 “내일이 금요일이니 먼저 면접 보러 가야 되고 주말에 가볼게요.”
  • “그래요, 고마워요, 나연씨, 저의 증조 외할아버지를 위해 이렇게 특별히 와주다니!”
  • 민나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아니에요, 특별히 와줬다고 할 수도 없어요, 저도 돌아올 때가 됐어요.”
  • 그들은 차 안에서 웃고 떠들며 한 시간을 달려서 신원 아파트에 도착했다. 이곳은 임현이 미리 준비한 곳이었다.
  • “여기서 며칠만 있어요. 며칠 뒤에 우리 아파트 단지에 빈 방이 생길 건데 그때 다시 바꿔줄게요!”
  • 민나연이 대답했다.
  • “알았어요.”
  • ——
  • 다음 날, 민나연은 일찍 일어나 예쁘게 화장을 하고 꼬맹이에게 굿바이 키스를 했다.
  • “아들, 엄마 면접 보러 갈게. 집에서 잘 놀고 있어, 엄마가 양 엄마한테 전화를 해놨으니 좀 있다 와서 같이 놀아 줄 거야.”
  • 민우빈은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엄마 화이팅 하세요.”
  • 민나연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 “그래, 아들, 기다리고 있어. 엄마가 돈을 벌어서 아들을 키울 거야.”
  • 반 시간 뒤, 민나연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찌르는 듯한 랜드마크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감탄했고 용씨 그룹답게 아주 기개가 드높다고 생각했다. 안으로 들어가 프론터에게 찾아온 이유를 말하고 나니 프론터가 승준을 불러왔다.
  • “승 특별 비서님, 민나연씨가 오늘 볼 면접은 패션 디자이너입니다.”
  • 패션 디자이너라는 이 직위는 특별해서 대표님이 친히 면접을 보고 있었다.
  • “네.”
  • 승준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고 고개를 들고 민나연의 얼굴을 보고는 숨을 죽이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 이 여자는 어제 보스가 공항에서 마주친 그 도둑이 아니던가? 그녀가 왜 여기에 있지?
  • “민나연씨, 여기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곧 돌아올게요!”
  • 승준은 민나연에게 말하고 나서 다급히 대표님 사무실로 향했다.
  • “대표님! 어제 공항에서 마주친 도둑이 디자이너였어요! 지금 우리 회사에 면접 보러 왔어요!”
  • “뭐? ”
  • 용준은 천천히 눈을 치켜떴다.
  • “그녀가 확실해?”
  • 승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 “확실해요.”
  • 용준은 눈을 찌푸리고 손에 든 펜을 책상에 던졌다.
  • “데려와.”
  • “네.”
  • 얼마 안 지나 대표님 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용준이 인색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 “들어와요.”
  • 민나연은 승준을 따라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섰다. 사무실의 면적이 아주 넓었는데 적어도 몇 백 평은 되는 듯했으며 햇빛이 아주 잘 들었다. 사무실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책상 뒤에 제왕처럼 앉아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 시각, 남자의 깊은 눈동자는 무섭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눈빛에는 타고난 고귀함과 패기가 묻어나 있었다. 민나연은 어리둥절해졌다.
  • “민나연씨, 이 분은 우리 회사의 대표님이신 용 대표님이십니다.”
  • 민나연은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용 대표님, 저는 패션 디자이너 면접을 보러 온 민나연이라고 합니다.”
  • 사실 그녀는 잘 생긴 남자에 정신을 못 차리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그녀의 신변에는 잘 생긴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그 사람들 모두 지금 눈앞의 이 남자만큼 놀랍게 잘 생기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친근감까지 주었다. 용준은 피곤하게 의자에 기대어 이 여자가 참 예쁘게 생겼는데 아쉽게도 절도 상습범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한 쌍의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코웃음쳤다.
  • “민나연씨, 용씨 그룹은 직원의 인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민나연씨는 자신의 인품이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 그의 말투가 위로 올라갔고 조롱 반, 비웃음 반으로 말을 했으며 말속에 섞인 비난이 민나연으로 하여금 얼굴이 굳어지게 하였다.
  • “용 대표님, 무슨 뜻이죠?”
  • 용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 “우리 회사는 당신처럼 인품이 안 좋은 직원이 필요 없어요.”
  • 말을 마치고 나서 승준에게 눈치를 줬으며 승준은 문을 향해 나가라는 손짓을 했고 민나연은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이력서가 안된다거나 학력이 부족하다거나 면접 때 긴장한다거나 하는 것은 많이 봤어도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자신의 인품 같은 직원이 필요 없다니, 도대체 뭐가 어떻다는 거지? 그녀는 용준을 바라보며 눈썹을 있는 힘껏 찌푸리고 오전 내내 쌓아 둔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
  • “제가 필요 없으면 직접 얘기할 것이지 왜 사람을 모욕하는 거예요? 이런 회사를 누가 아쉬워할 줄 아나 봐요? 당신들 회사가 아니면 어디 다른 회사가 없을까 봐요?”
  •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나가려 했으며 용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차갑게 웃으면서 심드렁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 “용씨 그룹이 거절한 직원을 다른 회사에서 받아들일 거라 생각해요?”
  • 민나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 “제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들으세요. 저 같은 직원은 직접 찾아와서 빈다 해도 절대 안 올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