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빈은 입을 삐쭉하며 엄마를 용씨 그룹에 보내기가 참 어렵다고 생각했다. 가는 길에 민나연은 창밖의 높은 건물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나연, 7년 만에 돌아오는 거죠?”
임현이 물었다.
“맞아요, 7년 됐어요.”
그 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누가 타향에서 7년씩이나 있겠는가? 하지만 그때 민나연의 눈앞에 익숙한 건물이 스쳐 지나갔다—— 민씨 그룹이었다. 그때의 시간들과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쳤다.
“나연? 언제 저의 증조 외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하러 갈 거예요? 미리 준비해 놓을 게요.”
임현의 목소리가 그녀를 사색에서 끌어당겼고 민나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내일이 금요일이니 먼저 면접 보러 가야 되고 주말에 가볼게요.”
“그래요, 고마워요, 나연씨, 저의 증조 외할아버지를 위해 이렇게 특별히 와주다니!”
민나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특별히 와줬다고 할 수도 없어요, 저도 돌아올 때가 됐어요.”
그들은 차 안에서 웃고 떠들며 한 시간을 달려서 신원 아파트에 도착했다. 이곳은 임현이 미리 준비한 곳이었다.
“여기서 며칠만 있어요. 며칠 뒤에 우리 아파트 단지에 빈 방이 생길 건데 그때 다시 바꿔줄게요!”
민나연이 대답했다.
“알았어요.”
——
다음 날, 민나연은 일찍 일어나 예쁘게 화장을 하고 꼬맹이에게 굿바이 키스를 했다.
“아들, 엄마 면접 보러 갈게. 집에서 잘 놀고 있어, 엄마가 양 엄마한테 전화를 해놨으니 좀 있다 와서 같이 놀아 줄 거야.”
민우빈은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화이팅 하세요.”
민나연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아들, 기다리고 있어. 엄마가 돈을 벌어서 아들을 키울 거야.”
반 시간 뒤, 민나연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찌르는 듯한 랜드마크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감탄했고 용씨 그룹답게 아주 기개가 드높다고 생각했다. 안으로 들어가 프론터에게 찾아온 이유를 말하고 나니 프론터가 승준을 불러왔다.
“승 특별 비서님, 민나연씨가 오늘 볼 면접은 패션 디자이너입니다.”
패션 디자이너라는 이 직위는 특별해서 대표님이 친히 면접을 보고 있었다.
“네.”
승준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고 고개를 들고 민나연의 얼굴을 보고는 숨을 죽이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 이 여자는 어제 보스가 공항에서 마주친 그 도둑이 아니던가? 그녀가 왜 여기에 있지?
“민나연씨, 여기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곧 돌아올게요!”
승준은 민나연에게 말하고 나서 다급히 대표님 사무실로 향했다.
“대표님! 어제 공항에서 마주친 도둑이 디자이너였어요! 지금 우리 회사에 면접 보러 왔어요!”
“뭐? ”
용준은 천천히 눈을 치켜떴다.
“그녀가 확실해?”
승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요.”
용준은 눈을 찌푸리고 손에 든 펜을 책상에 던졌다.
“데려와.”
“네.”
얼마 안 지나 대표님 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용준이 인색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들어와요.”
민나연은 승준을 따라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섰다. 사무실의 면적이 아주 넓었는데 적어도 몇 백 평은 되는 듯했으며 햇빛이 아주 잘 들었다. 사무실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책상 뒤에 제왕처럼 앉아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 시각, 남자의 깊은 눈동자는 무섭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눈빛에는 타고난 고귀함과 패기가 묻어나 있었다. 민나연은 어리둥절해졌다.
“민나연씨, 이 분은 우리 회사의 대표님이신 용 대표님이십니다.”
민나연은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용 대표님, 저는 패션 디자이너 면접을 보러 온 민나연이라고 합니다.”
사실 그녀는 잘 생긴 남자에 정신을 못 차리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그녀의 신변에는 잘 생긴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그 사람들 모두 지금 눈앞의 이 남자만큼 놀랍게 잘 생기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친근감까지 주었다. 용준은 피곤하게 의자에 기대어 이 여자가 참 예쁘게 생겼는데 아쉽게도 절도 상습범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한 쌍의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코웃음쳤다.
“민나연씨, 용씨 그룹은 직원의 인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민나연씨는 자신의 인품이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그의 말투가 위로 올라갔고 조롱 반, 비웃음 반으로 말을 했으며 말속에 섞인 비난이 민나연으로 하여금 얼굴이 굳어지게 하였다.
“용 대표님, 무슨 뜻이죠?”
용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 회사는 당신처럼 인품이 안 좋은 직원이 필요 없어요.”
말을 마치고 나서 승준에게 눈치를 줬으며 승준은 문을 향해 나가라는 손짓을 했고 민나연은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이력서가 안된다거나 학력이 부족하다거나 면접 때 긴장한다거나 하는 것은 많이 봤어도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자신의 인품 같은 직원이 필요 없다니, 도대체 뭐가 어떻다는 거지? 그녀는 용준을 바라보며 눈썹을 있는 힘껏 찌푸리고 오전 내내 쌓아 둔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
“제가 필요 없으면 직접 얘기할 것이지 왜 사람을 모욕하는 거예요? 이런 회사를 누가 아쉬워할 줄 아나 봐요? 당신들 회사가 아니면 어디 다른 회사가 없을까 봐요?”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나가려 했으며 용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차갑게 웃으면서 심드렁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용씨 그룹이 거절한 직원을 다른 회사에서 받아들일 거라 생각해요?”
민나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들으세요. 저 같은 직원은 직접 찾아와서 빈다 해도 절대 안 올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