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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두 번째, 회개를 모르다니

  • 이 가격을 부르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으며 모든 사람들은 미친 사람을 보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1억짜리 물건을 200억까지 올리다니? 가격을 부르고 나서 돈을 안 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구경꾼만 아니라 경험이 풍부한 진행자도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왔다. 이렇게 되면 이 물건이 자신이 진행한 경매 중에서 가장 비싼 물건이 되기 때문이었다.
  • “200억 한 번, 200억 두 번…”
  • 서영은 놀라서 멍하니 듣고 있다가 그제서야 민나연을 끌어당기며 물었다.
  • “나연, 너 200억이 있어?”
  • 민나연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 “없어.”
  • 서영은 화가 나기도 하고 마음이 조급하기도 하여 그녀에게 핀잔을 주었다.
  • “없으면서 왜 부른 거야?”
  • “임현한테 있을 거야, 이 무우산은 그의 증조 외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하는데 쓰기 때문에 그 사람이 돈을 낼 거야.”
  • “하지만 임현은 이미 갔어!”
  • 민나연이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어서 고개를 돌리고 옆에 있는 귀여운 호빵에게 물었다.
  • “아들, 우리한테 얼마나 있어?”
  • 민우빈은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대답했다.
  • “당연히 200억까진 없죠.”
  • 서영은 놀라서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200억이나 되는 금액을! 만약 저 남자가 숫자를 올리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돈을 내야 하는데 나연은 걱정되지도 않는 걸까? 용준의 입꼬리는 점점 더 올라가며 조롱과 비난이 섞인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았고 진행자는 이미 세 번째를 불렀다. 하지만 민나연은 조용히 위층에 있는 용준을 바라보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이 맞서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모두 시선을 용준에게 집중했다.
  • 1초, 2초, 3초… 공기 중에는 한순간 적막이 흘렀고 바늘이 바닥에 떨어져도 들릴 만큼 조용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용준이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이 천천히 번호표를 들었다.
  • “220억”
  • 민나연은 남자를 노려보며 더 이상 가격을 부르지 않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허리를 숙여 의자에 앉아 있는 꼬맹이를 안고는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무우산이 대단하다고 해도 그녀의 의술에 비교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임현의 증조 외할아버지의 병세를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이 치료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오늘의 일은 그저 이 기고만장한 남자에게 주는 자그마한 교훈일 뿐이었다. 민우빈은 작은 손으로 그녀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 “엄마,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주름 생겨요.”
  • 민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도 우리 아들이 엄마를 가장 많이 생각해 준다니까.”
  • 서영은 그들 모자를 신원 아파트에 바래다주고 돌아갔다. 자신의 방에 돌아온 민우빈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으며 민나연은 그런 아들을 한숨을 내쉬며 바라보았다. 아들의 컴퓨터 사랑은 이미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했다. 누가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하는 해커의 고수 교토가 7살도 안되는 꼬마 아이라는 것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민나연이 잠든 뒤 민우빈의 작은 얼굴은 또다시 굳어졌다. 오늘 그의 바보 같은 아빠가 또 엄마를 화나게 했다. 자신도 너무 사랑해서 화나게 하기 싫은 엄마인데 아빠라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자그마한 두 손은 키보드 위에서 영활하게 움직였고 그는 또다시 용씨 그룹 내부 인터넷에 성공적으로 침입하여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 “회개를 모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