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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부동산 양도 증명

  • 리사가 일부러 애매한 말투로 제안했다. 만약 다른 여자였다면 오해했겠지만 상대는 김연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업무상 수요로 만났다는 것을 진아리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 진아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연이는 내 친구예요. 그리고 김씨 가문 구씨 가문은 최근 협력관계에 있고요. 그러니 연이는 당연히 업무상 수요로 방문했겠죠. 대표님 비서로서 이런 뜬금없는 소문을 막지는 못할망정 같이 퍼뜨리면 어떡해요? 혹시 계속 일하기 싫어요?”
  • 당황한 리사가 다급히 말했다.
  • “사모님,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 “됐으니까 가서 일 봐요. 그리고 이 소문은 다시 듣고 싶지 않아요. 알겠죠?”
  • 리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인 뒤,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 진아리는 문 앞에 다가가서 노크했다.
  • “자기야, 저 왔어요.”
  • 잠시 후, 안에서 구정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들어와.”
  • 안으로 들어간 진아리는 구정현과 김연이 진지하게 업무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소파로 가서 두 사람 얘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 30분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열렬한 논쟁을 끝마쳤다. 자리에서 일어선 김연이 진아리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 “아리야, 왔어?”
  • 김연은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이었다. 독립적이고 자존심 강하며 능력 있고 완벽한 몸매, 아름다운 외모와 훌륭한 집안 배경까지 갖춘 완벽한 여자였다. 그러니 회사 사람들이 그녀를 두고 의논할 만도 했다.
  • 진아리는 다가가서 다정하게 그녀를 포옹하며 말했다.
  • “연아, 한 달 만이네. 나 안 보고 싶었어?”
  • 김연도 진아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 “왜 이제야 돌아온 거야? 회사에 일이 좀 있어서 구 대표님이랑 얘기해. 우린 나중에 밥 같이 먹자.”
  • 진아리는 아쉬운 표정으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 “식사만 하고 가지….”
  • 진아리는 책상 위에 널려 있던 서류들을 챙기며 빙그레 웃었다.
  • “아니야. 요즘 좀 바빠. 우리 주말에 나가서 쇼핑하자. 간만에 회포도 풀 겸. 그럼 먼저 간다. 데이트 잘해.”
  • 김연이 사무실을 나가자 구정현이 손짓했다.
  • “이리 와서 앉아.”
  • 진아리는 다가가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춘 뒤, 그의 옆자리에 얌전히 앉았다.
  • “자기야, 보고 싶었어요.”
  • 그녀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구정현은 그런 그녀를 힐끗 보고는 가방에서 서류뭉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그것은 부동산 양도 증명이었다.
  • 진아리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구정현이 양가희 앞에서 자신에게 이혼 협의서를 내밀까 봐 꽤 걱정했던 그녀였다. 비록 이 유명무실한 혼인 관계가 언젠가는 끝날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양가희 앞에서 비참히 버려지는 건 싫었다.
  • 진아리는 서류를 집어 들고 꼼꼼히 살폈다. 구정현은 교외에 있는 별장 두 채와 중심가에 있는 아파트를 그녀의 명의로 양도했다. 별장 두 채만 해도 가치가 200억이 넘었고 중심가의 아파트도 최소 6억 이상은 되는 어마어마한 선물이었다. 정확히 말해서 이 양도 증명만 받아도 그녀는 이미 억만 부자였다.
  • 구정현은 비록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재산 분할에서는 절대 인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