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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본가로 가다

  • 다음날, 진아리는 출근하는 구정현을 배웅한 뒤, 차를 운전해 구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 도착하자 이 집사가 다가와서 인사했다.
  • “작은 사모님, 드디어 오셨네요. 사모님께서 종일 작은 사모님 얘기만 하셨어요.”
  • 진아리가 차에서 내리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 “어머님 몸은 좀 어떠세요? 밖에서 한 달이나 있다 보니 어머님 요리가 먹고 싶어서 달려왔어요.”
  • 이 집사가 웃으며 말했다.
  • “사모님은 건강하세요. 그런데 회장님이 바쁘시다 보니 혼자 많이 적적해하세요.”
  • “이제 제가 돌아왔으니 적적하시지 않을 거예요.”
  • 말을 마친 진아리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 구씨 가문 본가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는데 천 평이나 되는 호화별장이었다. 가문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구 부인은 슬하에 자식이 딸 한 명, 아들 한 명이 전부였다. 아들은 당연히 구정현이었고 딸은 구미정이었다. 60세가 된 구 부인이었지만 오랜 세월 자기 관리에 신경 쓴 덕분에 겉보기엔 40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구미정이 진아리에게 약간의 편견이 있는 걸 제외하고 구씨 부부는 진아리를 무척 아꼈다. 특히 구 부인은 진심으로 진아리를 딸처럼 예뻐했는데 아들과 진아리가 계약 부부일 뿐이라는 사실은 지금도 모르고 있었다.
  • 진아리한테 이혼하고 누가 가장 마음에 걸리냐고 물으면 아마 구 부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 구 부인은 재벌 사모님 특유의 오만하고 까칠한 성격이 전혀 없이 대범하고 상냥하며 자상한 사람이었다.
  • “어머님.”
  • 진아리는 우아한 자태로 소파에 앉아 있는 귀부인을 향해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 그녀를 본 구 부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왔어? 어서 이리 와서 앉아.”
  • 진아리는 다가가서 구 부인의 옆에 앉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구 부인은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물었다.
  • “왜 이렇게 야위었어?”
  • “어머님이 해주신 요리를 못 먹어서 야위었나 봐요.”
  • 그 말에 구 부인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이따가 내 직접 주방에 가서 맛있는 거 해줄게. 다시 살 좀 찌워야지.”
  • “이래서 제가 어머님을 가장 좋아하잖아요.”
  • 진아리는 어린 딸처럼 구 부인에게 애교를 부렸다.
  •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애교를 부려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 한 여자의 얄미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진아리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 수 있었다.
  • “미정아, 버릇없이 새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인사도 없이.”
  • 구 부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핀잔하듯 말했다.
  • 구미정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 “저 여자가 왜 내 새언니예요? 오빠가 돈 주고 사 온 여자지.”
  • 구 부인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 “구미정, 다시 그런 말 하면 엄마 진짜 화낼 거야.”
  • 구미정은 말없이 소파에 앉았다.
  • 진아리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아가씨, 파리에 여행 갔다고 그이한테 들었는데 언제 돌아왔어요?”
  • 구 부인 앞이라 구미정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 “그제요.”
  • 말을 마친 그녀는 뭔가 즐거운 일이라도 생각난 듯,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올케, 내가 이번에 파리에 가서 누굴 만났는지 알아요?”
  • 순간 진아리는 경계심이 일었다. 구미정이 그녀한테 올케라고 부를 땐 꼭 안 좋은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 “친구 만났어요?”
  • 진아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 “양가희를 만났어요. 올케도 아는 사람이죠?”
  • 구미정이 신이 나서 떠들었다.
  • “아니다. 올케는 모를 수도 있겠네요. 한때 우리 오빠가….”
  • 구 부인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 “미정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