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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소설과 현실

  • 하지만 소설과 현실 삶은 완전히 다르다. 소설 속 세상은 남자 주인공이든 여자 주인공이든 혹은 조연들까지 작가의 기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 “됐어, 말 안 해. 배달 오면 네가 나가서 받아. 난 좀 자다가 일어나서 밥 먹어야겠어.”
  • 말을 마친 진아리는 진효정의 침대에 털썩 드러누워 피곤한 듯 잠이 들었다.
  • 얼마나 잤을까, 진아리는 맛있는 냄새에 눈을 떴다. 눈을 비비며 거실에 나가 보니 진효정이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 “효정아, 이거 다 네가 한 거야? 내가 배달시켰잖아?”
  • 진아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 “친구가 실연당했다는데 따뜻한 밥 한 끼 못 해주겠어?”
  • 진효정이 웃으며 말했다.
  • 진아리는 경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 “효정아, 넌 원고 작성할 때만 부지런하고 나머지는 다 귀찮아하는 거 아니었어? 오늘은 무슨 일이래?”
  • 진효정은 앞치마를 벗어 진아리에게 던졌다.
  • “씻고 나와서 밥 먹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자꾸 그러면 다음엔 국물도 없어.”
  • “그래, 바로 갈게. 우리 효정이가 어쩌다가 직접 요리했는데 당연히 맛있게 먹어야지. 그런데 너 정말 요리할 줄 알아?”
  • 말을 마친 진아리는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꺼져.”
  • 진효정이 그녀의 뒤에 대고 욕설을 퍼부었다.
  • 결론적으로 진효정이 한 요리는 먹을만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맛있었다. 요리는 글을 쓰는 것을 제외하고 그녀가 가장 자신 있는 항목이었다. 진아리는 앞으로 소설로 먹고살기 힘들면 쉐프로 전향해도 되겠다고 했다. 그녀의 실력이면 대형 호텔 미녀 쉐프로도 손색이 없었다.
  • “효정아, 네가 한 요리 먹어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몰라. 요리 실력이 이 정도로 늘었을 줄은 몰랐어.”
  • 진아리가 말했다.
  • “그냥 타고난 거지. 너처럼 요리 파괴자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해.”
  • 진아리는 국물 한 숟가락 뜨며 말했다.
  • “효정아, 나 요리를 배우면 구정현 씨 마음 돌릴 수 있을까?”
  • “됐어. 구정현 씨가 어떤 사람인데? 구씨 그룹 후계자야. 억대의 몸값을 가진 남자가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어디 있겠어? 그리고 집밥도 가정부가 다 해주는데 너한테 기회가 올 것 같아? 그냥 내 말 듣고 일찌감치 이혼하고 돈만 챙겨. 나중에 4년 결혼 생활하고도 돈도 사람도 다 잃지 말고.”
  • 너무 현실적인 충고에 진아리는 자신감을 잃었다.
  • 그녀는 원망의 눈빛으로 진효정을 흘겨보며 한마디 했다.
  • “네 말이 맞다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이혼해도 그 사람 재산에는 관심이 없어. 진짜 이 결혼이 단순 거래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거든.”
  • 진효정은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하지만 두 사람 사이는 처음부터 거래였잖아?”
  • 진효정이 말했다.
  • 진아리는 순간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 “효정아, 지금 나 이러는 거 너무 바보 같지?”
  • 진아리가 기죽은 목소리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