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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내가 당신 사랑할까 봐 겁나요?

  • 진아리는 가슴이 칼에 베인 것처럼 쓰리고 아팠다.
  • 그녀는 길게 심호흡한 뒤, 씁쓸한 마음을 억지로 참으며 눈을 떴다. 그러고는 생글생글 웃으며 구정현에게 물었다.
  • “대표님, 내가 당신을 사랑할까 봐 그렇게 겁나요?”
  • 구정현은 말없이 침대에서 내렸다. 남자의 완벽한 몸매가 눈앞에 드러났다.
  •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옷을 입고는 아직도 침대에 누워 있는 진아리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 “진아리, 난 당신이 사랑할 만한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위험한 생각은 그냥 접어. 그러지 않으면 이 결혼생활을 당장 끝내 버릴 테니까.”
  • 진아리는 침대에서 내려서 구정현에게 다가가서 그를 안았다.
  • “대표님, 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아무리 계약 결혼이라고 해도 내가 당신 와이프인데 듣기 좋은 말 한마디 해줄 수는 있잖아요?”
  • 울먹이며 말하는 진아리 때문에 셔츠 단추를 채우던 구정현의 손길이 잠시 멈칫했다.
  • ‘우는 건가?’
  • 그는 어쩐지 마음이 좋지 않아서 그녀의 턱을 치켜올렸다. 그런데 웬걸, 진아리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 구졍현은 그녀의 턱을 꽉 잡으며 말했다.
  • “쓸데없는 생각하지 않고 얌전히 있으면 사모님 생활을 좀 더 오래 하게 할 수도 있어. 돈은 섭섭지 않게 줄게.”
  • 진아리는 다가가서 그의 턱에 입을 맞추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주제를 알거든요. 아까는 장난이었어요.”
  • “알면 됐어.”
  • 구정현이 말했다.
  • 그는 진아리의 고분고분한 성격이 좋았다. 애초에 그녀와 결혼하려고 마음먹은 것도 양가희를 닮은 외모도 있었지만, 돈을 사랑하고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름 놓고 그녀에게 구씨 가문 작은 사모님의 자리를 주었고 4년 동안 그녀도 그를 실망시킨 적 없었다.
  • 구정현은 그녀의 턱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 “얌전히 살아. 변호사한테 이혼 협의서 작성하라고 시켰으니까 다음 주에 가서 사인만 하면 돼. 위자료는 섭섭지 않게 줄게.”
  • 진아리가 웃었다.
  • “그럼 미리 감사드려요.”
  • 구정현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했다.
  • 긴 키스가 끝나자 진아리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 “대표님, 오늘은 저랑 같이 씻어요.”
  • 구정현은 심취한 표정으로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면서도 목소리는 차갑게 말했다.
  • “피곤해. 내일 일어나서 혼자 씻어. 오늘은 그냥 자자.”
  • 진아리의 눈가에 실망감이 스쳤다. 구정현과 함께 산 지 4년이나 흘렀지만 그에게 그녀는 와이프가 아니라 도구일 뿐이었다.
  • 구정현은 진아리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먼저 깊은 잠에 빠졌다.
  • 욕실로 들어간 진아리는 반신욕으로 피로를 씻어버린 뒤, 가운을 걸치고 욕실을 나섰다.
  • 침대로 다가선 그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구정현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