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가운을 벗고 아까 입고 왔던 원피스를 주워 입었다. 그러고는 침대 머리에 쪽지만 남긴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스위트룸을 나섰다.
다음 날, 진아리가 아직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눈을 비비며 몽롱한 정신으로 전화를 받았다. 구정현에게서 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대표님.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하셨어요?”
전화를 받은 그녀는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아리, 왜 먼저 갔어?”
구정현이 살짝 기분이 상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구정현을 달래는 일은 진아리의 특기였다.
“대표님은 달게 주무시는데 저는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가 대표님 주무시는데 방해될까 봐 먼저 나왔어요. 그새 제가 보고 싶었나 봐요?”
진아리가 장난치듯 말했다.
“점심에 회사로 와. 같이 밥이나 먹자.”
구정현은 차갑게 용건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진아리는 휴대폰을 침대에 던진 뒤, 오늘 입고 나갈 옷과 신발을 골랐다. 오늘 그녀의 선택은 옐로우 톤의 원피스와 15cm 나 되는 하이힐이었다. 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옅은 화장을 하고 거울을 비추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퍼펙트! 진아리, 넌 너무 완벽해!”
진아리가 거울을 보며 말했다.
진아리는 꽤 예쁜 미모의 소유자였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흔히 볼 수 없는 미인이었다. 매력적인 눈매와 조막만 한 얼굴, 오뚝한 코, 립스틱을 바르지 않아도 빨간 입술, 큰 키에 탐스러운 몸매까지, 태어나기를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태어난 여우상이었다. 아마 구정현이 그녀를 선택할 때, 양가희와 닮은 외모를 제외하고도 이런 완벽한 외모가 한몫했을 것이다.
남자는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아내를 삼을 여자라면 사랑하지 않더라도 말 잘 듣고 예쁜 여자를 선택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진아리는 신상 루이비통 백을 메고 굽 높은 하이힐을 신은 채 이번에 새로 산 아우디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능숙한 운전으로 아파트 구역을 벗어나 본사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그녀는 손가락으로 차 키를 돌리며 건물로 들어섰다. 그녀를 본 안내 데스크 직원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이진 씨, 오늘 메이크업 예쁘게 됐네요. 피부도 좋아진 것 같은데 혹시 내가 추천한 에센스를 사용해 봤나요?”
진아리가 웃으며 물었다.
이진이 얼굴을 만지며 생긋 웃었다.
“역시 사모님 눈은 못 속이겠네요. 그 에센스 사용한 뒤로 확실히 피부가 많이 좋아졌어요.”
말을 마친 이진은 진아리를 향해 손짓했다. 진아리가 다가가자 이진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사모님, 조심하셔야겠어요. 김연 씨가 또 오셨거든요.”
김연은 유명 연예인 김정훈의 외동딸로 완벽한 몸매와 막강한 업무 능력의 소유자였다. 구씨 가문과 최근 협력 프로젝트를 체결한 뒤, 김연이 도맡아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연은 회사에 자주 방문하는 편이었는데 회사에는 김연이 곧 진아리를 쳐내고 사모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사실 김연은 오래 사귄 연인이 있었다. 다만 김정훈의 성에 차지 않을 뿐이었다.
진아리는 여전히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침 잘됐네요. 연이랑 같이 식사한 지도 꽤 오래됐는데 마침 같이 먹으면 되겠네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
말을 마친 진아리는 이진을 향해 손을 흔든 뒤, 자신감 넘치는 자태로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에 탔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건물 20층에 도착했고 진아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구정현의 비서 리사가 그녀를 보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사모님, 오셨어요? 대표님은 지금 김연 씨랑 안에서 얘기하고 계세요. 혹시… 조금 있다가 들어가시면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