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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신부와 하는 결혼

가짜 신부와 하는 결혼

신유쓰

Last update: 2023-10-21

제1화 이혼을 앞둔 부부

  • [진아리, 나 돌아왔어! 정현이는 내 거야. 정현이 옆을 떠나겠다고 하면 그 대가로 40억을 줄게.]
  • 진아리는 휴대폰에 도착한 문자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문자는 구정현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보낸 것이었다. 어떤 이유로 구정현을 떠났고 진아리는 황송스럽게 그 여자의 대체품이 되었다.
  • 진아리는 휴대폰을 들고 침실로 들어가서 홀린 듯한 눈빛으로 창가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한참 그렇게 그 사람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녀는 표정을 감추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끌어안았다.
  • “대표님, 양가희 씨한테서 또 문자가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그냥 전화해서 우리 관계를 말하는 게 나을까요?”
  • “그럴 필요 없어.”
  • 구정현이 담담히 대답했다.
  • “이미 변호사한테 이혼 협의서를 작성하라고 시켰어. 때가 되면 사인만 하면 끝나.”
  • 진아리는 일부러 상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참 아쉽게 됐네요. 양가희 씨한테 속상해하지 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이랑 다시 만나게 된 걸 축하드려요.”
  • 구정현은 굳이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말투에서 그녀가 지금 꽤 즐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이 여자가 만약 속상해한다면 그는 아마 해가 서쪽에서 떴는지 의심했을 것이다.
  • 말을 마친 진아리는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이때 남자가 그녀의 팔목을 잡아 품에 안았다.
  • 그녀는 얌전히 그의 품에 안긴 채 고개를 들고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 키스가 끝나자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그의 품에 고개를 기댄 채 애교스럽게 말했다.
  • “대표님, 꿈에서도 그리던 양가희 씨가 돌아온다는데 저랑 이러는 거, 양가희 씨가 알면 속상해하지 않을까요?”
  • “당신 아직은 내 와이프야.”
  • 그 말은 아직 이혼 전이니 아내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 구정현은 그녀의 턱을 치켜올리고 다시 입을 맞추었다.
  • 사실 그는 진아리가 꽤 마음에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하는 여자는 따로 있었지만 진아리의 몸매를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 남자는 전부 시각적인 동물이다. 진짜 좋아하는 여자를 제외하면 외모를 더 보는 편에 가깝다. 늙고 못생긴 여자보다 젊고 예쁘고 몸매가 좋은 여자를 좋아하는 게 남자였다.
  • “대표님, 밖에서 금방 돌아와서 온통 땀이에요. 먼저 샤워부터 할게요.”
  • 말을 마친 진아리는 교묘하게 구정현의 품을 벗어났다.
  • 구정현이 아쉬운 얼굴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 “같이 씻을래?”
  • 진아리는 그를 향해 눈을 찡긋하며 빠르게 욕실로 들어가더니 머리만 빼꼼 내밀고 말했다.
  • “대표님, 저는 혼자 씻는 걸 더 좋아한답니다.”
  • 말을 마친 그녀는 미련 없이 문을 닫아버렸다.
  • 구정현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그는 진아리처럼 밀당을 잘하는 여자가 좋았다. 마치 태어나기를 유혹을 위해 태어난 요정 같았다.
  • 4년 전, 사랑하던 여자가 작은 오해로 결혼식도 포기하고 그를 떠났다. 그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그 여자와 비슷한 여자를 대타로 내세워서 결혼식을 올렸다. 사람들은 그의 신부가 양씨 가문 아가씨가 아닌 것에 놀랐다.
  • 모두가 그를 배신자라고 욕했지만 사실 양가희가 결혼식을 펑크내고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을 집안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양씨 가문은 그에게 죄책감을 느꼈고 그는 양가희를 사랑했기에 양씨 가문을 찾아 따지는 대신 돈을 사랑하는 여자를 양가희 대타로 내세웠다.
  • 그리고 사람들의 입에서 신데렐라로 불리던 여자가 바로 진아리였다.
  • 뜨거운 정사가 끝난 뒤, 진아리는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이 기절하듯 잠이 들었고 저녁 일곱 시가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 그녀는 욕실에 가서 간단한 샤워를 마친 뒤, 오늘 새로 산 치마를 입고 옅은 메이크업을 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 구정현은 한창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생긋 웃으며 다가가서 그의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 “대표님, 깨셨으면 저 부르시지 왜 혼자 드세요?”
  • “달게 자길래 깨우기 미안해서.”
  • 구정현은 반찬을 집어 앞접시에 놓으며 말했다.
  • 진아리는 그의 뺨에 다시 가볍게 입맞춤을 한 뒤, 주방을 향해 말했다.
  • “아줌마, 저 배고파요.”
  • 잠시 후, 통통한 체형의 중년 여인이 반찬을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
  • “아까 사모님께서 주무신다고 하셔서 도련님 말씀대로 반찬을 따로 남겼는데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 진아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아줌마는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만 골라서 남긴 것 같았다. 진아리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 “내가 이래서 아줌마를 좋아한다니까요. 전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네요.”
  • “사모님은 많이 드셔야 해요. 나갔다 돌아오시더니 살이 더 빠진 것 같아요. 이제 돌아오셨으니 제가 매일 맛있는 걸 해드릴게요.”
  • 오씨 아줌마가 웃으며 말했다.
  • “고마워요, 아줌마.”
  • 아줌마가 자리를 뜨자 구정현은 수저를 내려놓고 티슈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 “내일은 본가에 가서 어머니랑 얘기 좀 나눠. 아버지가 출장을 가셔서 많이 적적하신가 봐.”
  • “좋아요.”
  • 진아리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구정현은 그 미소를 홀린 듯 바라보았다. 양가희와 많이 닮은 걸 알고 있었지만 웃는 모습까지 닮은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리고 양가희에게는 없는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도 있었다.
  • “어머니가 뭐라고 하시면 그냥 듣기만 해.”
  • “그럼요, 대표님.”
  • 구정현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녀도 따라서 일어서며 볼을 가리키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 “대표님, 저녁 키스 잊으셨어요.”
  • 구정현은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의 볼에 살짝 입맞춤했다.
  • “혼자 먹어. 난 밀린 업무가 있어서 일해야 해.”
  • “그래요.”
  •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처럼 서로의 생활 습관을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생화나 명품 시계 같은 깜짝 선물은 없었지만 큰 트러블 없이 화목하게 지냈다. 그런 그들이 이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