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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당신은 참 눈치가 빨라

  • “진아리, 내가 왜 당신과 이렇게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알아?”
  • 구정현이 와인잔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 “어차피 난 그냥 호적상 와이프일 뿐이잖아요?”
  • 진아리가 웃으며 되물었다.
  • “당신이 가희와 닮은 것도 있지만 침대에서 남자를 즐겁게 해줄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야.”
  • 구정현은 진아리를 향한 욕구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 진아리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 “남자는 입으로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면서도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다른 여자를 칭찬할 수 있는 대단한 존재네요. 역시 남자의 말은 다 믿으면 안 된다니까요.”
  • “당신은 내 와이프야.”
  • 진아리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그렇죠. 당신이 돈 주고 사 온 와이프가 저였죠. 그러니 생리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것도 당연한 거죠. 하지만 대표님, 가끔 너무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는 거, 제가 듣고 상처받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 “당신은 그럴 리 없어. 눈치 빠른 사람이니까. 내 신임을 잃으면 돈줄도 끊긴다는 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이미 손안에 들어온 부귀영화를 포기할 리 없잖아.”
  • 진아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술을 마신 탓인지 빨갛게 달아오른 볼이 유난히 매력적이었다.
  • “역시 저를 잘 아시네요. 제가 돈을 목숨보다 사랑한다는 것도 아시고. 그래서 사랑을 나눌 때 그렇게 궁합이 잘 맞았나 봐요. 우리의 아름다운 밤을 위해 한잔해요.”
  • 진아리가 잔을 들며 대범하게 말했다.
  • 얼마나 흘렀을까, 진아리는 알몸인 채로 구정현의 품에 안겨 있었다. 서로 사랑은 없었지만 정사를 나눌 때만큼은 둘은 완벽한 파트너였다. 진아리는 가끔 구정현이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 진아리는 가는 손가락을 들어 유혹하듯 남자의 가슴을 간지럽히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 “대표님은 참 대단한 남자예요. 여자들이 아직도 대표님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게 이해가 되네요.”
  • 구정현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그 여자들 중에 당신만 없으면 돼.”
  • 진아리는 더 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대표님, 혹시 제가 계속 집착할까 봐 겁나세요?”
  • 구정현이 차갑게 대꾸했다.
  • “난 울며불며 매달리는 여자가 제일 싫어.”
  • 진아리가 매혹적인 미소를 짓더니 남자의 위에 올라탔다. 살짝 올라간 눈꼬리는 미치도록 매력적이었다.
  • “대표님, 저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제가 상처받을까 봐 걱정도 안 돼요?”
  • 구정현은 요정처럼 매력적인 진아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당신은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 아니야.”
  • 진아리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 “그렇긴 하네요. 내가 사랑하는 건 대표님이 주신 돈이니까. 남자보다 돈이 더 든든하니까요.”
  • 구정현이 살짝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 “당신은 가끔 자신이 속물이라는 말을 너무 당당하게 표현해.”
  • 진아리의 입가에 걸렸던 미소가 점차 옅어졌다. 씁쓸한 마음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 그녀는 갑자기 유혹할 마음이 사라져서 얌전히 옆으로 가서 누웠다.
  • 구정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 “왜 그래?”
  • 진아리는 눈을 감았다.
  • 구정현이 옆으로 돌아누우며 물었다.
  • “조금 전까지 좋았잖아?”
  • 진아리는 눈을 감은 채 뜬금없는 얘기를 꺼냈다.
  • “대표님, 만약 제가 대표님을 사랑한다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
  • 멈칫하던 구정현은 이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 “4년 전에 이미 얘기했잖아. 날 사랑하지 않는 게 우리 계약의 조건이라고. 우린 그냥 고용관계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