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아는 사람이 이래? 이거 그냥 바보였네. 이혼할 때 재산분할에 관심 없다고? 너 정말 내가 화나서 쓰러지는 꼴 보려고 그래?”
진아리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아랫배를 만지며 말했다.
“효정아, 나 생리가 열흘째 늦어지고 있어. 만약 임신이라면 나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말에 진효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진아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테스트는 해봤어?”
진아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진효정은 다급히 일어서며 말했다.
“나랑 나가자. 맞든 아니든 어쨌든 테스트부터 하고 얘기해. 정말 공교롭게 임신이라면, 네가 만약 아이를 원한 게 아니라면 지워야지. 낳고 싶으면 낳아도 돼. 구씨 가문 재력으로 아이 하나 못 키우겠어?”
진아리는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
“효정아, 만약 진짜 임신이면 나는 애 낳고 싶어. 처음에 구정현 씨랑 결혼할 때 조건이 있었거든. 그 사람은 나한테 돈을 지불하고 나는 허울뿐인 사모님이 되어서 구씨 가문 후계자까지 낳자고. 그런데 양가희가 돌아왔으니 아마 다른 여자의 아이는 인정하지 않으려 할 거야.”
진효정이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그녀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정말 충분히 고민한 거야?”
진아리는 한참 침묵하다가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말했다.
“충분히 고민했어. 내 아이를 내가 포기할 순 없어. 난 다섯 살에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대학까지 나왔어. 내가 효도할 능력이 생겼을 때 그분들은 돌아가셨지. 내가 돈을 좋아한 것도 더 많은 돈을 모아서 할아버지, 할머니랑 행복하게 사는 거였는데 결국 내가 뭘 하기도 전에 가셨어. 그래서 아이가 갖고 싶고 내 집이 갖고 싶어. 만약 임신이라면 난 절대 이 아이 포기하지 않아. 난 이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능력이 있으니까. 가장 좋은 환경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할 거야. 누가 내 아이를 빼앗으려 한다면 난 그 사람이랑 목숨 걸고 싸울 거야.”
진효정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밥부터 먹자. 배부터 불리고 다시 생각해. 그 사람이랑 담판을 짓든지 애 먼저 낳고 책임을 묻든지 난 항상 네 편이야.”
진아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효정아, 고마워!”
“우리 사이에 그런 얘기하지 마. 난 키보드 두드리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야. 작가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너랑 네 아이 배불리 먹일 능력은 돼. 그러니까 기죽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 해. 기껏해야 예전 생활로 돌아갈 뿐이야. 예전과 달라진 건 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고.”
진효정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사실 진아리는 자신이 어떤 결정을 하든 그녀만큼은 자신의 편이 돼줄 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