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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 바보야

  • 진효정은 손가락으로 진아리의 이마를 튕기며 정신 차리라는 듯 말했다.
  • “그걸 아는 사람이 이래? 이거 그냥 바보였네. 이혼할 때 재산분할에 관심 없다고? 너 정말 내가 화나서 쓰러지는 꼴 보려고 그래?”
  • 진아리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아랫배를 만지며 말했다.
  • “효정아, 나 생리가 열흘째 늦어지고 있어. 만약 임신이라면 나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 그 말에 진효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 그녀는 진아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 “테스트는 해봤어?”
  • 진아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 진효정은 다급히 일어서며 말했다.
  • “나랑 나가자. 맞든 아니든 어쨌든 테스트부터 하고 얘기해. 정말 공교롭게 임신이라면, 네가 만약 아이를 원한 게 아니라면 지워야지. 낳고 싶으면 낳아도 돼. 구씨 가문 재력으로 아이 하나 못 키우겠어?”
  • 진아리는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
  • “효정아, 만약 진짜 임신이면 나는 애 낳고 싶어. 처음에 구정현 씨랑 결혼할 때 조건이 있었거든. 그 사람은 나한테 돈을 지불하고 나는 허울뿐인 사모님이 되어서 구씨 가문 후계자까지 낳자고. 그런데 양가희가 돌아왔으니 아마 다른 여자의 아이는 인정하지 않으려 할 거야.”
  • 진효정이 입을 다물었다.
  • 잠시 후, 그녀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 “정말 충분히 고민한 거야?”
  • 진아리는 한참 침묵하다가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말했다.
  • “충분히 고민했어. 내 아이를 내가 포기할 순 없어. 난 다섯 살에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대학까지 나왔어. 내가 효도할 능력이 생겼을 때 그분들은 돌아가셨지. 내가 돈을 좋아한 것도 더 많은 돈을 모아서 할아버지, 할머니랑 행복하게 사는 거였는데 결국 내가 뭘 하기도 전에 가셨어. 그래서 아이가 갖고 싶고 내 집이 갖고 싶어. 만약 임신이라면 난 절대 이 아이 포기하지 않아. 난 이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능력이 있으니까. 가장 좋은 환경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할 거야. 누가 내 아이를 빼앗으려 한다면 난 그 사람이랑 목숨 걸고 싸울 거야.”
  • 진효정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밥부터 먹자. 배부터 불리고 다시 생각해. 그 사람이랑 담판을 짓든지 애 먼저 낳고 책임을 묻든지 난 항상 네 편이야.”
  • 진아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효정아, 고마워!”
  • “우리 사이에 그런 얘기하지 마. 난 키보드 두드리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야. 작가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너랑 네 아이 배불리 먹일 능력은 돼. 그러니까 기죽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 해. 기껏해야 예전 생활로 돌아갈 뿐이야. 예전과 달라진 건 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고.”
  • 진효정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사실 진아리는 자신이 어떤 결정을 하든 그녀만큼은 자신의 편이 돼줄 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