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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 사람이 이혼하자고 했어

  • “그 사람이 이혼하자고 했어.”
  • 벌떡 일어난 진효정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 “얼마까지 협상했어? 아리야, 너처럼 돈을 사랑하는 애가 그 사람한테 마음이 동한 건 아니지? 그래서 돈도 필요 없다고 한 건 아니지?”
  • 진아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진효정, 내가 그렇게 돈만 밝히는 사람이야?”
  • “넌 돈을 밝히는 게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거지.”
  • 진효정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 “빨리 말해. 구정현 씨 정도면 이혼해도 위자료 두둑하게 챙겨줄 거 아니야?”
  • 진아리는 침대에 올라가서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 “효정아, 나 그 사람 정말 사랑하게 된 것 같아. 어떡해?”
  • 진효정이 경악한 표정으로 물었다.
  • “진아리, 정말 구정현 씨 사랑해? 그 사람은 그냥 고용주잖아. 장난이지?”
  • “나도 사랑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이게 자제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잖아. 내 마음이 변했다는 걸 느꼈을 땐 이미 늦었어. 그 사람이 사랑하는 여자를 안고 있을 생각을 하면 그 여자를 찢어 죽이고 싶어. 하지만 그 사람한테 미움받기도 싫어.”
  • 진아리가 울적한 목소리로 말했다.
  • 진효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와서 물었다.
  • “아리야, 진심이야?”
  • 진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 진효정은 못 말린다는 듯 말했다.
  • “진아리, 너 바보야? 널 어떻게 욕하면 속이 시원할까? 애초에 너 돈만 보고 구정현 씨랑 결혼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잖아! 그런데 지금 와서 사랑한다고?”
  • “사람 감정이 컨트롤할 수 있는 거였으면 내가 이렇게 짜증도 안 나지.”
  • 진아리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 진효정은 다가가서 그녀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 “사실 구정현 씨 잘생겼지. 하지만 넌 바람둥이를 제일 싫어하잖아? 게다가 처음부터 돈을 바라고 한 거래였어. 그 사람은 너한테 돈을 주고 넌 말 잘 듣는 아내를 연기하고. 그것뿐이잖아. 난 네가 거래랑 사랑이 섞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안다고 생각해서 아무 말도 안 했었는데 네가 이렇게 충동적으로 나올 줄 몰랐네.”
  • 진아리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그녀의 말처럼 감정이 컨트롤할 수 있는 거였다면 이 세상에 사랑에 아파할 사람들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사실 구정현은 돈 많고 외모가 준수한 것 외에 특별히 잘난 곳이 없었다. 바람둥이에 스캔들도 밥 먹듯 냈다. 하지만 이런 남자한테 정신이 팔린 여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분명 밑바닥이 보이지도 않는 낭떠러지인 걸 알면서도 몸을 던지는 여자들이 많았다. 결국 상처받는 건 여자뿐이었다.
  • “효정아, 나 다음 주면 이혼 협의서에 사인해야 해. 그렇게 되면 이제 그 사람이랑 난 정말 아무 관계가 아니게 되는 거야.”
  • 진아리가 힘없이 말했다.
  • “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이대로 이혼할 거야? 아니면 그 여자 손에서 구정현 씨를 빼앗을 거야?”
  • 진효정이 날카롭게 물었다.
  • 진아리는 고개를 흔들며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 “넌 상상력이 풍부한 소설 작가잖아? 그다음엔 어떻게 될 것 같아?”
  • 진효정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 “소설 작가로서 난 너희가 꼭 이혼할 거라고 봐. 그리고 구정현 씨는 뒤늦게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너라는 걸 알게 되겠지. 그래서 다시 너한테 애정 공세를 퍼붓는 거야. 그리고 넌 전에 받은 상처 때문에 그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서로를 괴롭히겠지. 그리고 너희가 거의 화해했을 때쯤에 널 짝사랑하던 서브 남이 등장할 거야. 그리고 구정현 씨 주변에는 여전히 많은 여자들이 꼬일 거고. 서로 사랑을 빼앗기 위해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가 물론 맨 마지막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 하지만 여자 주인공을 괴롭혔던 여자들은 남주와 서브 남한테 호되게 혼나게 될 거야.”
  • 진아리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진효정을 바라보았다.